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주력사업 목덜미 잡힌 한국…관세폭탄 터지면 車수출 9조 날아가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입력 : 2025.02.20 05:40:59
입력 : 2025.02.20 05:40:59
8대 산업 모니터링 보고서
반도체, 中 저가공세에 시달려
낸드 가격은 고점 대비 반토막
자동차산업 美보호주의 직격탄
25% 관세땐 수출 -18%분석도
석화·철강도 업황 악화 불보듯
슈퍼사이클 조선업종만 ‘화색’
정부는 對美 비관세장벽 조사
반도체, 中 저가공세에 시달려
낸드 가격은 고점 대비 반토막
자동차산업 美보호주의 직격탄
25% 관세땐 수출 -18%분석도
석화·철강도 업황 악화 불보듯
슈퍼사이클 조선업종만 ‘화색’
정부는 對美 비관세장벽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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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한국 주력 산업이 동반 부진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폭탄’이 본격화될 경우 주력 산업 수출에는 직격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관세 부과를 예고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동차·반도체·의약품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면서 당장 수출액이 65억달러(9조원)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미국이 상호관세 근거로 삼는 비관세장벽부터 손질할 방침이다.
19일 한국은행이 펴낸 ‘주력산업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슈퍼사이클에 진입한 조선과 신제품 효과가 기대되는 휴대폰을 제외한 모든 주력 업종 전망이 부정적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전망부터 비관적이다. 한은은 “1분기 중 범용 반도체 수요 부진, 기저효과 등에 따라 반도체 전반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라며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으로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높은 정책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되면서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의 하방 리스크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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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한은은 중국의 범용 반도체 저가 공세가 한국 반도체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D램의 경우 중국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저가 공세에 따른 영향이 고성능 D램까지 파급되면서 모든 사양에 걸쳐 가격 하락세가 확대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DDR5 16Gb D램 고정가격은 작년 6월 말 4.65달러를 기록한 후 계속 흘러내려 지난달 말 3.75달러에 그쳤다. 낸드플래시 가격은 고점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다.
한은은 “올해도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속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대한 견조한 수요는 유지될 전망”이라면서도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부진, 낸드플래시 시장 초과 공급 등으로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확대되고 신형 AI칩 출시 지연 등의 영향이 일부 가세하면서 성장세는 지난해보다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자동차 산업 전망도 어둡다. 한은은 내수의 경우 지난해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와 개별소비세 한시적 인하 조치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예상했다. 문제는 수출이다. 유럽 판매 부진과 미국 보호주의 정책 강화에 대응한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 자동차 생산은 완만한 내수 판매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체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극심한 부진에 빠진 석유화학은 최악의 한해를 맞을 전망이다. 한은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개선 지연 및 공급 과잉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석유화학제품 수요는 부진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도 부정적 여건이 지속되고 있어 국내 주요 업체의 업황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철강,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도 한은은 모두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철강은 국내 건설경기 부진과 중국 부동산 경기 회복 지연에 트럼프 리스크까지 겹쳐 삼중고다. 원화값 하락도 원가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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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주력 업종 부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조선업 성장은 가장 큰 기대를 모은다. 특히 미국이 상선은 물론 군함까지 동맹국에 건조·수리를 맡기는 법안을 발의해 한국 조선업체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정책, 해군력 확충 노력, 중국 조선업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 등은 국내 조선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주력 산업 비관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되면 대미 수출과 국내총생산(GDP)은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5% 보편 관세 부과 시 대미 반도체 수출은 1.01% 늘지만 자동차는 18.59%, 의약품은 7.37% 감소한다. 지난해 대미 수출은 자동차 347억달러, 반도체 106억달러, 의약품 96억달러 등이다. 자동차·반도체·의약품 대미 수출은 65억달러(약 9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력 산업 전반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는 우선 미국이 꾸준히 문제 삼아온 비관세장벽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부과 명분으로 각국의 보조금, 부가가치세 등 비관세장벽을 거론했다.
미국은 지난해 발간한 무역장벽보고서에서 30개월 미만 쇠고기 수입 제한, 화학물질 관리 법령 구체적 지침 부족, 블루베리·체리·사과 등 수입 제한, 외국 로펌 소유 지분 제한 등을 지적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4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주재하며 “미국 측의 핵심 관심 사항을 파악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기재부 등 관계 부처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우리의 취약점과 비관세장벽 등을 면밀히 점검하고 미국에 설명할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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