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단독 인터뷰 “AI 다음은 뷰티테크, 암치료 기업”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입력 : 2025.03.23 17:19:29 I 수정 : 2025.03.23 19:12:17
입력 : 2025.03.23 17:19:29 I 수정 : 2025.03.23 19:12:17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단독 인터뷰
전세계 돌아보니 新차이나쇼크 충격적
중국은 AI시대 준비해 딥시크 내놔
한국은 알파고 이후 10년간 공회전
대담=박용범 매일경제 증권부장
전세계 돌아보니 新차이나쇼크 충격적
중국은 AI시대 준비해 딥시크 내놔
한국은 알파고 이후 10년간 공회전
대담=박용범 매일경제 증권부장

박 회장은 “딥시크는 수십 년간 축적된 중국의 기술투자가 이제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헝다그룹 같은 곳을 부도낼 만큼 강력한 부동산 통제정책을 썼다”면서 “중국이 10년간 부동산을 억제하고 기술굴기하는 동안 한국은 정책과 자본 모두 부동산 담론에 갇혀 있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로 중국은 모든 기업이 인공지능(AI)에 투자를 늘린 반면 한국은 챗GPT가 등장하기 전까지 AI가 언급되는 일이 드물었고, 부동산이 국가 전체의 화두였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에서는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마저 부동산에 갇혀 내수부진만 다뤄진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중국의 내수 경기가 굉장히 안 좋은데 기술기업들의 실적은 좋게 나온다”면서 “출장에서 만난 중국 기업인들은 여기서 자신감을 얻고 미국에 뒤지지 않는 기술투자에 나서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 선전에는 우리나라의 판교와 같은 규모의 기술·산업단지가 7곳이 구축됐다. 항저우, 베이징 인근까지 마찬가지”라며 “중국은 창업가의 시대를 열고 있는 반면 한국은 AI시대 도래에 대한 준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그러면서 “중국 GDP가 세계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인데, 시가총액은 전세계 8% 밖에 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들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주식투자에서 중국 비중을 높여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에셋은 젊은이들의 자산을 축적하고 은퇴자들의 성공적인 노후설계에 커다란 소명감을 갖고 있다. 이것은 개인적인 꿈이자 미래에셋의 목표이다”라고 덧붙였다.
“뷰티 테크·암 치료, AI 처럼 큰 흐름
저평가된 중국 주식에 장기투자해야”
“해외를 다니다보면 왜 이걸 놓치고 있었나 한탄스럽다. 중국의 기술굴기로 한국 기업들의 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네버 기브업(Never Give Up)을 외치고 싶다.”저평가된 중국 주식에 장기투자해야”
지난 100여일간 긴 해외 출장을 마치고 일시 귀국한 박현주 회장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글로벌 투자로 ‘금융의 삼성전자’를 일군 박 회장이지만 창업초기의 초심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 너무나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0년 후면 60세 이상 인구가 전세계 20억명이 된다“며 ”뷰티테크, 암치료 기업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며 AI와 같은 큰 흐름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승계 과정 상속·증여세가 과다하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발렌베리 가문처럼 재단을 통해 경영하는 모델을 대타협안으로 제시했다.
박 회장은 “재단에 대한 출연시 과도한 과세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재산의 80%를 재단에 기부하려고 한다”며 “한국 최대 기부자가 되고 싶다. 나의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녀가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을 배제하겠다고 이런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은 고평가 미국 테크 주식을 레버리지까지 써서 투자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중국 첨단기술 기업의 약진과 함께 이들의 주식이 저평가돼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투자의 기본은 수치를 보는 것”이라 강조했다.
박 회장은 “미국은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시가총액이 220%가량 된다. 인도가 100% 가량이고, 한국도 90~95%를 오가는데 중국은 60%가 조금 넘는 수준”이라며 “주식이 국가의 성장을 기본적으로 따라간다고 생각하면 (중국 주식시장은) 상당 부분 반영이 안 돼있는 것”이라 진단했다.
