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익성 안 높이면 단체행동할 것”…뿔난 소액주주, 기업에 목소리 높인다

김정석 기자(jsk@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입력 : 2025.01.23 18:17:21
익명 투자자 “밸류업 미진하면 소액주주와 대응”
주주연대 플랫폼 가입자 1년새 2배로


[매경DB]


‘개미’들의 주주 행동주의가 진화하고 있다.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국내 펀드로 확산하더니 전문성을 갖춘 개인투자자들이 플랫폼을 통해 연대하고, 마침내 개인투자자가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상장사들이 주주 행동주의에 대해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해 기업과 투자자 간에 건전한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언로킹 밸류(Unlocking Value)’라는 명칭을 쓰는 농심 소액주주가 지난 22일 농심의 낮은 수익성과 주가수익률을 지적하는 내용의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개인투자자 신분으로 공개 주주서한을 발표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언로킹 밸류’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농심은 소수주주들의 의견이 소외되기 쉬운 지분구조를 갖고 있어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소수 주주의 협력으로 부진한 경영 성과를 방관하는 기업의 최대 잠재력을 발현하는 사례가 국내에서도 나오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주주제한을 받은 농심 측은 “‘비전 2030’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해외 사업에서 성과를 키워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플랫폼을 통한 연대 역시 활성화하고 있다. 개인 소액주주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가입자는 2023년 말 4만명에 못 미쳤지만 현재 9만명을 넘기며 1년 새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액트를 통해 21개 기업에 소액주주 주주제안이 이뤄졌다. 올해는 이미 DB하이텍, 율촌화학 등 15개 기업에 주주제안이 확정돼 다음달 주주제안 시한까지 최소 3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통상 주주총회는 3월에 열리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캠페인은 이른 시기부터 활발해지는 분위기다. 이미 얼라인파트너스, 팰리서캐피털 등 다수의 행동주의 펀드가 지난해 4분기에 올해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캠페인을 개시했다.

주주행동주의는 전 세계적으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문사 라자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기업 중 255곳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캠페인이 벌어져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이 중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어난 행동주의 펀드 공격은 57건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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