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 도와주겠지”…20대 ‘빚투 탕감’ 규모 14배 폭증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입력 : 2023.03.15 14:28:54
서울 프레스센터 신용회복위원회 [이충우 기자]


영끌(영혼까지 끌어 대출)·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가상자산에 투자해 실패한 MZ세대(20~30세대)의 채무조정 규모가 5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유동성 확대 이전인 2018년 대비 빚 탕감 신청 20·30대도 8배 이상 급증했다.

15일 오기형 의원실(더불이민주당)이 신용회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30 세대 채무조정 확정자 수는 2018년 3만4859명에서 지난해 4만2948명으로 23.2% 증가했다.

특히 20대의 채무조정 확정 건수 증가율은 무려 46.7%로, 60대 미만 세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채무조정 신청자들이 빚을 내게 된 사유를 보면 ‘재테크 시도’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에는 20대의 채무조정 신청 사유 중 재테크 시도가 90건에 불과했지만, 작년에는 14배에 육박하는 1243건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역시 313건에서 2139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20·30대를 합치면 증가폭은 약 8배로, 40대 이상 장년층을 크게 웃돌았다.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이유인 ‘연체 발생 사유’ 가운데 ‘주식 등 투자실패’를 꼽은 이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2018년에는 20·30대가 각각 96건, 370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062건, 1919건으로 상승했다.

2020년 무렵부터 주식, 코인, 집값 등이 가파르게 폭등하자 박탈감을 느낀 청년층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빚투’에 뛰어들면서 실패로 인한 연체 규모가 늘어났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진행하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더 이상 빚을 갚을 능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차주의 대출 원금과 이자를 깎아주는 것이 골자다. 프로그램 종류에 따라 상이하지만, 원금의 최대 70%, 이자·연체이자의 최대 100%까지 탕감할 수 있다.

청년들이 신용불량의 늪에 빠져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조기에 방지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일확천금’을 노리고 시장에 뛰어든 이들의 빚을 사회가 대신 갚아주는 게 공정하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코인에 투자해 수익이 났을 경우 ‘한 탕’을 챙길 수 있지만, 손실이 나면 사회와 채무자들이 부담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 측은 “신복위가 조정하는 채무조정에는 세금이 투입되지 않으며, 금융회사들이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금융업계와 정치권에서는 앞으로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빚 폭탄’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기형 의원은 “변동금리 대출 상품은 보통 6개월 단위로 금리를 조정한다”면서 “지난해 가파른 금리상승의 여파가 올해 나타나면서 채무조정 신청이 급증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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