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주간으로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도 영문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본인 제공
기술의 발달과 함께 메타버스는 인간의 다양한 일상을 디지털 가상의 세계로 옮겨 왔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메타버스를 게임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초기 메타버스가 게임의 형태로 시작된 것도 있겠으나 메타버스가 구현하는 디지털 가상의 공간에서 게임의 기능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기존의 글로벌 게임 회사도 프로그램에 메타버스의 요소를 추가함으로써 본격적인 진화를 시도하고 있다.
'게임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로블록스(Roblox)는 미국 어린이의 3분의 2, 청소년의 3분의 1 이상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세계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다.
'초딩들의 놀이터'라는 별명까지 붙은 로블록스에 대한 관심은 부모 세대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내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와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왜 이렇게 아이들이 로블록스에 열광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갈 Z세대와 알파 세대가 주목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에 현대와 삼성은 '현대 모빌리티 어드벤처'(2021년)와 체험형 가상공간인 '삼성 스페이스 타이쿤'(2022년)을 선보였지만, 기대와는 달리 방문자 수는 미미하다.
플랫폼의 주된 이용자인 Z세대에게 현대와 삼성은 관심 밖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많은 글로벌 기업이 로블록스와 같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미래 고객인 Z세대와 친숙해지기 위해서다.
10년 후 산업과 경제를 이끌어 갈 주역이기에 그들이 열광하는 메타버스를 주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Z세대는 왜 로블록스에 열광하는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사진출처 로블록스 홈페이지]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10대 응답자의 52%가 "현실 친구보다 로블록스 안에서 사귄 친구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린이와 청소년이 로블록스에 열광하는 것일까? 2004년에 데이비드 바수츠키(David Baszucki)와 에릭 카셀(Erik Cassel)이 설립한 로블록스는 2006년에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메타버스의 열풍에 힘입어 더욱 유명해졌다.
3D 기술의 입체화된 가상 세계에서 이용자를 대리하는 아바타끼리 서로 소통하고 함께 게임을 즐긴다.
여기에 아바타 패치, 음성 채팅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게임 플랫폼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로블록스가 여느 게임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특징 중 하나가 이용자가 직접 게임을 제작하고 올려주며 서로가 만든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에 올라온 게임의 종류만 해도 5천만 개에 달해 이용자들은 다른 게임 플랫폼에서는 접할 수 없는 새롭고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현재 로블록스 내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유형은, 1인칭 슈팅 게임, 3인칭 슈팅 게임, 타이쿤 게임, 시뮬레이터 게임, 롤플레잉 게임, 일상 롤플레잉 게임, 경찰과 도둑 게임, 스토리 게임, 미니 게임, 경쟁 게임 등이다.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것 외에도 로블록스에서는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함께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팬클럽, 지원 그룹, 취미, 비즈니스 등 모든 종류의 그룹 생성이 가능하며, 그에 맞는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다.
실제 게임 이용자들은 그룹의 친구끼리 영상통화를 하면서 소통과 게임을 동시에 즐긴다고 한다.
이는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소통하고 활동하는 메타버스 인류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로블록스의 가상 화폐 '로벅스'(ROBUX)가 현실의 실제 화폐로 교환된다는 것도 차별점이자 장점이다.
로블록스 플랫폼에서는 로벅스로만 모든 거래가 가능하다.
현실의 화폐로 살 수 있는 로벅스를 사용해 아바타를 장식하는 옷이나 아이템, 게임에 활용할 각종 아이템, 게임 패스, 유료 게임 입장권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로벅스는 현실의 실제 화폐와 교환되기에 실질적인 수익 창출의 창구가 되기도 한다.
이용자는 관리자의 허가만 받으면 자신이 제작한 디지털 아이템을 판매할 수 있다.
자신이 개발한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 광고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이런 수익 창출의 구조를 활용해 로블록스에서 억대 연봉자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가 300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편,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을 위한 이벤트를 종종 개최하기도 한다.
일반 이용자들을 위한 블록스콘(BloxCon)이라는 컨벤션을 주최하기도 했고, 2008년부터는 매년 부활절을 기념해 게임 속에 숨겨둔 달걀을 찾는 에그 헌트 이벤트를 주최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게임 플랫폼 내에서 영화 홍보 행사를 하거나 연말 시상을 통한 모금 활동 등 현실 세계와 연계된 가상 이벤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다른 아바타들과 함께 어울리며 소통하고 게임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종 이벤트도 참여할 수 있는 로블록스 구조는 메타버스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게다가 플랫폼 내에서 통용되는 가상 화폐를 이용자가 콘텐츠 개발과 판매를 통해 직접 벌 수 있고, 현실의 화폐로 교환할 수 있다는 것 역시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동할 메타버스의 미래를 잘 보여준다.
Z세대가 로블록스에 열광하는 것은 게임과 소통의 공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용자가 직접 인간 활동에 필요한 친목, 오락, 게임, 경제 등 가상 환경을 생성하고 활성화하는 특징이 주체적이고 개성이 강한 Z세대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은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미래 메타버스의 모델이기도 해서 앞으로 더욱 많은 이용자가 참여하고 경험하는, 그들만의 생태계를 이뤄가리라 기대된다.
노석준 RPA 건축연구소 소장 ▲메타버스 및 가상현실 전문가 ▲ 미국 컬럼비아대ㆍ오하이오주립대ㆍ뉴욕 파슨스 건축학교 초빙교수 역임 ▲ 고려대 겸임교수 역임 ▲ 현대자동차그룹 서산 모빌리티 도시개발 도시 컨설팅 및 기획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