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은행만 좋은 일 시켰다”…섣부른 대출 옥죄기에 금융소비자 부담 늘어
한상헌 기자(aries@mk.co.kr),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
입력 : 2025.02.28 21:50:38
입력 : 2025.02.28 21:50:38
은행만 배불린 대출 조이기
지난해 가계빚 크게 늘자
당국, 은행 압박수위 높여
예적금 금리 하락하는데
대출 가산금리는 상승해
지난해 가계빚 크게 늘자
당국, 은행 압박수위 높여
예적금 금리 하락하는데
대출 가산금리는 상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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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비해 예금금리를 더 큰 폭으로 낮추면서 예대금리차가 19개월만에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높은 대출금리로 대출 비용부담은 커지는데 예금 이자는 ‘쥐꼬리’여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크다. 반면 벌어지는 예대금리차에 은행은 사상 최대 이자이익을 손에 쥐게 됐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전체 예금은행의 예대금리차는 1.46%포인트로 지난 2023년 6월(1.48%)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예대금리차가 크다는 것은 은행이 예금에 지급하는 이자율에 비해 대출을 내줄 때 받는 이자율이 더 높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금융 부담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날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개별 은행별 예대금리차도 크게 확대됐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모두 합쳐 집계한 전체 신규 예대금리차의 경우 하나은행이 1.55%포인트나 됐고, 신한은행도 1.46%포인트를 찍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의 예대금리차 역시 가계와 기업을 가리지 않고 커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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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된 것은 지난해 금융당국이 강조해 온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초에 작년 7월 시행하기로 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도입을 갑자기 9월로 미루면서 소비자에게 ‘대출 막차’ 시그널을 준 것이 화근이었다.
7월부터 8월까지 대출이 겉잡을 수 없이 늘어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가계대출 관리를 강하게 주문하기 시작했다. 정해진 규정에 맞춰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을 막기 어려웠던 은행들은 대출금리 중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식으로 일단 대응했다.
그러나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최소 1~2개월의 시차가 있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를 이루는 가계대출의 특성상 대출 잔액은 쉽게 떨어지지 않았고, 금리만 올라가는 상황이 됐다. 가산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작년 8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는 0~1%포인트대 초반 수준에 그쳤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8월 0.24%포인트에 그쳤다. 그러나 이후 계속 대출금리가 오르고 예·적금 금리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금리차는 1%포인트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결국 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5개월이 지난 올해 1월이다. 그나마도 2월 들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 기간에 대출 잔액을 줄이지 못하고 금리만 높아졌기 때문에, 은행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8월 예금은행의 주담대 평균 금리는 연 3.51%였는데 올해 1월 4.27%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한은의 기준금리는 오히려 작년 8월 3.5%에서 올해 1월 3%로 확 떨어졌다. 이른바 금리 역전이다.
김민수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의 경우 변동형 가산금리가 1월까지 완만하게 상승하면서 높아진 것”이라며 “1월 중순 이후에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에 그 영향이 2월부터 나타날 것 같다”고 밝혔다.
예대금리차로 인한 마진이 커지면서 은행은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작년 5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은 총 18조8742억원으로 역대 최대다. 직전 연도에 비해 10.4%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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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정책 혼선도 문제지만, 은행들도 금리 인하 시기에 대출 금리는 천천히 내리고, 예·적금 등 수신 금리는 빠르게 조정하면서 예대금리차를 확대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월 예대금리차가 공시된 지난 27일 카카오뱅크는 예·적금 금리를 0.2~0.7%포인트 내린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정으로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금리는 12개월 기준 연 3%대에서 2%대로 내려왔고, 2년 이상 만기 자유적금 금리도 3% 중반에서 2% 후반대로 떨어지면서 시중은행보다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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