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다음은 뷰티테크·암치료 기술 … 저평가 中증시에 기회 있어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 2025.03.23 16:48:13 I 수정 : 2025.03.23 18:54:14
'中 기술굴기' 목도하고 온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대담〓박용범 증권부장
10년뒤 20억명이 60세 넘어
뷰티·헬스 성과내는 기업 주목
딥시크·샤오미·BYD 압도적
美공세에도 중국 기술자립 성공
中 특정산업 담은 ETF 추진중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미국·중국·인도 출장을 마치고 일시 귀국한 지난 20일 서울 모처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지난 20일 매일경제와 만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인터뷰 내내 중국의 기술굴기를 재평가하고 한국의 미래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박 회장은 중국 첨단 기술 기업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시가총액이 220%가량 된다. 인도가 100%가량이고, 한국도 90~95%를 오가는데 중국은 6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주식이 국가 성장을 기본적으로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중국 주식 시장은) 상당 부분 반영돼 있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기업승계 과정의 상속·증여세가 과다하다는 논란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발렌베리 가문처럼 재단을 통해 경영하는 모델을 타협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면서 "재단에 출연할 때 과도한 세금이 부과되는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재산의 80%를 재단에 기부하려고 한다"며 "한국 최대 기부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배제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최근 중국 시장에 무게를 두게 된 계기는.

▷중국 기업들은 내수 경기가 부진한데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기술굴기를 통해 전반적인 산업 기술력이 올라온 덕분이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딥시크는 물론이고 샤오미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애플을 거의 추격했다. BYD는 테슬라보다 빠른 충전 기술을 선보였고,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태양광 계열사와 합작해 보닛에 태양광 패널을 덮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미·중 패권 갈등이 중국 기업 성장을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중국 기술굴기를 압박하는 전략을 써왔지만 오히려 중국이 자립하는 기술만 늘리고 말았다. 미국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중국 주식이 저평가돼 있다고 보나.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 시총 상승의 90%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그 결과 중국 상위 7~10개 기업의 시총을 합산해도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시총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양국 GDP를 비교하면 미국은 중국의 두 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중국 성장에 대응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재정비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ETF가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 중심이었다면, 조만간 특정 산업군에 초점을 맞춘 유형의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중국 기술굴기에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도 최첨단 기술을 갖추는 데 국가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세계에서 인정받는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한국도 좋은 산업·기술 경쟁력을 갖춘 만큼 아직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

▷중국 시장이 유망하지만 지금 중국에 모든 자산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직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아마존 매수를 권했던 것처럼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전히 훌륭한 기업이 많다고 본다. 다만 요즘과 같은 미국 일변도의 투자를 하기보다 실적을 기반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주식뿐만 아니라 중국 주식도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인도 시장에 대한 전망은.

▷인도는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지가 굉장히 좋다. 어떤 정책이든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장기 트렌드도 나쁘지 않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높아 올해 조정이 있을 수 있다.

―미국 주식 투자 열풍에 대한 생각은.

▷'주식은 무조건 미국'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런 관점을 돌리고 싶다. 밸런스를 잡게 하고 싶다. 미국은 인공지능(AI)에 700조원을 투자하려 한다. 피터 린치가 이야기한 것처럼 투자할 때는 항상 '왜?'란 질문을 안고 있어야 하며 미국은 700조원의 비용을 감내하면서도 이익이 많이 날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실적 대신 성장성에 투자하려면 벤처 투자를 해야 된다. 경쟁자가 없고 유니크한 회사인 스페이스X 같은 곳을 예로 들 수 있다.

―한국 자본 시장의 단기·쏠림 투자 성향이 점점 심화되는 것 같다.

▷좋은 의사를 만나 몸 관리를 받는 것처럼 자산 관리도 좋은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시장 움직임만 보고 정보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직접 거래를 해버린다. 변동성이 심한 종목에 레버리지까지 더한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면 한국에서도 돈을 벌기 어려운데 해외 투자는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1년에 5000페이지를 읽는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 투자에 나선다. 그만큼 항상 의문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

―유망한 투자 분야가 있다면.

▷10년 후면 60세 이상 인구가 20억명가량 된다. 그래서 뷰티테크, 암 치료 기업이 성장할 것 같다. 어느 한 나라에서가 아닌 글로벌 매출이 나오는 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그런 회사들이 있다. AI와 같은 큰 흐름이 있다고 본다.

―주주가치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장기 투자하는 주주라면 회사가 배당과 환원 정책을 늘리는 것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가져가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다. 투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도한 배당은 장기 성장을 훼손할 가능성이 많다. 미래에셋도 대주주인 내가 욕심을 내 배당을 많이 했다면 인수·합병(M&A)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주주 환원 정책을 할 여력이 돼 관련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주주가치를 보호하자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제반 이해관계자도 고려해야 한다.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에 여론의 관심이 높다.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기업의 힘으로 지금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나라다. 국민도 이런 사실을 알아서 재벌 개혁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셋은 금융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을 상당히 중요시하고 신경 쓰고 있다. 한국에 미국 같은 자본주의는 쉽지 않다고 본다. 금융이 주도적으로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

―국민연금이 성과급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 정도로는 부족하다. 만약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성과 보상에) 몇십억 원씩 더 투입하겠다. 현임 이사장과 기금이사(CIO)가 부임한 뒤로 국민연금이 굉장히 잘되고 있긴 하지만, 운용을 잘하는 매니저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해 우수 인력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계수 조정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문재용 기자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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