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리쇼어링 열풍에 현대일렉 '好好'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입력 : 2023.03.05 17:32:46 I 수정 : 2023.03.05 19:34:21
미국 내 신공장 건설 늘고
에너지 인프라 예산 투입에
북미 전력기기 수요 급증
현지에 생산시설 구축한
현대일렉 영업익 크게 개선
LS일렉트릭과 시총 1위 경쟁






미국의 리쇼어링(제조업 본국 회귀)과 에너지 전환으로 국내 전력기기 산업 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고전압 위주의 제품 수요가 늘면서 시가총액 2위였던 현대일렉트릭이 1위 자리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서는 리쇼어링이 불가역적으로 일어날 산업의 변화라고 평가하면서 국내 전력기기 기업 실적이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종가 기준 현대일렉트릭 시가총액은 1조6185억원으로, LS일렉트릭(1조4530억원)을 제치고 국내 전력기기 산업 시총 1위에 등극했다. 현대일렉트릭은 1년 전만 해도 시총이 7000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LS일렉트릭(1조3000억여 원)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1년간 주가가 급상승해 지난달 28일 1위에 올랐다.

현대일렉트릭의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실적이다. 지난해 4분기 현대일렉트릭은 매출 6775억원과 영업이익 512억원을 냈다. 직전 분기와 대비해서는 각각 26.6%, 35.4% 증가한 수치이자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1.5% 늘었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반면 LS일렉트릭은 매출액이 9300억원, 영업이익이 2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11%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57% 감소했다. 현대일렉트릭 실적이 개선된 것은 미국, 중동 등 새로운 시장에서 실적이 빠르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대일렉트릭의 지난해 북미 시장 수주금액은 10억2200만달러로, 전년 3억9000만달러 대비 3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중동 시장 수주금액도 같은 기간 2억6000만달러에서 5억1900만달러로 2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반면 지난해 국내 시장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와 건설경기 침체, 반도체 투자 감소 등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적었다.

현대일렉트릭이 새로운 시장에서 실적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로는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었던 점이 꼽힌다. 생산시설이 지리적으로 가까워 미국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으며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급망이 재편되는 과정에서 안정적으로 전력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의 이행과 노후화된 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를 개선하기 위해 모든 시설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이 고전압 위주의 제품 구색을 갖추고 있다는 점 역시 강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은 저전압, 내수 위주의 제품이 주력인 데 반해 현대일렉트릭은 해외·고전압 위주의 제품 전략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차이는 1980년대 정부의 '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발점으로, 효성그룹과 현대그룹이 고전압 산업을 담당하고 금성그룹(현재 LG)이 저전압 산업을 영위하도록 했던 데서 출발한다. 고전압 전력기기는 전력을 멀리, 대규모 시설에 공급하는 데 많이 쓰이기 때문에 인프라 구축과 리쇼어링에 부심하고 있는 미국에서 수요가 집중적으로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LS일렉트릭 역시 올해 실적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고전압으로 보낸 전력이 공장이나 가전에 도달하려면 결국 저전압 장치인 배전선 등의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미국 배전시스템 전문기업 MCM엔지니어링Ⅱ를 77억원(630만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SK온 등 국내 반도체·2차전지 기업들의 미국 시설 투자가 늘어나면서 수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LS일렉트릭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파운드리 공장에 전력시스템 1740억원어치를 공급했고, SK온과 포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에 배전시스템을 공급하기도 했다. LS일렉트릭 측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국내) 반도체 분야 투자는 감소가 예상되나 자동차 분야는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미국 중심의 해외 시장 공략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990년대 후반 미국의 강세를 이끈 것이 정보기술(IT) 투자였다면 지금은 리쇼어링 투자가 될 것"이라며 "리쇼어링 투자 관련 산업재 종목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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