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심사 상폐 칼바람...좀비기업 퇴출 가속

김정석 기자(jsk@mk.co.kr)

입력 : 2025.02.19 00:02:53 I 수정 : 2025.02.19 10:15:24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서 탈락
쌍방울·이아이디 상폐 결정

상폐 결정 유보적이던 거래소
상장 문턱 높인 개선안 예고
증시 건전성 강화 드라이브


한국거래소가 코스피에서 8년 만에 ‘실질심사 상장폐지’를 결정하고 관련 규정을 손보면서 좀비 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량 조건에 미달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게 되는 형식적 심사와 달리 기업을 종합적으로 심사하는 실질심사를 통해서는 근래 코스피 종목의 상장폐지가 없었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상장폐지에 유보적이던 한국거래소가 제도 개선 원년을 맞아 본격적으로 칼을 빼든 것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지난해까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절차를 거쳐 코스피 종목에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주 쌍방울과 이아이디의 상장폐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최근 10년간을 살펴봐도 단 두 건뿐이다. 쌍방울·이아이디를 제외한 가장 최근 사례는 8년여 전인 2017년 6월에 상장폐지된 보루네오가구다.

당시 보루네오가구는 임직원이 횡령·배임 혐의에 휘말리면서 실질심사 절차를 밟게 됐으나 5년 새 최대주주가 10차례 넘게 바뀌고 주가 조작 사건이 불거지는 등 한계까지 몰린 끝에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2015년에 상장폐지된 이코리아리츠 역시 횡령·배임 사건에 경영권 분쟁까지 벌어지면서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실질심사 사유로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선 경우 거래소가 기업과 조율을 거쳐 상장 유지를 끌어내왔기에 최근의 연이은 상장폐지 결정은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한국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개선 기간을 연장하는 등 온정적인 대응을 해왔는데, 이번에는 개선 기회를 또다시 주면서 거래 정지를 장기화하기보다는 절차에 따라 발 빠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코스피 종목의 경우 상장폐지 심사에 4년이 넘게 걸리기도 하는데, 쌍방울과 이아이디 모두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 뒤 2년이 채 지나기 전에 상장폐지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쌍방울과 이아이디가 제출한 개선 계획에 따라 개선 기간을 부여했는데, 심사 결과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개선 의지와 능력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상장공시위원회가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소의 ‘상장폐지 칼춤’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기업의 퇴출 가능성도 커졌다. 2020년부터 심사를 받아온 주성코퍼레이션(컨버즈)의 경우 지난달 개선 기간이 끝나 상장폐지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에이리츠는 오는 6월에 개선 기간이 종료되고, 선도전기와 부산주공은 실질심사의 1심 수순인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발표한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에 따른 상장폐지 관련 세칙 개정 역시 마무리 단계다. 이번주 안에 시행세칙 개정 예고를 발표하고 일주일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다음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오는 3월부터는 상장폐지 과정에서 부여되는 개선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또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함께 발생할 경우 형식 심사만 진행하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두 심사를 병행해 진행한다.

국내 모든 상장사는 감사 의견 미달로 상장폐지 심사를 거친 끝에 상장 유지 결정을 받아내더라도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거래 재개 여부를 판정받아야 한다.

이미 상장폐지 절차를 거치고 있는 종목들은 개편되는 제도의 대상이 아니지만, 한국거래소는 신속히 심사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폐지 심사 기간이 지나치게 길면 주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등 피해가 크다”며 “정확하고 신속하게 심의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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