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중국콩으로 국내 재배 콩나물은 '중국산'일까?
콩나물은 '농산물 가공품'…원료 원산지 표시해야작물 수입해 물만 줘 싹·꽃을 피웠다면 외국산수입 소는 국내서 6개월 이상 사육하면 국내산
구정모
입력 : 2025.04.01 06:55:01
입력 : 2025.04.01 06:55:01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국내에서 중국산 콩을 재배해 콩나물로 키워냈다면 이 콩나물은 국내산일까 중국산일까? 제조업의 경우 수입한 원료로 만들어진 물건이라도 'made in Korea', 즉 국내산으로 인정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다.
최근 중국산 콩으로 생산한 콩나물을 국산 콩나물이라고 판매하다가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등에 관한 법률'(원산지표시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건에서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해당 콩나물을 국산이 아닌 중국산으로 봤다는 의미다.
법원이 어떤 근거로 중국산이라고 판단했는지와 더불어 다른 농수산물과 그 가공품은 어떻게 원산지를 표시하는지를 검증해봤다.
◇ 콩나물은 '농산물 가공품'…원료 원산지 표시해야 우선 재판부는 원산지표시법의 행정규칙으로 제정된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 요령'에 나온 '이식·이동 등으로 인한 세부 원산지 표시기준'(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을 근거로 원산지를 판단했지만 결론적으로 말해 이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없었다.
콩나물은 '농산물 등의 원산지 표시 대상 품목'에서 '농산물 가공품'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농산물 가공품의 하위범주인 즉석 식품류 가운데 신선편의식품에 속한다.
신선편의식품엔 콩나물뿐 아니라 숙주나물, 무순, 메밀 순, 새싹 채소 등도 포함된다.

[연합뉴스TV 제공]
콩나물, 숙주나물, 무순 등이 농산물이 아닌 농산물 가공품으로 분류되는 게 상식적으로 어색하지만 어쨌든 현행 분류 체계가 그렇다.
이런 농산물 가공품은 원산지표시법령에 따라 가공품 자체가 아니라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원료가 다수인 경우 배합 비율이 높은 순서대로 1∼3순위 원료를 적는다.
단, 이 경우 물과 식품첨가물, 주정, 당류는 제외한다.
콩나물은 그 원료가 콩과 물이지만 물은 표시 대상이 아니므로 이 사건에서 법령상 올바른 표기법은 '콩나물: 콩(중국산)'이 되는 것이다.
즉, 콩나물이라는 가공품이 아니라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해당 콩나물이 국산인지 중국산인지를 굳이 따질 일이 아닌 셈이다.
만약 국내산 콩으로 만든 콩나물이었다면 '콩나물: 콩(국산)'이라고 하면 된다.
◇ 작물 수입해 물만 줘 싹·꽃을 피웠다면 외국산 재판부가 언급한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은 말 그대로 농수산물이 이식·이동돼 원산지를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 그 기준을 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예컨대 종자를 수입해 국내에서 작물로 생산한 경우 해당 작물은 국산일까, 수입산일까.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에 따르면 이런 경우 원산지가 '변경'됐다고 판단해 국산으로 인정한다.
사실 파프리카 등 적지 않은 농산물들의 경우 외국 종자를 수입해 국내에서 재배·판매하고 있다.
수입 종자로 재배한 파프리카라고 해서 국내산 파프리카가 아닌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와 달리 작물 자체를 수입해 국내 토양이나 기후환경에서 단순히 그 순 또는 꽃을 생산하거나 해당 작물을 비대생장(줄기나 뿌리가 옆으로 부피가 커지는 생장) 시킨 경우는 원산지가 변경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단순히 물을 주고 온·습도를 관리해 싹 또는 꽃을 피우거나 비대생장 시켰다면 원산지가 변경되는 재배로 보지 않아 해당 작물의 수입국을 원산지로 표시한다는 것이다.
국산 둔갑 콩나물 사건의 재판부는 바로 이 대목에 근거해 국내에서 중국산 콩으로 콩나물을 재배했더라도 단순히 싹을 틔워 비대생장 시킨 것에 해당해 여전히 중국산이라고 판단했다.
단, 해당 기준의 조항은 '작물'을 수입한 경우를 말하는데, 콩은 '종자'에 해당하므로 이 기준을 적용한 것이 정당한지는 애매하다.
어쨌든 콩나물은 농산물이 아닌 농산물 가공품이어서 콩나물 자체가 아닌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므로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은 법령을 위반했다.
◇ 수입 소는 국내서 6개월 이상 사육하면 국내산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은 다양한 흥미로운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예컨대 버섯 종균을 접종·배양한 배지(식물이나 세균 등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액체나 고체)를 수입해 국내에서 버섯으로 키워 수확했다면 수입 종자로 국내에서 재배한 것으로 보고 국내산으로 인정한다.
단, 접종·배양한 국가도 함께 표시해줘야 한다.
같은 버섯이지만 표고버섯은 달리 취급한다.
표고버섯 종균 접종부터 수확까지의 기간을 기준으로 국내외 있었던 기간 중 국내 재배 기간이 더 길다면 국내산으로 '전환'된 것으로 본다.
이와 달리 외국에서 접종·배양돼 국내로 수입되기까지 기간이 더 길다면 외국산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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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6개월이 원산지 '전환' 기준이 된다.
