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누리는 곳 너무 많아”…동네 치킨집선 안되는 이 상품권, 왜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2.12 23:18:23
온누리상품권 미회수액 1조

전통시장 인근서만 사용 가능
대도시에 가맹점 편중돼 불편

국힘 ‘사용처 대폭확대’ 주장에
정부 “취지 훼손될수도” 난색
지역화폐처럼 실효성 논란커져


온누리상품권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온누리상품권을 도입 취지에 맞게 전통시장용으로만 사용하자니 이용률이 뚝 떨어지고, 사용처를 늘리자니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과 차별화하기가 힘들다. 온누리상품권이 처한 딜레마다. 이 때문에 온누리상품권 발행은 계속 늘어나는데 잠자는 상품권만 쌓이고 있다.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는 효과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도 이용 편의성을 외면한 채 발행만 늘리면서 비효율적으로 예산을 운영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과 진행한 비공개 당정협의에서 온누리상품권 문제가 제기됐다”며 “일부 여당 의원은 사용처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당이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확대하려는 것은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고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현재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전통시장, 상점가, 상권활성화구역 내 가맹점으로 이용이 제한된다. 동네에 일반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이라도 지방지치단체장 등이 지정한 곳이 아니면 가맹점이 될 수 없고 국민들은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

집 근처 편의점이나 치킨가게, 카페 등에서도 이용할 수 없다. 대형마트보다 규모가 작은 농협 하나로마트, 식자재마트에서도 사용이 제한된다.



가맹점이 대도시에 편중돼 있어 농어촌, 인구감소지역 주민들의 경우 상품권 사용이 상당히 불편하다는 지적도 많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온누리상품권 사용 가능 가맹점 19만8901개 중 인구감소지역 가맹점은 2만5522개로 12.8%에 불과했다. 작년에 회수된 상품권 3조9692억원 중 인구감소지역 회수분은 3605억3000만원으로 9.1%에 그친다.

지역화폐와 비교해 이용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역점 사업이기도 한 지역화폐는 발행하는 지방자치단체 안에서만 사용해야 하지만 업종 제한은 거의 없다. 집 근처 학원, 병원, 편의점, 치칸가게, 카페 등에서 다 이용할 수 있다. 단 연매출이 30억원만 넘지 않으면 된다.

유통학회장을 지낸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거래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만 사용처가 특정 구역으로 정해져 있어 내수 효과가 제한적”이라며 “상품권 이용자들의 편의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법에 정한 구역을 벗어난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도 취급할 수 있도록 사용처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내수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공동선언 및 정책포럼’에서도 참석자들은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는 온누리상품권 이용처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상인 매출을 일부 늘린 영향은 있지만 전체 내수를 살리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홍기 한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온누리상품권이 전통시장 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용처 확대 등 제도 개선에 나서면 이용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통시장법 입법 취지를 고려해 사용처를 확대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충렬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용처 확대는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온누리상품권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정부 지원금을 부당하게 수취하는 부정유통부터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도 이용처 확대나 불편 개선보다 부정유통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인 오세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 온누리상품권 부정유통 포상금 제도 실효성을 높이는 전통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오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온누리상품권이 조직범죄에 이용되는 등 부정유통이 계속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2024년 부정유통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건수는 2023년에 비해 2배 증가한 반면 지급된 포상금액은 전체 예산의 5%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런 와중에 오는 15일부터 이달 말까지 지류를 제외한 모바일, 카드형 디지털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일시 중단된다. 사업자 이관 문제 때문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3월 1일부터 기존 카드형·모바일형 온누리상품권이 통합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이 새로 출시된다”며 “이전 작업을 위해 15일부터 28일까지 디지털 상품권 구매, 결제, 환불 등이 일절 불가하다”고 밝혔다.

기존에 카드형은 KT, 모바일형은 비즈플레이가 각각 운영했다. 올해부터는 지류형만 운영하던 조폐공사가 카드형과 모바일형까지 통합 운영하는 사업자가 됐지만 데이터 이관 문제로 진통을 겪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2.13 02:06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