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오픈업 상권 분석 은퇴 노인·1인가구 비중 높아 가족 대신 강아지·고양이 돌봐 관련업종 매출 5년간 2450억 호수공원 등 환경 조건도 우수 매출 2위·3위 각각 수원·청주
최근 방문한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위치한 고양이 카페 '냥이시대'. 고양이 발 모양의 슬리퍼를 신고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10마리가 넘는 귀여운 '냥이'들이 손님을 맞이했다.
사료를 먹고 그루밍(몸단장)을 하거나 캣타워에 올라가 쉬는 등 자유분방하게 노는 귀여운 모습이 보는 이를 빠져들게 만든다. 호기심이 많은 몇몇 고양이들은 바닥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기자에게 다가와 몸을 비비기도 했다.
일산에서 10년째 고양이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장한빛 대표(37)는 올해로 12년 차 '집사'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고양시는 반려동물과 반려인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가 잘 마련돼 있어 반려동물과 지내기에 정말 좋은 지역"이라고 자랑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고 키우는 '펫팸족(Pet+Family)'이 1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고양시가 국내 최고 '반려동물 천국'에 등극했다.
20일 매일경제가 핀테크 기업 핀다가 운영하는 상권 분석 서비스 '오픈업'에 의뢰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고양시의 최근 5년간 반려동물 관련 5대 업종 누적 매출액은 2452억원으로 전국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반려동물 관련 5대 업종은 △사료 판매점 △장난감·의류 판매점 △애견 유치원 △반려동물 장례식장 △애견·애묘 카페 등이다.
2위는 경기 수원시(1281억원)였으며 그다음 충북 청주시(1215억원), 서울 강남구(1099억원), 경기 남양주시(1089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 산업 매출이 큰 지역은 전체 인구 중 고령층 또는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공원과 둘레길 같은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추고 있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키우기 좋은 곳이었다. 특히 경제적 여유를 가진 고령층과 싱글 라이프를 위해 지갑을 여는 젊은 1인 가구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1위를 기록한 고양시는 1인 가구 중 특히 고령층 비중이 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고양시의 1인 가구는 11만9000여 가구인데, 이 중 50세 이상 1인 가구 비중이 51.5%로, 경기도 전체 평균 45.2%보다 훨씬 높았다. 직장인 정효은 씨(36)는 "일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다 분가했는데 사별 뒤 홀로 계시는 아버지를 위해 고양이 한 마리를 선물했다"며 "아버지가 대기업에서 퇴직하신 터라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고양이의 윤택한 '묘생'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며 행복하게 사신다"고 말했다.
일산호수공원 산책로에서 만난 정민준 씨(67)는 서울에서 살다 은퇴 후 2년 전 일산으로 이사를 왔다. 현재 비숑프리제종 강아지 두부(6)를 키우고 있다. 정씨는 "직장에서 은퇴하자마자 강아지와 함께 공원이 많은 일산으로 이사를 왔다"며 "그 밖에도 애견 카페, 사료 전문점, 동물병원 등도 많아 강아지를 키우기에는 최적의 환경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고양시에는 일산호수공원을 비롯해 성라공원, 정발산공원, 백석공원 등 총 103곳의 근린공원이 있다.
2·3위를 기록한 수원시와 청주시는 미혼 가구가 특히 많은 지역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가구 중 미혼 가구가 52.0%인 데 비해 수원시는 61.1%나 된다. 청주시도 전체 가구의 42.2%가 미혼 가구이며, 특히 20대의 96.0%가 미혼이었다. 수원시 광교에서 혼자 살고 있는 직장인 윤준식 씨(33)는 "아마 결혼을 하지 않고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여생을 보낼 것 같다"며 "반려동물에게 아낌없이 '플렉스'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경 한국반려동물진흥원 교육센터장은 "한국은 낮은 결혼율로 인한 저출생이나 고령화 현상이 앞으로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1인 가구가 증가할수록 반려동물을 키우며 마음의 위로를 받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