다음은 매일경제와 일문일답.
- 최근 중국 시장에 무게를 두게 된 계기는.
▷ 중국 기업들은 내수 경기가 부진한데도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다. 기술굴기를 통해 전반적인 산업기술력이 올라온 덕분이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딥시크는 물론이고 샤오미도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삼성·애플을 거의 추격했다. BYD는 테슬라보다 빠른 충전기술을 선보였고, 세계적 기술력을 가진 태양광 계열사와 합작해 보닛에 태양광 패널을 덮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 미중 패권갈등이 중국 기업의 성장을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 많은데?
▷ 미국이 트럼프 1기때부터 중국의 기술굴기를 압박하는 전략을 써왔지만 오히려 중국이 자립하는 기술분야만 늘리고 말았다. 미국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다.

▷ 지난 10여년간 전세계 시가총액 상승의 90% 가량이 미국 시장에서 발생했다. 그 결과 중국의 상위 7~10개 기업의 시총을 합산해도 미국 매그니피센트7(M7) 시총의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 양국의 GDP를 비교하면 미국은 중국의 두배에도 미치지 못한다.
- 중국 성장에 대응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
▷ 중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재정비할 예정이다. 그동안 중국 ETF가 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상품 중심이었다면, 조만간 특정 산업군으로 초점을 맞춘 유형의 상품을 내놓으려 한다.
- 중국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 중국 시장이 유망하지만 지금 중국에 모든 자산을 투자하자는 것은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다. 대우증권을 인수한 직후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테슬라, 아마존 매수를 권했던 것처럼 미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전히 훌륭한 기업이 많다고 본다. 다만 요즘과 같은 미국 일변도의 투자는 실적을 기반으로 자산배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 주식 뿐 아니라 중국 주식도 장기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 인도는 젊은 인구구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의 외교적 입지가 굉장히 좋다. 어떤 정책이든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러시아와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장기 트렌드는 나쁘지 않다. 다만 밸류에이션이 높아 올해 조정이 있을 수 있다.
- 미국 주식 투자열풍에 대한 생각은?
▷ ‘주식은 무조건 미국’이라 생각하는 투자자가 많다. 그런 관점을 돌리고 싶다. 밸런스를 잡게 하고 싶다. 미국은 인공지능(AI)에 700조원을 투자하려 한다. 피터 린치가 이야기한 것처럼 항상 투자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안고 있어야 하며, 미국은 700조원의 비용을 감내하면서 이익이 많이 날까 하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실적 대신 성장성에 투자하려면 벤처투자를 해야 된다. 경쟁자가 없고, 유니크한 회사인 스페이스X 같은 곳을 예로 들 수 있다.
- 한국 자본시장의 단기·쏠림투자 성향이 점점 심화되는 것 같다
▷ 좋은 의사를 만나 몸 관리를 받는 것처럼 자산관리도 좋은 프라이빗뱅커(PB)를 만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시장의 움직임만 보고, 정보나 미래에 대한 고민 없이 직접 거래를 해버린다. 변동성이 심한 종목에 레버리지까지 더한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면 한국에서도 돈을 벌기 어려운데 해외투자는 더 어려운 일이다. 나는 1년에 5000페이지를 읽는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해 투자에 나선다. 그만큼 항상 의문을 갖고 투자를 해야 한다.
- 유망한 투자 분야가 있다면?
▷ 10년 후면 60세 이상 인구가 20억명가량 된다. 그래서 뷰티테크, 암치료 기업들이 성장할 것 같다. 어느 한 나라에서가 아닌 글로벌 매출이 나오는 회사를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에 그런 회사들이 있다. AI와 같은 큰 흐름이 있다고 본다.

