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사태’ 데자뷔…‘민감국가’ 늑장대응한 정부, 이젠 책임회피만

김상준 기자(kim.sangjun@mk.co.kr), 신유경 기자(softsun@mk.co.kr), 홍혜진 기자(hong.hyejin@mk.co.kr)

입력 : 2025.03.18 19:34:37
외교부·과기부·산업부
책임전가·낙관론만 강조
최상목, 첫 차관회의 소집


[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문제는 크지 않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국과 적극 논의하겠다.”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올린 데 대한 우리 정부의 사후적 입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산업계에서 이번 상황과 정부 대응을 가리켜 2021년 ‘요소수 사태’나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사태’의 데자뷔라고 평가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18일 학계와 산업계에서는 민감국가 지정 사태에 대한 정부 대처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먼저 미국으로부터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귀띔조차 받지 못한 데 대해 ‘외교 참사’라는 평가부터 나왔다. 정부는 민감국가 리스트가 미국 에너지부의 내부 자료여서 알 방법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 같은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 ‘외교 역량’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주미 대사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주미 대사관 예산이 1년에 수백억 원”이라며 “가장 중요한 임무가 우리 경제나 안보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 정부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들은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인지한 뒤에도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교부가 주무부처라는 입장이고, 외교부는 언론 대응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승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미국 말만 듣고 모든 상황이 괜찮을 것이라고만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제·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주는 사안에 대해서는 범정부 협의체와 컨트롤타워를 더욱 신속하게 가동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사태가 공론화된 지 약 일주일 만인 지난 17일에야 각 부처에 총력을 다하라고 주문하고 18일에 처음으로 외교·산업·과기부 차관 회의를 소집했다.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 이유다.

중국 요소수나 미국 IRA 사태와 유사하다는 점도 뼈아프다. 요소수 사태는 중국이 해관총서에 요소 등 품목에 대한 검사 절차를 추가했는데 정부가 이를 모르고 있다가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이어진 사건이다. IRA 사태는 정부가 미국의 입법 동향 파악에 늦는 바람에 한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제외 문제에 선제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

여야는 ‘외교 정책상 문제가 아니라 연구소 보안 문제 때문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미국 측 설명에 대해 해석을 달리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별 정보 유출 사안을 가지고 나라 전체를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특이하다”며 “한국은 여당과 정부, 대통령 할 것 없이 지난 수년간 집중적으로 핵무장론을 얘기해서 요주의 경계 대상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은 현실성 없는 핵무장론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국제 제재를 받아 북한과 같은 상황을 각오해야 한다는데, 경솔한 발언에 불과하다”면서 “북한의 핵이 이미 실전 배치된 상황에서 핵무장론을 단순히 허장성세로 치부하는 것이 옳으냐”고 반발했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3.19 02:26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