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미국주식 투자 신중할 것…단기 국채 유리” [월가월부]

김인오 특파원(mery@mk.co.kr)

입력 : 2023.02.23 15:27:30
보아뱅 블랙록연구소 대표 간담회
“인플레, 긴축 의도에 못 미쳐...
연준이 금리 올리며 침체 수용할 듯”

경제 환경·연준 정책 불확실성 ↑
“포트폴리오 유연하게 조정해야”


장 보뱅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대표 /사진=김인오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미국주식 매수에 신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일자리 등 거시 경제 지표가 긍정적으로 집계될 수록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 금리를 더 올릴 가능성이 커지는데 현재 뉴욕증시에서는 특히 주식 시장이 이런 긴축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블랙록은 단기에는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나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주식이 더 유리할 것이라는 투자 전망도 내놓았습니다.

22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기준) 장 보뱅 블랙록 투자연구소(BII) 대표는 뉴욕 맨해튼 외신기자센터 간담회에서 “미국 경제가 연락륙할 가능성도 있지만 경제 지표가 좋게 나올 수록 연준이 이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인식해 긴축 정책을 밀어부치는 과정에서 침체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과거 연준은 침체 위기가 불거질 때 시중에 유동성을 불어넣음으로써 ‘구원 투수’ 역할을 했지만 지난 해부터는 연준이 오히려 침체를 유도할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어 보뱅 대표는 “물가 상승세가 수그러들기는 했지만 긴축 의도에는 못 미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올해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 수준이 매우 가파르게 떨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준 목표치인 2% 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면서 “연준이 물가 안정을 위해 어느 정도까지 침체를 용인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의식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더 유연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뱅 대표는 “작년 인플레율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유는 공급 측면 제약 영향이 크며 최근 들어서는 효율성보다는 공급망 탄력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면서 “지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GFC) 때와 달리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는 경제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연준도 위기 관리가 쉽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연준이 통화정책을 운영하기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의 균열’ 입니다. 보뱅 대표는 “대 안정기(Great Moderation) 시절, 연준은 폴 볼커 전 의장 임기를 거치면서 물가에 대응하는 방법을 명확히 구축해왔고 미국 경제 역시 세계화에 따른 안정적 성장이라는 추세에 발 맞추고 있었다”면서 “다만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공급 충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세계화 균열 현상이 정책 환경을 뒤흔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보뱅 대표는 “대 안정기에도 경기 변동이 있었지만 이는 수요(가계 소비·기업 투자 등) 측면에 따른 것이었고, 지금은 공급 측면의 생산 제약이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과거에는 공급이 수요를 맞추는 과정에서 경기 변동이 일어났지만 현재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뱅 대표는 “생산 제약이 해소되고 물가가 안정되려면 일자리 시장 열기가 가라앉는 것이 관건”이라면서도 “열기가 단기에 진정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대 안정기란 1980년대 중반~2007년 기간 동안 미국 등 선진국 경기 변동성이 이전 수십 년에 비해 줄어든 것을 말합니다.

경제 흐름과 연준 정책이 불확실할 수록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채권 비중을 수시로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뱅 대표는 “우리는 최근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채권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투자 관점에선 만기가 짧은 미국 국채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면서 “단기 국채는 이미 가격이 급락한 결과 수익률이 5% 를 향해갈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반등이 기대되지만 만기가 긴 10년물 국채는 경제 침체 가능성이 더 커져야 가격이 반등하고 수익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주식은 단기적으로 신흥 시장이 유리하고 장기적으로는 선진 시장이 유리하다는 예상도 나왔습니다. 보뱅 대표는 미국 주식과 관련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시장은 연말 기준 금리 인하를 예상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는 “6~12개월 단위로 보면 중국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가 유리하고 5년을 내다본다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매력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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