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양곡법… ‘완화’라지만 실상은 제자리?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4.01 14:08:44
조건부 매입이라지만
과잉 생산 시 정부 매입 조항 여전
정부 “폐기된 법안과 차이 없어”


지난해 11월 충남 예산군 공공비축창고에 정부가 수매한 쌀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지안 기자]


윤석열 정부가 두 차례 거부권을 행사하며 폐기된 양곡관리법(양곡법)이 다시 국회에 제출됐다. 그러나 민주당이 예고했던 ‘완화된 개정안’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쌀 수급 조절 실패 시 전량 매입을 강제하는 등 기존 폐기된 법안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두 건의 양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준병 민주당 의원안과 문대림 민주당 의원안이다.

윤 의원안의 핵심은 정부의 조건부 쌀 매입 의무화와 양곡 가격 안정 제도 도입이다. 농식품부가 ‘양곡 가격 안정을 위한 선제적 수급조절 목표 및 추진계획’과 ‘양곡 가격 안정을 위한 재배면적 관리 목표 및 추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즉각 시장격리 대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즉 선제적 수급 계획을 세웠음에도 쌀 가격이 하락하면 정부가 전량을 매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번 개정안이 지난해 거부된 양곡법과 실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사전 수급 조절 의무를 부과했지만, 사실상 과잉 생산된 쌀을 격리하도록 한 법안이라 기존 폐기된 양곡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매년 약 40만t의 공공비축미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와 유사한 규모의 쌀을 격리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양곡법 시행 시 재정 부담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3년간 정부가 쌀을 매입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한 예산만 8조 원이 넘는다. 여기에 밀과 콩까지 공공비축양곡으로 포함해야 한다는 윤 의원안이 현실화될 경우 정부 재정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벼 재배면적을 8만ha(헥타르)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농가의 반발이 거세 패널티 방식이 아닌 인센티브 방식으로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강제할 수 없는 재배 면적 감축임에도, 새 양곡법이 시행되면 정부가 목표 감축 설정을 소극적으로 할 수 있어 쌀 과잉 생산의 구조 개선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문대림 의원안은 다소 완화된 형태다. 계획 수립 여부뿐만 아니라 정부의 감축 목표를 실제로 달성했음에도 쌀값이 하락하면 정부가 매입하도록 했다. 문대림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 양곡법이 공급과 수요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어 무리한 의무 매입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안을 발의했다”며 “정부의 수용 가능성과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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