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이 하던 쩐의 전쟁, 나도 참가해볼까”…개인 공매도 투자 꼭 지켜야 할 원칙은

문일호 기자(ttr15@mk.co.kr)

입력 : 2025.02.28 21:32:38
3월 말 2700개 전 종목에 공매도 재개




앞으로 한 달 후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다시 시작된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미리 팔아놓고(숏) 빈 주식 물량을 다시 채워넣으면서 수익을 내는 기법이다. 이를 통해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벌 수 있다.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 등 ‘큰손’들은 주식을 사놓는(롱) 한편 같은 종목 공매도를 통해 투자 리스크(위험)를 낮춰왔다.

그러나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일부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실제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무차입 공매도’를 때리면서 증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이러다 보니 개인 공매도 투자자들은 ‘큰손’에 휘둘려 큰 손해를 봤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공정한 공매도 룰과 관련 시스템 정비를 위해 2023년 11월 6일부터 공매도를 금지했던 것이다.

금지 기간 중 투자자들은 더 불행했다. 외국인은 롱과 숏을 동시에 구사하는 ‘롱숏 투자’ 전략을 주로 펴왔다. 그런데 공매도가 금지되면서 이 같은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수급상 커다란 구멍이 생기다 보니 2024년 코스피(시장) 수익률은 마이너스(-)로 부진했다. 증시 ‘1등주’ 삼성전자 주주들도 쓰디쓴 손실을 맛봤다.

보다 못한 금융당국이 오는 3월 말 공매도 전면 재개를 선언했다. 금지 전 350개만 가능했던 공매도가 이젠 2700여 개 모든 종목으로 확대된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제기됐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사라지고 ‘공정한 공매도 룰’을 기대한다. 약 2년 만에 공매도 시장이 열리면서 투자자들은 크게 세 가지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일단 실적 대비 과도하게 오른 종목을 공매도하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해도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지만 ‘큰손’이나 회사 내부자만큼이나 뛰어난 정보력이 필수여서 그만큼 투자 난도가 높다. 둘째는 주가가 실력 대비 덜 올라 저평가된 종목을 찾아 투자하는 것이다. 이런 종목들에 공매도를 친 세력들은 향후 주가가 올라도 따라서 매수해야 한다. 이를 ‘숏커버링’이라고 하는데 이런 종목을 미리 매수한 투자자들은 공매도 투자자의 ‘숏커버링’ 덕분에 단기간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

셋째는 시가총액이 높아 공매도의 타격이 덜한 우량주를 장기 분할 매수하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세 가지 전략 모두 해당 종목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직접 계산해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매도에 나설 투자자들은 그동안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고, PBR이 시장(코스피)이나 업종 평균 대비 높아 주가 하락 압박을 받는 종목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것이다.

◆ “개인 공매도, 이익은 찔끔 손실은 무한대”
직장인 김 모씨(45)는 누군가 공매도에 관심이라도 가지려고 하면 기를 쓰고 말린다. 공매도의 수익 공식은 앞서 미리 팔아놓은 가격과 이후 매수 시 가격 차이만큼 돈을 번다는 것. 그는 “주가가 하락하기만을 기다리는 부정적 심리가 팽배해지며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면서 “주가가 갑자기 오르면 급등한 가격에 매수해야 하기 때문에 손실이 커지고, 눈 깜짝할 새 손실이 불어나 ‘깡통’을 차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씨와 같은 일반 투자자가 공매도를 하려면 금융투자협회에서 제공하는 개인 공매도 교육과 한국거래소(KRX)의 공매도 모의(가상) 거래 인증을 마쳐야 한다. 이 중 KRX의 공매도 모의 투자의 경우 1시간을 채워야 수료증이 나온다. 과거보다 단순해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공매도를 하려는 개인은 투자금 제한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를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처음 공매도 시 투자금액을 3000만원으로 제한한다. 이후 거래 횟수 등을 반영해 투자금이 늘어나긴 하나 ‘큰손’들에 비하면 자금력에서 상대가 되지 못한다. 특히 주식 대여자가 중도 상환을 요구하면 즉시 반환해야 한다. 담보 비율 역시 최소 160%를 요구한다. 주가가 조금만 올라도 ‘담보 부족’ 메시지가 뜨며 투자금이 일순간에 날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래도 공매도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일부 증권사는 이른바 ‘공매도 유망 종목’ 리스트를 띄우기도 했다. 공매도는 ‘하이에나’ 같은 속성이 있어서 실적 대비 주가가 비싼 종목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는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단연 PBR이다. PBR은 특정일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여기서 순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에서 부채총액을 빼면 나온다. PBR은 자산가치 대비 주가 높낮이를 뜻한다.

