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기부금 1.9억원" 국감서 칭찬받은 KAIST의 비결은
과학기술 발전에 써달라며 고액 기부하는 독지가들 잇따라기부문화, 일회성에서 생활화로…"월정 정기 기부가 90%"
박주영
입력 : 2025.04.13 07:00:10
입력 : 2025.04.13 07:00:10

[KAIST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하루 평균 기부금 1.9억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지난 4년간 받은 기부금 성적표이다.
이광형 총장은 2021년 3월 취임 당시 "하루 1억원씩, 취임 기간 1천460억원의 기부금을 유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누적 발전기금은 2천805억원을 돌파해 당시 약속했던 목표보다 2배 가까이 초과 달성했다.
이 같은 KAIST의 기부 성과는 지난해 10월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당시 이 총장에게 "KAIST가 하루에 1.92억원을 모금해 2천500억원 넘게 모았는데, 비결이 뭐냐"고 질의했다.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과 질책 대신 '칭찬'을 늘어놓는 국감은 이례적이어서 딱딱했던 국감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화기애애해졌다.
KAIST 고액 기부자의 특징은 학교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독지가가 많다는 점이다.
경기 용인에 사는 장성환(92)·안하옥(90)씨 부부는 KAIST가 세계 최고 대학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뜻을 담아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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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학교 기숙사 리모델링 기금으로 200억원 상당을 기부한 데 이어 김동명(90) 법무사가 인공지능(AI) 연구에 써달라며 부동산과 현금 등 20억원을 기부했다.
최근 익명의 기부자가 기부처를 두고 고심하던 끝에 KAIST의 비전에 공감한다며 20억원의 기부를 결정했으며, 소아마비로 지체장애가 있는 다른 익명의 기부자는 의사과학자를 키워 바이오 강국을 만들어 달라는 뜻을 담아 자신의 부동산과 예금 등 전 재산을 유증했다.
이처럼 학교와 직접적인 연고가 없는 독지가들은 'KAIST가 잘 돼야 대한민국이 발전한다'는 신념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동문 기부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의 장병규 의장 등 전산학부 출신 200여명의 동문이 학부 증축기금 캠페인을 통해 116억원을 모금했으며, 우리별 위성 연구팀, 건설·환경공학과 동문, LG디스플레이 임원급 동문 모임 등 다양한 그룹이 기부 행렬을 이어오고 있다.
정기적인 기부를 시행하는 소액 기부금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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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이 '유퀴즈' 방송에 출연한 이후 학교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3살 아들 명의로 매월 정기 기부를 하는 아버지, 나라 발전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며 월정 기부를 하는 80대 어르신 등의 기부가 잇따랐다.
2021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전체 기부 건수 5만3천607건 가운데 90%(4만8천324건)가 월정 정기 기부일 정도로 기부 문화가 일회성에서 생활화하는 양상으로 변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학금을 받으며 석사 과정을 마쳤다는 한 동문은 "학교에서 받은 다양한 교육과 기회가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며 "학업을 통해 꿈을 이루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기부 메시지를 전했다.
학교의 지원을 받아 심리적 위기를 이겨내고 졸업하게 됐다는 다른 동문은 "저와 같은 어려움에 놓인 학생들에게 희망이 되어주는 학교가 되기를 바란다"며 자신 역시 기부를 실천했다.
이광형 총장은 "KAIST가 초일류대학이 되려면 아무도 하지 않은 연구, 최고보다 최초를 추구해야 하며 정답을 찾기보다는 질문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KAIST의 교육과 연구 혁신 비전에 공감한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KAIST가 이룬 성과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국가 과학기술 성장을 바라는 기부자의 뜻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jyou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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