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물가·금리 불확실성과 실적 부진 소식이 이어진 가운데 23일(이하 미국 동부시간) 뉴욕증시가 크게 출렁인 후 반도체 주가 선전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습니다. 상승폭 순으로 보면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각각 전날보다 3.33%, 0.72% 올라섰습니다. 대형주 중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0.53%, 0.34% 상승했습니다.

주요 주가지수는 전날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내용과 더불어 연준 인사의 물가 안정 강조 발언 탓에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2월 회의록에는 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선호한 위원들이 있다는 내용이 나왔고 이어진 ‘연준 내 3인자’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의 ‘인플레 목표제 2% 강조’ 발언 탓에 매수 심리가 눌린 탓입니다.

이날 증시를 끌어올린 것은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NVDA) 입니다. 회사 주가는 하루 만에 14.02% 뛴 결과 1주당 236.64 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날 증시 마감 후 회사가 발표한 분기 실적이 월가 예상치를 뛰어넘은 데다 골드만삭스가 엔비디아에 대한 투자 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하는 식의 호평이 이어진 영향입니다. 엔비디아 주식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용도 반도체 수요 증가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매수세를 이어갔고 이에 따라 AMD(↑4.10%) 등 다른 반도체 설계 기업들 주가도 올라섰습니다.

다만 실적 그림자는 여전합니다. 미국 언론 대기업인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 ↑2.01% )는 광고 수입 감소로 인한 부진한 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시간 외 거래 주가가 4%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증시 마감 후 회사가 공개한 지난 분기 실적을 보면 사업 수익이 110억1000만달러 였는데 이는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전문가 기대치(113억6000만달러)를 밑돌았습니다. 1주당 순이익(EPS)는 오히려 0.86달러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WBD는 온라인스트리밍 서비스(OTT)인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OTT가 아닌 텔레비전(TV) 방송 광고 수입 부진이 두드러졌다는 평입니다.

이밖에 증시 마감 후에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조업체’ 인 보잉(BA↑1.15%)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2%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이 보잉 사가 만드는 737드림라이너 항공기에 대해 비행기 동체 문제를 이유로 항공기 인도를 일시적으로 중단시켰다는 소식이 뉴욕 증시 마감 후 나오면서 매도세가 몰렸습니다.



한편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주요 국채 가격이 장기채를 중심으로 오르면서 수익률이 내려갔습니다. 대표적인 단기물인 3개월 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날과 같은 4.84%, 기준 금리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수익률 역시 전날과 같은 4.66%, ‘시중 장기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5bp(=0.05%p) 떨어진 3.88% 에 마감했습니다.

같은 날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보합세로 거래됐습니다. 6대 주요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이날 오후 4시 30분 기준 0.02% 오른 104.61를 기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