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다음달 정기주주총회를 앞둔 남양유업에 주주제안을 하며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전체 일반주주 지분 절반을 주당 82만원에 사들일 것을 요구했다. 1916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또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액면분할' '현금배당' 등을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이번 주총을 앞두고 남양유업 주식 3%(2만447주)를 확보했다. 27일 차파트너스운용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주주제안서를 지난 15일 남양유업 이사회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이날 "최대주주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 간 경영권 거래 과정에서 불거진 법적 분쟁으로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일반주주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며 "회사 측이 지금이라도 기업가치 정상화와 주주가치 제고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남양유업 측은 "주주제안 지분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한 후 정관과 법령에 따라 주총 안건으로 상정해 주주들 결정을 따를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차파트너스운용이 이번 주주제안에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외된 일반주주의 주주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회사 측에 요구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총 1916억원에 달한다. 주당 82만원에 일반주주 지분 50%를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보통주 15만387주(1233억원)와 우선주 8만3331주(683억원)가 대상이다. 기업의 지배주주 변경이란 중대 변화에 있어 주주들에게 주주로 남을지, 투자를 회수할지 선택권을 제공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이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논리다.
차파트너스운용 측은 "대주주 지분 매매 과정에서 일반주주들에게는 투자 회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등 철저히 무시당했다"며 "공개매수 방식의 자기주식 매입을 통해 경영권 변경 과정에서 지배주주와 마찬가지로 M&A 프리미엄을 공유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이와 함께 남양유업의 지배주주 견제 장치가 미비하다며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로 알려진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제안했다. 기업가치 훼손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지배구조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감사 선임이 필수적이란 주장이다. 심 변호사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언론홍보분과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차파트너스운용이 제안한 감사 선임안은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되는 만큼 감사 선임 안건 통과에는 일반주주 표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밖에 차파트너스운용은 "보통주와 우선주의 5대1 액면분할은 유동성 증대를 통해 주가 재평가에 기여하고 우선주의 상장폐지를 방지할 것"이라며 "현금배당은 시장 평균 수준의 배당안으로 남양유업의 장기적 주주가치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파트너스운용은 차종현 대표 등 플랫폼파트너스 출신 인력이 주축인 자산운용사다. 이날 남양유업 주가는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소식에도 전 거래일보다 3만4000원(5.57%) 내린 5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