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년 부산과 일본] '평화의 사절'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이후 일본 요청으로 200여년 걸쳐 12차례 파견한일 교류 중심 문화사절단…지금도 교류 역사 높이 평가
박성제

입력 : 2025.04.26 08:00:07
[※ 편집자 주 = 올해 한일 수교 60주년을 맞았습니다.

부산은 한일 관계의 굴곡진 역사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해온 도시입니다.

부산항 개항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해방과 분단, 산업화를 거치며 쌓아온 교류의 흔적이 지역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부산에 남겨진 흔적을 따라가며 한일 관계의 과거를 되짚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고민하는 기획 기사를 10회에 걸쳐 매주 한 차례 송고합니다.]

지난해 일본으로 향하는 조선통신사선
[연합뉴스 자료사진]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지금으로부터 약 260년 전 조선에도 한류가 있었다.

당시 조선 사신들은 일본의 요청에 따라 시나 글, 노래 등 조선의 문화 전반을 전파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했다.

이들은 조선시대 'BTS'라고도 불리는 조선통신사들이다.

조선통신사선 재현성 항해 경로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사절단이 일본으로 향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지금은 비행기를 타면 2시간, 쾌속선을 이용해도 3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을 만큼 일본은 가까운 나라다.

그렇지만 당시에는 소나무로 만든 목선을 타고 대한해협을 건넌 뒤 쓰시마, 시모노세키를 거쳐 오사카로 들어갔는데 뱃길만 한 달 이상 걸렸다.

1607년 일본에 다녀온 경섬의 '해사록'을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당시 통신사선은 2월 27일 부산을 떠나 4월 8일 오사카에 도착했다는 기록이 있다.

오사카부터 쇼군(막부 우두머리)이 있던 에도까지는 육로로 이동했다.

이들이 왕복한 거리는 4천㎞가 넘었으며 6개월∼1년에 걸친 긴 여정이었다.



1811년 조선통신사선 모습을 그린 '근강명소도회 조선빙사'
[문화재청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첫 통신사는 1429년 교토에 파견된 박서생 사절단이다.

이후에는 1479년까지 여러 차례 통신사가 일본으로 향했다.

조선통신사를 통한 한일 교류가 본격화한 시기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과 국교회복을 바라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정권의 청원을 받아들인 이후다.

1607년부터 1811년까지 200여년에 걸쳐 12차례 통신사를 파견했다.

물론 조선통신사 파견으로 국교는 재개됐지만 일본에 대한 불신은 여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태문 부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국문학논총에 실린 논문 '통신사 왕래를 통한 한일문화교류'에서 "뛰어난 조선의 문화를 일본에 보여줌으로써 전쟁 재발의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문화적 우월감을 통해 전쟁으로 무너졌던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조선 조정에서는 외교적 실무와는 별도로 일본인과 교류를 염두에 두고 조선의 문화적 우월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인재들을 대거 선발해 조선 통신사를 파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열린 조선통신사축제
[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절단에는 당대 조선에서 문학, 예능적 재능으로 이름난 인재 400∼500명이 포함됐다.

조선과 일본 문화 교류는 문학과 학술은 물론 생활 문화, 기술까지 다각도로 이뤄졌다.

이 중 기마 곡예를 전통 무예인 마상재가 일본 쇼군과 고위 관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당시 달리는 말에 탄 사람이 눕거나 서는 재주를 부리는 무예가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일본에서 통신사가 올 때 함께 와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다.

조선 마상재에 큰 감명을 받은 고위 관료들은 이들에게 여러 선물을 하사했다.

지난해 일본 시모노세키 부두에서 열린 조선통신사선 입항 세리머니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화사절단 역할을 하며 한일 교류의 중심에 있었던 조선통신사는 오늘날에도 그 중요성을 널리 인정받고 있다.

2017년에는 '조선통신사에 관한 기록-17∼19세기 한일 간 평화구축과 문화교류의 역사'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기록물 333점에는 한일 간의 평화 구축과 문화 교류의 역사가 담겼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은 올해는 조선통신사의 뜻을 기리는 행사가 더욱 특별하게 열린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부산에서는 조선통신사 행렬이 재현됐다.

부산에서 출항한 조선통신사선은 오사카까지 실제 이동한 경로를 따라 선상 전시와 공연이 예정돼 있다.

재현행사는 일본에서도 이어진다.

다음 달 13일 오사카 엑스포 '한국의 날'에 입항 기념식과 축하 공연이 펼쳐지고, 9월 말 도쿄에서는 현지 어린이 참가자를 포함한 210여 명이 대규모 행렬을 재현한다.

psj19@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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