▷ 장기 투자하는 주주라면 회사가 배당과 환원정책을 늘리는 것보다 글로벌 경쟁력을 확고히 가져가는 것을 더 좋아할 것이다. 투자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과도한 배당은 장기 성장을 훼손할 가능성이 많다. 미래에셋도 대주주인 내가 욕심을 내 배당을 많이 했다면 M&A에 나서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이제는 주주 환원정책을 할 여력이 돼 관련 활동을 이어가려 한다. 주주가치를 보호하자는 것은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지만, 제반 이해관계자들도 고려해야 한다.
-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사모펀드의 투자행태에 여론 관심이 높은데
▷ 부존자원이 없는 한국은 기업의 힘으로 지금 위치까지 올라왔다. 그만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나라다. 국민들도 이런 사실을 알아서 재벌개혁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미래에셋은 금융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상당히 중요시하고 신경쓰고 있다. 한국에 미국 같은 자본주의는 쉽지 않다고 본다. 금융이 주도적으로 모든 걸 할 수는 없는 부분이 있다.
- 퇴직연금 현물이전이 시행된 후 미래에셋의 개인형퇴직연금(IRP) 증가세가 돋보이는데?
▷ 업체별 장기 데이터를 보면 더 빠르게 미래에셋으로 유입돼야 하는데, 생각보다 속도가 늦어 아쉬움이 있다. 데이터에 민감히 반응하는 투자문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지난해 160조원을 벌었다는데 운용역들에게 굉장히 큰 보상을 해줘야 된다.
- 마침 국민연금이 성과급 확대계획을 발표했다
▷ 지금 정도로는 부족하다. 만약 내가 결정할 수 있다면 (성과보상에) 몇 십억원 씩 더 투입하겠다. 현임 이사장과 기금이사(CIO)가 부임한 뒤로 국민연금이 굉장히 잘되고 있긴 하지만, 운용을 잘하는 매니저들에게 파격적 보상을 해 우수인력을 끌어들이는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계수조정보다 훨씬 중요한 일이다.
박현주 “재산 80% 기부할 의향 있다”
- 상속과 기업승계에 대한 생각은?▷ 한국 사회가 대타협에 나섰으면 한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 유럽의 발렌베리 가문처럼 재단을 통해 경영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재단 이사를 선임하되 직접 경영하지는 않는 방식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창업주가 재단에 지분을 기부하려 해도 넘기는 지분이 5%를 넘기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증여세를 내고 나면 재단은 국가의 것이 되고, 국가가 이사까지 파견해 관여한다.

▷ 재단법이 바뀌어(기부 면세범위가 확대돼) 세금 문제만 해결된다면 재산의 80%를 재단에 기부하려 한다. 지금까지 이룬 성취는 운이 좋았던 측면도 있고, 한국 사회의 토대 위에서 일궈낸 것이니 좋은 흐름을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있다. 한국 최대 기부자가 되고 싶다. 내 마지막 숙제라고 생각한다
- 올해 미래에셋그룹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이 있다면?
▷ 미래에셋의 해외법인들은 이미 적자회사가 없이 안정적으로 성장중이다. 올해는 글로벌 세전이익이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전년대비 두배 가량 높은 수치다. 인도에서 투자은행(IB)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며, 글로벌X의 실적도 증가할 전망이다. 미래에셋 증권과 생명에 투자한 주주들은 해외시장 개척에 관심을 갖고 미래에셋을 믿어주길 희망한다. 장기 투자자에게 좋은 결과를 돌려드릴 것이며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자신한다.
- ETF 순자산규모 1위 대결에 시장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글로벌 운용자산이 39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시장에서의 몇 조원 차이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국내에서 1위 경쟁을 한다면 한국에 머물러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논리가 맞지 않는다.
- 최근 미래에셋을 시작으로 수수료 인하경쟁이 촉발됐는데.
▷ 아시아 기관을 비롯한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결정이었다. 예를 들어 미국 S&P에 투자하는 상품이라면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같은 곳에서도 보수가 낮은 곳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내부에 글로벌 마케팅 팀을 만든 것도 이런 취지다.
[정리=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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