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탓 불량기업 낙인"… 큐익스프레스 경영권 뺏는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최재원 기자(himiso4@mk.co.kr)

입력 : 2024.08.01 17:51:26 I 수정 : 2024.08.01 23:56:55
주주들 구대표 지분 축소 논의
경영권 상실땐 대금 상환 차질
구영배 "티몬·위메프 합병해
판매자 중심 공공플랫폼으로"




◆ 티메프 사태 후폭풍 ◆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그룹 내 핵심 계열사로 꼽히던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잃을 전망이다. 큐텐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AK몰이 매각에 나선 가운데 싱가포르 핵심 계열사인 큐익스프레스도 독자 경영에 나서면서 구 대표가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큐익스프레스 주요 주주와 채권자(FI)들은 최근 큐익스프레스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만일 FI가 보유한 전환·교환권을 활용하면 큐텐과 구 대표가 보유한 큐익스프레스 지분율(약 95%)을 50% 미만으로 낮출 수 있다. FI들은 2019~2021년 큐익스프레스에 약 1600억~1700억원을 투자했다.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2019년 우선주에 600억원을 투자했고, 코스톤아시아와 메티스톤에퀴티파트너스가 2021년 교환사채(EB)에 각각 300억원, 200억원대 후반 규모를 투자했다.

큐익스프레스 우선주를 가지고 있는 크레센도가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면 큐익스프레스 지분 약 34.2%를 확보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나머지 FI들이 사채를 전환·교환해 보통주를 확보하면 FI 연합이 지분을 50% 이상 가져갈 수 있다. FI들이 이같이 나서는 이유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복수 F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큐익스프레스 매출 중 큐텐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에 불과하다. 티메프와 큐익스프레스 간 관계는 더더욱 미미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티메프 사태로 인해 큐익스프레스까지 불량 기업으로 낙인찍히자 FI들이 연합해 구 대표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나선 것이다.

만일 FI가 구 대표로부터 경영권을 뺏어오면 큐텐그룹 지분 매각을 통해 밀린 정산대금을 갚겠다던 구 대표의 구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날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가칭 'K-커머스'를 출범하고 판매자가 합병법인의 대주주가 되도록 하는 내용의 정상화 방안을 밝혔다. 이 경우 '구영배-큐텐-티몬·위메프' 지배구조가 '합병법인-큐텐-기타 계열사'로 바뀐다. 합병법인은 일종의 판매자 중심 공공 플랫폼으로, 정산 주기를 7~10일로 대폭 줄이고 수수료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같은 계획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일방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편 큐텐 측은 알리와 테무에 위메프 인수 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두 기업 모두 인수설을 부인했다.

[나현준 기자 / 최재원 기자]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19 14:28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