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훈수 삼일PwC 최고경영자(CEO)가 서울 용산 본사에서 업계 1위 기업 대표로서 회계업계 현안에 대한 평가 등을 밝혔다. <김호영 기자>
기업 경영에서 성장만큼 중요한 요소가 회계·감사다. 외견상 눈부신 발전을 내세워도 이에 대한 회계·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면 신기루에 불과할 수 있다. 미국에선 엔론, 일본에선 올림푸스 등이 분식회계의 늪에 빠져 결국 파산으로 내몰렸다. 한국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건을 겪으며 회계·감사의 독립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그 결과 2018년 신외부감사법이 도입됐다.
신외감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만 3년, 이 기간을 업계 1위 수장으로서 지켜본 윤훈수 삼일PwC 최고경영자(CEO)는 "품질 높은 회계감사로 기업들의 투명성과 신뢰성도 높아졌다"고 단언했다. 윤 CEO는 이어 "감사 현장에서 살갗으로 느끼는 경제 위축 수준이 심각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회계투명성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기업들과 현장에서 부대끼는 회계법인 입장에서 어떻게 판단하나.
▷현장에서도 회계감사나 인수·합병(M&A) 자문 등을 통해 경기가 하강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 특히 건설·부동산 산업의 위험과 그로 인한 금융이나 다른 산업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다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업들이 여전히 적극적인 태도라는 점은 인상적이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인공지능(AI), 우주항공, 로봇 등 신성장 동력을 찾아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는 곳이 여럿이다. 과거 경제 위기를 통해 얻은 경험과 노하우로 위기 대응력이 좋아졌고 침체기를 맞는 태도가 한층 성숙해진 듯하다.
―회계법인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해지는 시기다.
▷회계법인은 기업들에 신뢰가 가는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전 세계 CEO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중에서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일수록 소비자의 '신뢰'가 높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회계법인의 역할은 결국 경제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원활하게 소통하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회계 및 재무 부문에 있어서 '신뢰'의 영역을 더 확대하고 공고히 하는 것이다.
―신외감법이 시행된 지 만 3년이 지났다. 감사인의 독립성과 회계투명성이 높아졌다고 보는가.
▷신외감법 도입이 외부감사법인의 독립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한국 기업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다만 그 과정에서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난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려운 것 같다. 따라서 기업이나 회계법인의 시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재무 정보를 이용하는 투자자들 관점에서 효용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느껴지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가.
▷최근 현장에서 직접 기업과 접촉하며 일하는 주니어 회계사들이 직업에 대한 자긍심이 생겨서 좋다고 얘기한다. 회계사는 '자본주의의 파수꾼'이라고 하는데 신외감법 이후 파수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신외감법이 10년 정도 꾸준히 지속되면 기업과 회계법인 모두 새로운 체계에 적응해서 회계투명성도 우리나라의 경제 위상에 맞게 개선되리라 확신한다.
―업계에서는 비용 부담 등 이유로 반발이 여전히 크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주기적 지정감사제는 비교적 객관적 위치일 수 있는 해외 투자은행(IB) 측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주최한 업계 간담회에서 해외 IB들은 주기적 지정감사제가 해외에 없는 제도지만 한국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 문제를 보완하고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단기간에 상장사의 회계투명성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한 제도를 불과 4년 만에 바꾸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지난해 빅4 회계법인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삼일PwC도 컨설팅 매출을 합하면 2021회계연도에 총 매출 1조2323억원을 달성했다. 비결이 무엇인가.
▷컨설팅 부문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딜 부문, 세무 부문, 회계·감사 부문 순으로 성장세가 컸다. 컨설팅·딜 부문의 성장은 한국 기업들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에너지 트랜지션 이행 노력 등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기업의 업무가 오직 한 부문에 국한되지는 않을 터이기에 통합 서비스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 더 많은 가치를 기업에 제공할 수 있다. 그래서 CEO로 취임한 이후 특히 강조한 것이 '부문 간 협업(collaboration)'이다.
예를 들어 M&A와 관련해 딜 부문에 재무 자문을 요청하면, 감사·세무 부문 그리고 관련사들까지 같이 참여해 제안서를 만들고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다. 기업은 기업 입장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솔루션과 새 아이디어를 제공받게 된다. 이런 선순환을 통해 삼일PwC는 더 많은 업무를 수임하고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딜 플랫폼, ESG 플랫폼, 유니콘 플랫폼 등 상시 협업 '플랫폼'을 만들었다.
―회계업계 성장과 더불어 공인회계사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특히 기업에서 회계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회계법인으로서 인력 확보의 해법은.
▷기업 활동을 하는 데엔 법률, 회계, 세무, 노무 등 다양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회계 전문가들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 않다. 내부 인원으로 회계 인력을 충족하는 것보다는 회계법인의 전문 서비스를 활용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한다. 핵심 분야에 집중하는 게 더욱 유효하다.
회계·재무 분야 업무자동화를 통해 기업에선 관련 분야 인력 수요를 줄일 수 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같은 디지털 기술을 사용해서다. 그러나 모든 기업들이 제각각 자동화에 투자하는 것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비효율적인 중복 투자다. 업계 1등 법인으로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최근 자동화 분야에 대한 솔루션을 만들었다. 현재 몇몇 기업에 시험 중이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서비스를 본격 시작할 것이다.
▷윤훈수 CEO는…
△1965년 서울 출생 △서라벌고,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석사 △한국 공인회계사·미국 회계사(캘리포니아주) △1987년 삼일PwC 입사, PwC 미국 새너제이·PwC 미국 내셔널 오피스 근무, 삼일PwC US IPO 리더 △한국회계기준원 회계기준자문위원회 위원 △삼일PwC 삼성전자 감사 담당 파트너 △삼일PwC 감사부문 대표 △ 삼일PwC 대표이사·최고경영자(CE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