송아지를 수입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했다면 그 소의 원산지는 국산이 된다.
단, 이 경우 출생국도 함께 표시해줘야 한다.
돼지와 양은 2개월 이상, 그 외의 가축은 1개월 이상 국내에서 사육했다면 원산지가 국산으로 전환된다.
이 경우도 역시 출생국을 병기해야 한다.
예컨대 돼지를 미국에서 수입, 국내에서 2개월 사육한 뒤 도축했다면 올바른 원산지 표기법은 '돼지고기(원산지: 국산, 출생국: 미국)'가 되겠다.
쇠고기는 여기에 추가되는 사항이 있다.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위탁급식소, 집단급식소 등에서 쇠고기나 쇠고기 가공품을 판매할 경우 식육의 종류를 별도로 표시해야 한다.
식육 종류로는 한우, 젖소, 육우가 있다.
이에 따라 호주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사육한 육우로 만든 소갈비를 음식점에서 판매한다면 '소갈비(쇠고기:국내산 육우(출생국: 호주))'라고 표시해야 한다.
◇ 중국산 참조기 국내서 말리면 국산 굴비 안돼 중국산 참조기를 들여와 국내에서 말려 굴비로 판매할 경우 이는 국산 굴비일까, 중국산 굴비일까.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에 따르면 성어 또는 제품을 수입해 단순히 저장, 보관하거나 짧은 기간 키우는 경우엔 원산지가 변경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여기서 '실질적 변형'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실질적 변형이 일어나지 않는 단순한 가공 활동이면 원산지가 변경된 것으로 보지 않고, 반대로 실질적 변형이 일어났다면 원산지가 변경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입 수산물의 실질적 변형이 일어날 정도로 국내에서 가공했다면 해당 수산물을 이제는 국산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이때 실질적 변형은 HS 6단위의 변경을 기준으로 삼는다.
HS는 국제 무역에서 거래되는 상품을 분류하기 위한 국제 표준 코드인 'HS(Harmonized System) 코드'를 말한다.
HS 코드는 최대 10단위인데, 길어질수록 뒷자리는 세분류를 나타낸다.
통상 이 코드의 6자리가 바뀌면 실질적 변형이 일어났다고 본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기준에서 보면 중국산 참조기로 국내에서 만든 굴비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조기는 HS 코드의 6단위가 '0303.89'이고, 굴비는 '0305.69'다.
HS 6단위가 다르다.
HS 6단위가 변경됐으므로 실질적 변형이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원산지 변경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외무역법'의 행정규칙인 '대외무역관리규정'에선 이 경우에 실질적 변경이 일어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통풍, 건조 또는 단순 가열, 냉동, 냉장 등으로 HS 6단위가 변경되더라도 해당 행위가 '단순한 가공 활동'의 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본다.
단순한 가공 활동이라면 원산지가 변경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식·이동 등 표시기준엔 이밖에 수산물과 관련 다른 규정도 있다.
수산물을 수입해 '수산자원관리법' 및 '내수면어업법'에 의한 이식 절차를 거쳐 일정 기간 국내에서 양식했다면 원산지가 전환된 것으로 인정된다.
예컨대 외국에서 출생한 미꾸라지가 관련 법상 이식 절차를 거쳐 국내에서 3개월 이상, 흰다리새우와 해만가리비는 4개월 이상 양식됐다면, 원산지를 국산으로 표시한다.
◇ 김치는 주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국인이 즐겨 찾는 음식인 김치는 원산지 표시를 어떻게 할까.
원산지표시법 시행령에 따르면 김치는 농수산물 가공품이므로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단, 그 방식이 다소 다르다.
우선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의 경우 고춧가루와 소금을 제외한 원료 중 배합 비율이 높은 순서로 2순위까지 원료와 고춧가루, 소금의 원산지를 표시해야 한다.
예컨대 중국산 배추와 국산 무, 중국산 고춧가루, 국산 소금을 주원료로 배추김치를 만들었다면 올바른 원산지 표기는 '배추김치: 배추(중국산), 무(국산), 고춧가루(중국산), 소금(국산)'이 된다.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는 김치의 경우 소금을 제외한 원료 중 배합 비율이 2순위까지인 원료와 소금의 원산지를 표시하면 된다.
음식점에서 파는 김치의 경우 원산지 표시 방법이 좀 더 간략하다.
고춧가루를 사용한 배추김치는 배추와 고춧가루의 원산지를,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은 배추김치는 배추의 원산지만을 표시하면 된다.

[농촌진흥청 제공]
예컨대 중국산 고춧가루를 사용한 배추김치를 반찬으로 내놓는다면 올바른 표시법은 '배추김치(배추: 국내산, 고춧가루: 중국산)'가 된다.
결론적으로 김치는 김치 자체의 원산지를 판단하지 않고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한다.
김치를 수출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대외무역법령에 따라 원산지를 표시한다.
이때 HS 6단위 기준이 변경되는 실질적 변형이 발생했는지를 따진다.
배추김치의 경우 배추의 HS 6단위는 '0704.90'이고, 김치는 '2005.99'이므로 중국산 배추를 수입해 국내에서 김치로 담근 뒤 이를 수출한다면 원산지는 '한국산'이 된다.
단, 이는 국내 법령의 규정에 따른 원산지 표시이고, 우리나라 김치를 수입하는 각국은 자국 법령에 따라 김치의 원산지를 달리 인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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