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풀무원 Vs. CJ제일제당, '비건 1인자'는?

입력 : 2023.02.24 14:45:39
제목 : [유통 마케팅: 알쓸신잡] 풀무원 Vs. CJ제일제당, '비건 1인자'는?
가치소비 추구하는 MZ세대 관심…'비건 인증' 공식 기준 없어 과장광고 논란도



[톱데일리] 비건 시장이 해마다 급성장하면서 식품 기업들간 경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풀무원이 '식물지향 기업'을 본격 선언하고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CJ제일제당은 제품군을 늘리며 맞불을 놓고 있다. 최근 두 기업은 '비건 식품은 맛이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기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과연 어느 쪽이 소비자 입맛을 사로 잡고, 비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글로벌 비건 시장 규모는 2020년 261억달러(약 33 조원)를 기록했으며, 오는 2028년 613억달러(약 79조원)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비교해 국내 비건 시장 규모는 현재 2000억원 대 수준으로 작은 편이지만, 높은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내에서는 비건 마케팅이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국내 비건 전문 음식점 가맹점은 2020년 76%에서 2022년 391%로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그 가운데 연령대별 비건 음식점 매출액을 살펴보면 20대가 2019년 200%, 2022년 821%로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30대도 202%, 424%로 증가세를 보였다.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두 기업이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가 풀무원이다. 2021년 풀무원은 공식적으로 '식물지향 기업'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효율 풀무원 대표는 그 해 주주총회에서 "풀무원은 사회적 패러다임 전환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최고의 연구개발 역량을 바탕으로 식물지향 기업을 선언한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기업이라는 방향성을 설정한 이후 비건 전문 브랜드 '지구지단'을 론칭하고 제품 출시에 나섰다. 지구식단은 출시 이후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출시된 지구식단 브랜드 매출은 9~10월 두 달간 전년 동기 대비 27%가 증가했으며, 10월에 한해서는 월평균 매출의 두 배가 증가했다.

여러 제품 중에서도 특히 '두부면'이 인기를 끌고 있다. 두부면은 밀가루면을 대신해 출시된 제품으로 건강과 다이어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두부면은 출시 1년 만에 판매 500만개를 돌파했으며, 이 효과로 풀무원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포장두부 시장에서 42.8%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풀무원의 공격적인 행보에 맞대응할 수 있는 곳으로는 CJ제일제당이 있다. CJ제일제당은 2021년 말 식물성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을 선보이고 떡갈비, 함박스테이크 등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5년까지 식물성 식품 사업 매출을 2000억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목표치를 설정했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시장, 대체단백 시장, 친환경 시장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국내와 비교해 해외 비건 시장의 규모가 현저하게 큰 만큼, 우선 해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비건 마케팅에 진심인 두 기업은 비건 제품에서 '맛'을 핵심 요소로 꼽고 있다. 기업들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의 품질이 올라가고 있지만, 이전까지 대체적으로 비건 제품은 대체육인 만큼 맛이 떨어 진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비건 식품 구입시 소비자가 고려하는 요인으로는 맛이 33%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그 다음으로 가격(31.7%)과 재료(26.2%) 순이다.

이로 인해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비건 제품은 맛이 부족하는 인식을 개선하는 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CJ제일제당은 대두, 완두 등 자체 공법으로 배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을 떡갈비 제품에 적용하는 등 연구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단백질이 가공공정을 통해 고기 씹는 맛을 85%는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풀무원도 자체 개발한 소재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질감을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인식 개선을 위해 글로벌 식음료 원료 개발 회사인 IFF 한국법인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의 원료와 이취 제어를 위한 기술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두 기업들 외에도 식품업계 내에서는 비건 마케팅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농심은 비건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을 열고 풀무원과 외식 비건 사업의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또한 신세계푸드가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출시하며 제품군을 늘리고 있으며, 밀키트 전문기업 프레시지도 브랜드 '헬로베지'를 선보였다.



다만 비건 마케팅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논란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비건 제품에 과장된 광고와 부정확한 표기로 많은 소비자들이 혼란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롯데리아는 '리아 미라클 버거'를 시범 판매 출시하며, 100% 식물성 패티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고기만 식물성 재료를 사용했을 뿐, 빵과 소스에서는 마요네즈, 우유, 소고기 등 동물성 재료를 쓰면서 비건 제품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듬해 롯데리아는 동물성 원료를 전부 바꿔 100% 식물성 원료를 사용한 제품으로 재출시했다. 소스는 계란대신 대두를 사용했으며, 소고기와 마요네즈가 들어간 소스를 넣지 않고 간장을 활용했다. 빵에도 우유를 사용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 제품이 반응을 끌어내면서 롯데리아는 올 초에도 '리아 미라클버거Ⅱ'를 출시하며 비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GS25도 비슷한 문제로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해 GS25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과 협업해 대체육 간편식을 선보였다. GS25는 해당 제품들에는 비건 인증 원재료가 사용됐다고 홍보했지만, 일부 제품에는 소고기, 우유, 새우 등이 함유돼 있어 많은 비판을 받았다. GS25도 롯데리아와 같이 전 제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해 재판매해 상황을 일단락했다.

이와 같은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지는 이유는 비건과 관련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비건 식품의 제조 판매, 광고와 관련된 규정이 따로 있지 않다. 이런 상황으로 국내 기업들은 비건 인증을 별도로 받지 않더라도 제품에 광고와 표기를 적용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내에는 현재 비건과 관련해 국가 공인 기관이 따로 없어, 모호한 기준으로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과거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한국인증원을 인증 기관을 승인한 적도 있었지만, 2019년 5월로 그 기한이 종료됐으며 이후 민간 기관이 현재까지 담당하고 있다.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ing@top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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