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와야 빚을 갚죠…서울에서 제주까지 소비 빙하기

오수현 기자(so2218@mk.co.kr), 류영욱 기자(ryu.youngwook@mk.co.kr),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입력 : 2025.02.19 08:15:05
[사진 = 연합뉴스]


부정적 경기전망과 가계 빚 부담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 빚을 제때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 수도 늘고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지역경제동향’에 따르면 소매판매지수가 17개 시도 모두에서 하락했다.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2021년보다 더한 소비 부진이 지난해 전국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전년 대비 소매판매지수 하락은 울산(-5.6%)과 경기(-5.7%), 강원(-5.3%), 경북(-4.2%), 전북(-4.1%), 대전(-3.3%), 경남(-3.1%), 광주(-2.5%) 등이다. 이들 8개 시도는 2010년 이래 최대폭 소매판매 감소다. 서울과 인천도 각각 -4.4%, -5.0%로 감소폭이 컸다.

전국 평균 소매판매지수는 11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 중이다. 특히 서울, 대구, 광주, 세종, 경기, 전남 등 5곳은 3년 연속 내림세다. 문제는 하락폭이 -0.3%, -1.5%, -2.2%로 확대되며 전국에 걸쳐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선경 통계청 소득통계과장은 “가전, 가구, 휴대전화, 컴퓨터 등 준내구재 성격의 재화를 주로 파는 전문소매점의 부진이 컸다”며 “경기상황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크다보니 이런 재화를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 빚은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에도 불구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 빚은 2022~2023년 사이 완만한 증가 추이를 보이다가 2024년 들어 증가폭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2022년 분기별 가계신용 증가액은 △1분기 411억원 △2분기 5조5000억원 △3분기 2조7000억원 △4분기 -3조6000억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분기 13조4000억원 △3분기 18조5000억원 △4분기 13조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당국이 옥죄기에 나선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수요자가 시중은행에서 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 2금융권 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시 건전성 정책이 효과를 내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가 크게 줄었지만,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실제 예금은행의 지난해 4분기 주택담보대출은 7조3000억원 늘었는데 이는 직전 분기 증가분의 3분의 1 수준이다. 반면 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상호금융·새마을금고·우체국예금 등 비은행예금취급기관 주택대출 증가액은 작년 3분기 9000억원에서 4분기 7조원으로 7배 급증했다.

다만 경제성장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기 때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 관리가 중요하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실제 GDP(명목)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2021년 83.8% △2022년 80.4% △2023년 78.5% △2024년(3분기 말) 76.1%로 집계됐다. GDP 증가 규모가 가계 빚 증가보다 컸기 때문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앞서 작년 3분기 중 가계신용이 크게 늘었지만, 주택 거래가 7월을 정점으로 줄어들고 9월 2단계 DSR 시행,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등도 이어지면서 4분기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됐다”며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명목 GDP가 6% 이상 성장했기 때문에 작년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3년 연속 하락이 확실시된다”고 밝혔다.

가계 빚은 늘고 소비는 줄면서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도 늘어나고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출을 보유한 개인사업자 335만8956명 중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는 15만5060명으로 전년 말보다 35% 급증했다. 금액으로는 총 30조7248억원으로 1년 새 7조원 넘게 불었다. 특히 60대 이상 개인사업자 중 채무불이행자가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생계형으로 창업한 고령층이 경기 침체 국면에서 더 큰 충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하며 큰 금액을 지역화폐 등 현금성 지원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는 내수회복 효과가 크지 않다”며 “대형 SOC 산업 등 건설경기를 살릴 재정투입과 동시에 대출 규제 완화로 민간에 자금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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