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장한 12개 기업 몸값 낮춘덕에 자금 몰려 평균 수익률 127% 달해 주가 과열 우려 커져 대어급 IPO는 '찬바람' 중소형 위주 상장 잇달아
올해 기업공개(IPO)로 증시에 신규 입성한 기업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모두 공모가 대비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공모주 시장에 활기가 도는 모습이지만 조(兆) 단위 기업공개가 부재한 탓에 공모주 펀드 시장의 투자심리는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상장한 12개 종목은 모두 공모가를 웃돌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시에 입성한 12개 종목(스팩 제외)의 공모가 대비 지난 3일 종가 기준 평균 수익률은 127.1%를 보였다.
공모가 대비 상승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유아용품 생산기업 꿈비다. 이달 초 꿈비 주가는 공모가(5000원) 대비 400% 이상 수익률을 보였다. 이미 수요예측에서 15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에서 가격을 확정했던 회사는 증시 입성 후 한 달간 순조로운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올해 증시에 입성해 '따상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형성된 뒤 2거래일 연속 상한가)'을 기록한 회사는 꿈비가 유일하다. 이날 꿈비는 전일 대비 4.43% 내린 2만4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첫날 '따상'으로 거래를 마친 오브젠과 미래반도체 역시 공모가 대비 200%를 전후하는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월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오브젠은 공모가(1만8000원)보다 3배가량 오른 5만5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6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던 미래반도체는 증시 입성 후 2만3000원대까지 주가가 치솟았다가 현재는 1만7000원대로 조정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200%대의 양호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연초 주식시장이 반등세를 보이면서 몸값을 낮춰 증시에 입성하려는 공모 기업에 대한 거부감도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악화로 비교 대상 기업들의 주가가 떨어졌고 이를 반영한 공모가 역시 낮게 조정되면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줄어든 것이다.
문턱이 낮아지자 중소형 공모주에 뭉칫돈이 몰렸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나노팀과 바이오인프라에는 증거금이 각각 5조4547억원, 1조7655억원이 들어왔다. 나노팀의 시가총액이 공모가 기준 2490억원임을 고려할 때 20배가 넘는 자금이 들어온 셈이다. 자람테크놀로지도 청약 증거금으로 2조6359억원이 몰렸다.
몸값이 낮은 중소형주일수록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유통 물량이 20~30%로 적어 주가 상승에 유리하다는 점도 자금이 유입된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꿈비의 경우 유통 가능 물량 비율은 17.7% 수준이었다.
대어급 IPO는 엄동설한이 이어지고 있다. 오아시스, 컬리, 케이뱅크 등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거나 공모 일정을 연기하면서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올해 첫 조 단위 대어로 주목받았던 오아시스는 지난달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잠정 철회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새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8805억원이 증가했지만 공모주 펀드는 1조340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주 펀드 143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0.1%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가 7%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모주 펀드는 최근 3개월 기준으로도 2.1%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일부 종목의 상장 철회 등으로 공모주 투자 열기가 식었기 때문"이라며 "다만 올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기업들이 상장할 가능성이 높고 정부의 IPO 정책 등의 영향으로 시장이 점차 살아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