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 깨 해외투자”…저축의 나라 日에도 ‘서학개미’ 바람 분다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1.26 11:28:51 I 수정 : 2025.01.26 14:03:29
입력 : 2025.01.26 11:28:51 I 수정 : 2025.01.26 14:03:29
저축 깨고 해외 투자 나선 일본인들
日 해외 투자액 1년새 147% 급등
“개미가 엔화값 하락 유발” 우려도
日 해외 투자액 1년새 147% 급등
“개미가 엔화값 하락 유발” 우려도
일본에서도 ‘주식 이민’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 개인 투자자의 해외 금융상품 투자규모는 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를 통해 총 10조4000억엔(약 954조원)의 해외 금융 상품을 순매수해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기록한 4조2000억엔(약 385조원)보다 147% 폭증한 수치다.
일본 개인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에 불을 지핀 것은 지난해 도입된 일본의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다.
신NISA 계좌는 한국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같이 개인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해 금융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제도다. 국민 노후자산을 두 배로 불리는 ‘자산소득 배증계획’의 일환이다.
일본 정부는 퇴직연금 적립금으로 주식 투자를 많이 해야 증시가 활성화하고, 이것이 다시 퇴직연금 수익률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봤다. 이에 지난해 1월부터 NISA 계좌 수익의 비과세 기간을 평생으로 연장하고 연간 납입 한도액(360만엔)과 총투자 한도(1800만엔)를 기존의 세 배로 올렸다.
신NISA 도입은 일본인들의 예금과 현금을 투자로 이동시키는 데엔 성공했지만, ‘주식 이민’을 가속하는 결과도 만들었다. NISA 계좌는 국내 투자와 국외 투자를 가리지 않아 일본 개인 투자자들은 수익성이 높은 미국 증시 등 투자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올해 더 짙어지고 있다. 이달 23일 일본 재무성의 발표에 따르면 1월 셋째 주(12~18일) 일본 투자자들은 해외주식과 해외투자펀드를 6주 연속 순매수(4898억엔)했으며,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주간 순매수액이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 투자자들은 국내주식과 국내투자펀드는 661억엔 순매도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츠오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2년 3월 이후 엔화값은 달러 대비 최고 113엔, 최저 162엔을 기록해 최대 40% 이상 떨어졌다”며 “엔화값이 폭락하자 일본 가계 부문에선 인플레이션 방어의 개념으로 해외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 열풍으로 인해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려면 엔화를 매도해야 하므로 엔화값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미라 찬단 JP모건 연구원은 “연초부터 NISA를 활용한 해외 투자 매수세는 강력하다”며 “엔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은 현금 보유량이 많은 일본인들이 현금을 팔고 해외 투자를 늘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류 쇼타 미쓰비시 마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연구원도 “신NISA가 주도하는 엔화 매도 압력이 향후 강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투자자가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자 일본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은 투자자 유인에 힘쓰고 있다. 일본 증시는 100주 단위로 주식을 거래해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부담이 크다.
이에 기업들은 주식을 액면분할해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도쿄증시에서 주식을 액면분할한 기업은 211개에 달해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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