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경제

지난해 적자 폭 확대…라면·즉석품 등 전략 실패 지속

[톱데일리] 하림이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높은 가격을 앞세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에도 같은 전략으로 이렇다 할 효과를 보지 못해 올해 신제품 흥행 여부에도 물음표가 붙고 있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하림은 최근 라면 제품군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더 미식 장인라면(장인라면)'과 '더 미식 유니자장면(유니자장면)'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챔라면'을 새롭게 선보였다. 챔라면은 라면에 하림이 제조·판매하는 닭가슴살 통조림 햄 '챔'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신제품은 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으로 출시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챔라면은 195g 용량으로 편의점 판매가 3800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시중 컵라면과 비교했을 때, 용량은 비슷하지만 가격은 약 두 배 이상 높은 편이다.

현재 농심 '육개장 사발면'은 편의점에서 1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와 비교해 챔라면은 약 3배 이상 비싼 편이다. 또한 프리미엄 라면으로 불리는 농심 '신라면 블랙사발'과 CU가 판매하고 있는 '백종원 고기 짬뽕 컵라면'도 각각 1800원, 1900원으로 2000원 선을 넘지 않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하림은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2021년 라면 시장에 본격 진출한 하림은 '더 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건강을 위한 프리미엄 라면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해당 제품은 편의점 기준 2200원으로 농심, 오뚜기 등 경쟁사 프리미엄 라면에 비해 600원가량 비싸게 출시됐다.

하림은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라면 시장 점유율 5%를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진행 과정은 순탄하지 않고 있다. 업계 내 장인라면 점유율은 1% 밑도는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라면 브랜드 매출액 순위에서 장인라면은 2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하림은 장인라면에 이어 이듬해 유니자장면을 출시했지만, 소비자 선택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해당 제품 가격은 1인분 기준 약 4000원으로, 진짜장, 짜왕 등 경쟁사 프리미엄 제품와 비교해 두 배 비싸게 출시된 것이 흥행 걸림돌이 됐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 하림은 목표치로 내세운 연간 라면 매출액 700억원을 달성하지 못하는 등 사업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 하림은 라면에 이어 즉석밥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하림은 신제품 '더 미식밥'을 CJ제일제당 '햇반'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해 선보였다. 하림은 신제품 출시 당시 업계 점유율 10%를 늘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웠으나, 현재 점유율 수치는 5% 미만에 그치고 있다. 현재 즉석밥 시장은 CJ제일제당과 오뚜기가 95%를 차지하며 확고한 양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 없이 점유율을 늘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하림은 프리미엄 전략이 계속해서 실패하면서 전체 실적도 흔들리고 있다. 하림의 HMR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하림산업은 지난해 영업손실이 868억원으로 전년 대비 279억원가량 적자 폭이 확대됐다. 같은 기간 매출이 461억원으로 112.7%가 증가했으나, 적자 규모는 매출의 두 배에 달하는 실정이다.

현재로서 하림이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하는 것은 종합 식품 기업이라는 목표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더 미식 브랜드 론칭 당시 해당 브랜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키우겠다고 직접 언급하며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하림은 더 미식 브랜드가 부진하면서 다음 브랜드 흥행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하림은 올해 더 미식을 이을 신규 브랜드 '멜팅피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멜팅피스는 더 미식과 별도로 운영되는 브랜드로, 제품군이 겹치지 않는 즉석조리식품 위주 구성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톱데일리
변정인 기자 ing@top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