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바에 돼지 들었나”…‘버터맥주’ 제재에 유통업계 ‘당황’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입력 : 2023.03.10 17:14:35 I 수정 : 2023.03.10 17:35:24
입력 : 2023.03.10 17:14:35 I 수정 : 2023.03.10 17:35:24
식약처 “재료 사용 안하고 제품명에”
버터소주·버터막걸리도 제재
유통업계 “소비자가 버터맥주로 불러”
버터소주·버터막걸리도 제재
유통업계 “소비자가 버터맥주로 불러”
“서울랜드도 경기도 과천에 있고, 돼지바도 돈육으로 만드는 게 아니잖아요?”
식품업계 관계자 A씨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버터맥주’에 대해 행정처분을 예고한 것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 제조할 때 버터를 꼭 사용해야만 ‘버터맥주’라고 불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A씨는 “사회적 통념상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정식 제품명도 아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이름이 아니냐”며 “이름 때문에 제재해야 한다는 건 탱크보이 같은 아이스크림을 국방부에서 행정 처분해야 한다는 논리”라고 비판했다.

“표시광고법 위반”…제조정지 1개월 예고
10일 식약처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2일 수제맥주 제조사 부루구루의 블랑제리뵈르에 1개월 제조정지를 사전 통보했다. 버터가 들어가지 않은 맥주의 제품명에 버터를 의미하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게 이유다.논란이 된 맥주의 정식 명칭은 ‘블랑제리뵈르 뵈르비어’다. 이 제품은 지난해 4월 한 국내 유명 백화점의 팝업스토어에서 처음 공개됐고, 출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통상적인 라거(Lager) 맥주보다 발효 기간이 짧아 버터 향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제조 과정에서 버터가 쓰이지 않았음에도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버터맥주’로 알려졌다. 또 향도 향이지만, 제품명에서 ‘뵈르(Beurre)’가 의미하는 것도 버터였다. 식약처가 문제 삼은 건 바로 이 ‘뵈르’라는 표현이다.
현행 식품표시광고법은 원재료 이름을 제품명으로 사용하려는 경우 반드시 해당 원재료를 제조나 가공 과정에서 실제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원재료 대신 합성착향료 등을 이용했다면 ‘버터맥주’가 아니라 ‘버터향맥주’ 등으로 표기해야 하는 것.
식약처 관계자는 매경닷컴과 통화에서 “(블랑제리뵈르 뵈르비어는) 사용하지 않은 원재료를 사용해서 표시·광고한 점이 위반사항”이라며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 ‘부당한 표시 또는 광고 행위 금지’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현재 제조사에는 행정처분 예고가 이뤄진 상태다. 10일간의 의견 제출 기간이 지나면 제조정지 1개월 행정처분이 실제로 이뤄진다. 식약처는 또 해당 제품을 ‘버터맥주’라고 홍보했다는 데서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경찰에 고발했다.

“버터소주·막걸리도 제재”…당혹감 확산
식품업계는 물론, 유통채널인 GS리테일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GS리테일은 수백개 유통사 중 자사 편의점만 경찰에 고발된 데 대해 반발하고 있다. 여러 판매처 중 하나일 뿐인데 책임소재가 GS리테일에만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단 우려에서다.GS리테일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해당 맥주는 지난해 4월부터 300여개 점포를 통해 판매되며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이미 ‘버터맥주’로 불리고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상품의 콘셉트와 특징을 담아 닉네임을 붙이는 것은 유통업계에서 소비자와 소통을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당사가 고객을 속이기 위해 ‘버터맥주’라는 용어를 고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식약처는 ‘버터맥주’에 이어 ‘버터소주’와 ‘버터막걸리’에 대한 행정처분도 예고했다. 실제로 버터가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뵈르’ 또는 ‘버터’라는 표현을 사용한 제품에 대해서는 모두 행정처분을 하겠다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블랑제리뵈르 뵈르비어를 제조하는) 부루구루 외에도 막걸리와 소주 등 확인된 부분은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부루구루 외에 버터음료로 불리는 제품을 만드는 곳은 농업회사법인 팔팔양조장과 보해양조 등이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품목 제조정지 1개월 사전통지와 그에 대한 의견 제출 요구를 받은 상황”이라며 “어떻게 의견을 제출할지는 아직 내부적으로 협의 중이다. 현재 정확하게 정해진 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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