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못해…'순환출자 논란' 속 주총파행(종합)

MBK·영풍 "매우 위법, 불공정한 행위…법원서 시시비비 가릴 것"고려아연, 전날 '순환출자 고리' 형성해 지분 25% 영풍 의결권 제한표대결서 '이사수 19명 상한' 가결…최윤범 회장측 추천 7명 신규이사 선임
김동규

입력 : 2025.01.23 22:29:34


임시 주총에서 발언하는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서울=연합뉴스) 임화영 기자 =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1.23 [공동취재] hwayoung7@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이슬기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23일 주총 표 대결을 통해 MBK파트너스·영풍의 이사회 장악을 저지하는 데 일단 성공했다.

전날 전격적으로 꺼낸 '순환출자 카드'로 영풍 의결권을 무력화해 당초 지분율에서 뒤지며 불리했던 상황을 역전시켰다.

그러나 MBK·영풍 측은 이런 조치가 불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해 양측 간 다툼은 법정 다툼을 포함한 '연장전'에 접어들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의 건'과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 등을 차례로 의결했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 열릴 예정이었지만 주주 명부 확인과 의안 투표 결과 집계 등에 시간이 소요되며 오후 1시 53분에야 개회했고, 고려아연 측과 MBK·영풍 측의 날 선 공방 속에 진행되며 오후 10시를 넘겨 폐회하는 등 파행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핵심 안건으로 주목받은 '이사 수 상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의 건'이 표결 결과 출석 의결권의 약 73.2% 찬성으로 가결되면서 승부가 갈렸다.

이 안건은 현재 제한이 없는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수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는 내용으로, 최 회장 측이 제안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 이사 11명 대 영풍 측 이사 1명의 '11대 1' 구조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MBK·영풍 측은 이번 임시 주총에서 추천 이사 14명을 이사회에 새로 진입시켜 과반을 확보, 이사회를 장악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고려아연 CI·영풍 CI
[고려아연·영풍 홈페이지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이사 수를 19명으로 제한하는 안건을 상정하며 MBK·영풍 측의 이사회 장악 저지에 나섰다.

이날 표 대결에서 이사 수 상한 설정안 가결로 MBK·영풍 측이 차지할 수 있는 이사 자리가 최대 7석으로 제한되면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은 좌절됐다.

이어진 이사 선임안 투표 결과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이사 후보자 7명이 모두 과반 득표를 얻어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됐고,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등 MBK·영풍 측이 추천한 14명은 각각 20∼30% 찬성 득표로 상위 7위 안에 들지 못해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주총에서 최 회장 측이 승기를 잡은 것은 고려아연이 전날 단행한 순환출자로 지분율이 25.42%에 달하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영향이 컸다.

고려아연 지분은 MBK·영풍 연합이 40.97%,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합해 34.35%로, MBK·영풍 연합이 높다.

그러나 전날 조치로 이날 의결권 효력이 있는 MBK·영풍 측 지분이 40.97%에서 15.55%로 축소되면서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전날 고려아연은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씨 일가 및 영풍정밀이 보유한 영풍 지분 약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SMC→영풍→고려아연'의 순환구조를 형성했다고 공시했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지는데, 이를 이용해 영풍의 고려아연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것이다.

MBK파트너스 CI
[MBK파트너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이에 대해 MBK·영풍 측은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이 같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또한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 위반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비판했다.

영풍 대리인인 이성훈 변호사는 주총 발언을 통해 "우선 너무나도 황당하다"며 "고려아연 최대 주주로서 50년간 아무런 문제 없이 발행주식 25.4%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해왔는데, 어제 저녁 6시 공시 이후 전자투표가 마감되고 주주로서 관련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지위에서 의결권이 제한되니 강도당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MBK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너무나도 부당한 해석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 주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매우 위법하고 현저히 불공정한 행위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MBK·영풍 측은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및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효 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어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고려아연 지분 5.76%(의결권 기준)를 보유하고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됐던 현대차그룹이 불참하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고려아연 관련 사안에서 불개입 원칙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1-1호 의안으로 발의된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은 상법상 '3% 룰'이 적용된 표결을 거쳐 통과됐다.

집중투표제는 지분율에서 열위에 놓인 최 회장 측이 가족 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제안했다.

다만, 법원이 MBK·영풍 측이 신청한 의안 상정 금지 가처분을 지난 21일 인용하면서 이날 의안 가결에도 적용은 다음 주총부터로 미뤄졌다.

MBK·영풍 측이 고려아연 이사회 거버넌스 개혁을 위해 제안한 집행임원제 도입안은 이날 과반 득표에 못 미쳐 부결됐다.

집행임원제는 애초 최 회장 측도 수용 입장을 밝힌 바 있으나 이날 투표 결과가 부결인 것으로 미뤄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dkkim@yna.co.kr wise@yna.co.kr norae@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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