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고온·집중호우·폭염…연중 끊이지 않는 자연재해
사계절 내내 이상기후에 작년 전남서 592억 농업 피해수산업·축산업도 타격…"재해보험 지원 늘리고 탄소중립 전략 마련"
정회성
입력 : 2025.01.30 08:00:08
입력 : 2025.01.30 08:00:08
(무안=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지난해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가 장마 등 한철에 그치지 않고 4계절 내내 이어졌다.
잦은 비, 이상고온 등 지금껏 경험 못 한 날씨는 농업뿐만 아니라 수산업과 축산업에도 막대한 손실을 일으켰는데 올해 또한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치를 것으로 우려된다.
30일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농작물 재해가 도내 곳곳에서 연중 이어져 복구비 기준으로 총 592억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다.
1월에 전년도 겨울부터 이어진 한파로 딸기 등 시설작물 피해가 나더니, 2월에는 잦은 비가 내려 보리류가 습해를 입었다.
2월의 잦은 비는 일조량 부족을 야기해 방울토마토 등 시설작물의 생육 불량으로 이어졌다.
봄철 기온은 심술궂은 변덕을 부려 해남·강진 등 마늘과 양파 주산지에는 고온 피해를, 광양 등 매실 주산지에는 저온 피해를 줬다.
5월에는 때아닌 호우와 강풍, 우박 등으로 복숭아 등 과수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7월 장마 때도 많은 비가 쏟아져 농경지 침수 등 재해가 속출했다.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난 8월에는 뜨거운 햇볕과 열에 배가 데이고 인삼이 고사했다.
9월에는 거센 가을 호우가 내려 8천534㏊에서 농경지 유실, 시설물 파손 등이 잇따랐다.
극심했던 여름 더위가 평년보다 길어진 탓에 수확 철까지 벼멸구가 창궐하기도 했다.
1년 내내 이어졌던 농작물 재해로 2천12억원 상당의 보험금이 농민 2만9천458명에게 지급됐다.
기준 면적이 50㏊ 미만인 사례는 재해로 인정되지 않아 실질적인 피해 규모는 집계치보다 심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다의 양식장과 육상의 축사도 지난해 극한의 날씨에 큰 타격을 받았다.
고수온 특보가 7월부터 10월까지 이어져 서해안과 남해안 10개 시·군의 어가 990곳에서 물고기 2만5천824마리가 폐사했다.
바다가 달궈진 탓에 어패류 생육 환경도 나빠져 겨울 수확 철 꼬막, 새꼬막, 피조개 양식장 2천999㏊에서 빈 껍데기만 건져 올렸다.
굴, 홍합, 우렁쉥이 등도 7천531줄 폐사가 이어졌다.
축산 분야에서는 기나긴 폭염으로 닭, 오리, 돼지 등 가축 33만8천여 마리가 폐사해 51억원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9월 폭우에는 벌통이 떠내려가고, 닭이나 오리 등 가축을 키우는 농장이 침수돼 11억원 상당의 피해가 집계됐다.
극심한 폭염, 호우, 한파 등 기상이변 현상이 잦아지면서 자연재해는 올해도 들녘과 바다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전남도는 농어민이 재해보험에 가입해 피해를 보전받도록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에 1천350억원을 편성했던 재해보험 지원금 규모를 올해는 1천660억원으로 약 23% 늘렸다.
전남도는 농가의 재해보험 가입 부담을 줄이고자 국비 비율 50%에 도비 40%를 더해 90%를 지원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로 재배 면적이 늘고 있는 아열대 작물의 피해를 막고자 냉해 예방용 열풍 방상 팬, 폭염 대비용 열 차단 필름 등을 지급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인한 농작물 재해는 재배 면적이 압도적으로 넓은 벼와 보리류에 집중되고 있어 단기적으로 재해보험 확대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농업 분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탄소중립 실천 전략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hs@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