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맡겨, 두배로 불려줄게”...우리 아이 용돈 쏟아부은 어린이 펀드 어쩌나

정재원 기자(jeong.jaewon@mk.co.kr)

입력 : 2025.05.02 17:09:37 I 수정 : 2025.05.03 06:10:20
ETF보다 수수료 비싼 어린이펀드
12개 中 8개가 마이너스 기록
국내 우량주 투자가 발목 잡아
‘1조원’ 시장 절반 넘게 축소
2017년 이후 신규 펀드 없어
펀드명서 ‘어린이’ 떼는 운용사도


챗GPT 생성 이미지.
자녀에게 ‘미래 용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투자하는 어린이펀드 대부분이 1년 새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투자 시에도 미국 대표지수보다 수익률이 낮은 펀드가 대부분이었다. 수년째 박스권에 갇혀 있는 국내증시에 투자하면서 총보수는 연 1% 이상 걷어간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억원 이상의 설정액을 보유한 어린이펀드 12종 중 8개가 최근 1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클래스 기준으로 ‘하나가족사랑짱적립식증권자투자신탁K-1’(-9.1%), ‘하나꿈나무증권자투자신탁’(-7.18%), ‘키움쥬니어적립식증권자투자신탁’(-7.1%), ‘신한엄마사랑어린이적립식증권자투자신탁’(-6.81%), ‘신영주니어경제박사증권투자신탁’(-5.47%) 등의 성과가 특히 부진했다.

이들 펀드는 공통적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가장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년 동안 약 30% 가까이 하락했다.

자녀에게 목돈을 만들어주려는 목적으로 가입하는 어린이펀드가 실상은 자산 증식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국내 우량주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지만, 국내증시가 수년째 박스권에 갇히면서 어린이펀드 수익률 상승도 함께 제한되고 있다.

장기투자 관점에서 최근 5년간의 수익률을 비교해 봐도 미국주식 대표지수 상승률을 웃돈 어린이펀드는 13종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

5년간 143% 상승한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을 제외하면 모든 펀드가 S&P500지수 성과보다 부진했다.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등 해외주식 직접투자의 접근성이 상승한 상황에서 어린이펀드 가입의 메리트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식, ETF를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많아져 어린이펀드 관심이 줄어들었다”며 “어린이펀드는 트렌드가 지났다”고 밝혔다.

2000년대 중후반 인기를 모았던 어린이펀드는 투자 수익금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혜택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는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해도 똑같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어린이펀드의 비싼 수수료도 지적받고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펀드가 연 1~2% 수준의 총보수를 받는다. 반면 수수료 경쟁이 치열한 ETF 시장에서는 최근 액티브 ETF조차 1% 미만의 총보수를 부과하고 있다.

분위기 변화가 이뤄지자 운용사들은 어린이펀드 라인업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최근 10년간 새롭게 설정된 어린이펀드는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 펀드와 ‘KCGI 주니어펀드’ 뿐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1년 ‘한국투자한국의힘아이사랑펀드’를 ‘한국투자ESG펀드’로 리뉴얼했다.

이에 어린이펀드 규모는 자연스레 쪼그라들고 있다. 한때 설정액 합계가 1조원을 넘기기도 했던 어린이펀드 시장은 최근 4500억원 수준으로 작아졌다. 이마저도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 펀드가 설정액의 3분의 1가량을 독차지하고 있다.

운용사들은 어린이펀드 대신 타겟데이트펀드(TDF)를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운용사별로 펀드 만기는 2035년부터 2080년까지 다양하다. 학령주기·생애주기에 따라 자산배분곡선을 설계하면서 총보수 절감을 통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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