LS증권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사 (주)두산은 지난 2월 17일 기준 최근 1년 주가가 268% 오르면서 PBR이 3.8배에 달해 공매도 타깃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 평균이 PBR 0.93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평가 상태다. SK, 한화, GS 등 국내 주요 지주사 모두 0.5배 밑이어서 두산이 유달리 고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 공매도 비중과 대차거래잔액 보면 대박주 보인다
여의도에는 “급등주는 공매도 세력의 시체를 넘고 넘어 탄생한다”는 말이 있다. 단기간에 회사 체질이 바뀐 것도 아닌데 주가가 폭등하는 경우 그 상승분의 대부분을 공매도의 ‘숏커버링’으로 설명하기 때문이다. 2023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2차전지 관련주 ‘에코프로’가 대표 사례다. 실적 대비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으나 그럴 때마다 주가는 더 올랐다.

2023년 7월 기준 에코프로의 PBR은 20배를 웃돌았다. 증권가 관계자는 “2차전지 관련주로 묶였으나 실상 지주사였기 때문에 1~2배의 PBR도 과분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공매도를 능가하는 개인 매수세가 몰리며 이 같은 ‘거품’이 발생한 것. 주가는 같은 해 9월부터 폭락하기 시작한다. 공매도 덕분에 오른 주가가 공매도 탓에 급락하며 현재도 고점 회복까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급락 신호는 분명 있었다. 에코프로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이 상승했고, 대차거래잔액 역시 급등했던 것. 대차거래는 투자자가 주식을 빌려가는 거래로, 그 잔액은 공매도를 위해 빌린 주식의 총량이다. 대차잔액이 급격하게 많아진다는 것은 주가 하락의 선행 신호로 해석한다.

지난 2월 24일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 말부터 공매도를 전면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개별 종목의 움직임은 실제 공매도 재개 이후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이날 코스피 개별 종목 중 대차거래 상위 1~3위는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두산에너빌리티였다. 2·3위 주가는 서로 엇갈렸는데 이는 대차잔액 증가 속도로 설명이 가능하다.

원자력 관련주 두산에너빌리티의 대차잔고 주식 수는 이날 1527만6009주다. 작년 말 대비 20%나 늘었다. 잔액 기준으로는 같은 기간 92% 증가했다. 이와 달리 조선주 삼성중공업의 대차잔고 주식 수는 약 4% 늘어났을 뿐이다. 24일 삼성중공업 주가는 올랐고, 두산에너빌리티는 4% 가까이 급락했다.

공매도 재개 한 달을 앞두고 국내 상장사 대부분의 대차잔액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 기울기는 종목마다 다르다.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주가 하락 압박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순이익 기준으로 202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반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순익이 급감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공매도 재개 후 대차잔액이 급감하면서 최근 실적이 크게 개선된 종목들은 숏커버링을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1년 새 PBR 크게 떨어지는 저평가 대형주 유망
PBR에 대한 비판적 시각 중 하나가 장부 자산가치로 주가를 바라본다는 점에서 너무 ‘구닥다리’ 지표라는 것이다. 그러나 PBR을 주요 유망 지표로 분해하고, 미래 예상치를 적용하면 투자자 주관적 잣대를 가미한 ‘나만의 PBR’을 구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 방법이 PBR을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수익비율(PER)의 곱으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이고, PER은 시총을 순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한다. 두 지표를 곱하면 분모에 자기자본(순자산)이 남고 분자는 시총(주가)이 돼 PBR과 같다. 보통 ROE는 대대적인 주주환원을 하지 않는 한 좀처럼 높이기 어려워 고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순익 추정치 상승→PER 하락→PBR 하락’하는 저평가주를 찾는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4일 기준 코스피 시총 상위 30개 종목을 분석했다. ROE와 2025년 예상 순익은 에프앤가이드 추정치를 적용했다. 2024년은 상장사들이 발표한 잠정 실적이다. 30곳 중 2024년 PBR에서 2025년 예상 PBR이 가장 크게 떨어진 3곳은 LG전자, 셀트리온, LG화학이다.

올해 들어 LG전자 주가는 부진한 편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 악재 탓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여의도에선 LG전자가 관세 악재를 극복하고도 남을 만큼 가전 사업이 성장할 것으로 본다. 2025년 예상 순익은 1조7910억원이다. 현 시총은 순익의 7.62배(PER) 수준이다. ROE 6.37%(0.0637)와 곱하면 올해 예상 PBR이 0.49배다. 업종 평균은 물론 시장 대비 절반 수준의 저평가 상태다.

LG전자는 대차잔고가 주식 수 기준으로 올해 들어 15.3% 감소했다.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실적이 증가하면서 PBR이 1배 이하인 종목에 대해선 감히 공매도를 때릴 생각을 못 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셀트리온과 같은 헬스케어 업종의 순익이 높아질 전망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시 셀트리온의 PBR은 작년 2.33배에서 올해 0.81배로 낮아진다.

금리 인하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보험사들은 이미 PBR이 낮은 상태다. 금리가 떨어지면 보험사 보유 채권의 평가이익이 늘어나긴 하나 신계약 수익성 둔화로 장기적으로는 호재와 악재가 혼재된다. 삼성생명의 경우 같은 기간 PBR이 0.5배에서 0.46배로 하락해 공매도로 인한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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