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나라, 이젠 은퇴자의 천국이네”…수익률 한국의 두 배로 만든 비법
정유정 기자(utoori@mk.co.kr)
입력 : 2025.02.09 18:58:02
입력 : 2025.02.09 18:58:02
연금 대형화로 수익성 제고 돌입
DC형 수익률·비교 시스템으로
수탁자간 경쟁 붙여 통합 유도
연금자산 해외 유출 방지하고
141조원 자국 기업에 투자
퇴직연금 가입률 英90%반면
한국은 53%, 연평균 수익률 2%
일시금 수령 비중은 약 90%
DC형 수익률·비교 시스템으로
수탁자간 경쟁 붙여 통합 유도
연금자산 해외 유출 방지하고
141조원 자국 기업에 투자
퇴직연금 가입률 英90%반면
한국은 53%, 연평균 수익률 2%
일시금 수령 비중은 약 90%
![](https://wimg.mk.co.kr/news/cms/202502/09/news-g.v1.20250209.e272bbe039cd4651b25fffe4f8f371fd_P1.jpg)
퇴직연금 개혁을 추진 중인 영국이 지금까지는 퇴직연금 가입률을 끌어올려 적립금을 높여왔다면, 이제부터는 연금 대형화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두 번째 단계에 들어섰다.
영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연말까지 연금제도법안(Pension Schemes Bill)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은 소규모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 제도를 슈퍼펀드로 통합하고, 보험사·자산운용사 등이 운용해주는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 경쟁을 유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에서는 DC형 퇴직연금을 대부분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지만, 영국에서는 공공기금 또는 민간 금융회사에 운용을 맡기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들 퇴직연금의 수익률·수수료·서비스 수준을 가입자가 비교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수탁자 간 경쟁을 붙이는 게 개혁안의 골자다. 스티브 웹 전 영국 노동연금부 장관은 “그동안 영국에서는 연금 자산이 20~30년간 지속될 수 있도록 최적의 운용을 돕는 제도가 부족했다”며 “이번 개혁으로 수천 개의 소규모 DB형 연금이 통합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DC형 연금이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과가 우수하고 관리가 잘된 소수 연금 제도로 기금이 통합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 개혁을 통해 국민들의 퇴직연금 소득이 약 9%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나아가 퇴직연금 자산을 경제 성장의 주요 자본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연금 자산이 영국 스타트업과 인프라스트럭처 투자에 활용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연금 자산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자국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이번 개혁의 일환으로 영국 연금 자산 중 800억파운드(약 141조원)가 사모펀드에 투자돼 영국 스타트업·인프라·에너지 전환 프로젝트에 쓰일 예정이다. 장철 노팅엄대 재무학과 교수는 “영국 정부가 연금 자산을 전방위로 끌어다가 국내 투자로 유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연금 자산의 해외 유출을 방지하려면 한국 역시 국내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의 퇴직연금 관련 지표는 영국과 비교하면 상당한 격차를 보인다. 가입률부터 큰 차이가 난다. 고용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53%에 불과하다. 반면 영국은 자동 가입 제도를 통해 가입률 90%를 달성했다.
또 한국은 퇴직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이 약 90%로 높아 노후 소득 보장이라는 본래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연금 방식으로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국 정부는 연금 수령 시 25%까지 세금 없이 인출할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해 연금 형태 수령을 장려하고 있다.
장 교수는 “영국 정부는 연금 자산의 효율적인 투자·인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DB형이든 DC형이든 은퇴 후 연금 자산을 모두 개인에게 맡겨놓고 있어 연금 인출 전략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은퇴 후 소득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구성할지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운용 성과에서도 한국과 영국 간 차이가 두드러진다. 한국의 퇴직연금은 연평균 수익률이 2~3%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2023년 말 기준 한국 DC형 퇴직연금의 5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2.56%였다. 영국에서 퇴직연금을 전문으로 운용하는 공공기관인 국가퇴직연금신탁(NEST)의 5년간 연 환산 수익률은 지난해 9월 기준 7.2%로, 한국의 DC형 연금 수익률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영국 정부는 2조1000억파운드(약 379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고 이를 경제 성장에도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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