美금리 인하 계속 미뤄지자 올들어 1조2천억 자금 유입 순자산규모도 급증 8조 돌파 국공채·은행채 등에 분산투자 원금에 수익 지급해 인기몰이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약속된 수익률을 제공하는 만기매칭형(존속기한형) 채권 상품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끈끈한 물가에 금리 인하 시기가 지속적으로 미뤄지면서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공모펀드,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 38개의 순자산액이 8조1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이후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에 순유입된 자금 규모만 약 1조2200억원에 달한다.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은 2022년 말 국내에 최초로 출시됐다.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의 순자산액은 2022년 1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23년 6조94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출시한 지 1년6개월 만에 8조원도 넘어서며 빠르게 시장 파이를 키워나가고 있다.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은 보통의 채권 상품과 동일하게 신용등급이 우량한 국공채, 회사채, 은행채 등을 편입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상품마다 고유의 만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공모펀드는 존속기한, ETF는 만기 도래 시기가 상품명에 숫자로 명시돼 있다. 해당 기한이 종료되거나, 만기 시점이 도래하면 펀드는 현금 청산되고 자본(매매) 차익과 이자 수익을 합한 만큼의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ETF 상품명에 '24-12'라는 숫자가 있다면 이 상품은 올해 12월 청산되고, 원금과 수익률을 투자자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다. 공모펀드는 상품명에 '1.5년' '2년'과 같이 만기 기한이 쓰여 있다.
지난해 말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중순에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지정학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차 높아지자 금리 인하 시기는 올 하반기까지 밀린 상태다. 앞서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시 큰 자본 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는 장기채를 집중 매수했다. 금리 불확실성이 커지자 예측할 수 있는 수익률을 제공하는 만기매칭형 채권 상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금리 시기엔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 향후 금리가 내리면 기대수익률(YTM)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있어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은행 예·적금과 달리 중도 해지에 따른 불이익이나 투자 금액에 제한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특히 증시에 상장돼 있어 손쉽게 사고팔 수 있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가 인기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만기매칭형 채권 ETF는 총 8개인데, YTM은 대부분 3.6~3.8%를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로선 매수 시점에 따라 만기 도래 시 YTM이 달라진다. 만기에 근접할수록 듀레이션이 짧아져 가격 변동이 제한적인 편이다.
올해 만기인 상품 중 가장 YTM이 높은 건 ACE 24-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로 3.87%다. SOL 24-12 회사채(AA-이상)액티브 ETF도 YTM이 3.78%로 높다.
가장 덩치가 큰 상품은 KODEX 24-12 은행채(AA+이상)액티브 ETF로 순자산액이 2조5863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