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300원대로…미·중 협상 기대·'제2 플라자합의' 경계도(종합)

급락 출발, 6개월 만에 최저 기록…강달러·저가매수에 반등1,340원 전망도 나와…"정국 불안·미중 협상 변수에 상승 가능성도"
민선희

입력 : 2025.05.07 17:13:05 I 수정 : 2025.05.07 17:23:22


환율 7.3원 내린 1,398원에 마감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01포인트(0.55%) 오른 2,573.80에, 코스닥은 0.95포인트(0.13%) 오른 722.81에 장을 마감했다.원/달러 환율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7.3원 내린 1,398.0원에 거래를 마쳤다.2025.5.7 yatoya@yna.co.kr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원/달러 환율이 장 중 1,370원대로 급락하며 비상계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미국과 중국간 통상 협상 진전에 관한 기대감이 환율에 반영됐다.

중국 위안화와 대만달러 등이 강세를 보이며 아시아 통화 판 플라자합의에 관한 경계감이 커진 점도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 환율 장 중 1,370원대까지 하락…6개월 만에 최저 수준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1,398.0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9일(1,394.7원) 이후 가장 낮았다.

1,300원대로 내려온 것도 그 이후 처음이다.

환율은 25.3원 하락한 1,380.0원으로 출발한 뒤 장 초반엔 1,379.7원까지 떨어졌다.

장 중 저가 기준으로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윤곽이 뚜렷해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6일(저가 1,374.0원) 이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아시아장에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환율은 낙폭을 줄였으며 오후엔 1,400원 선을 넘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1,400원대로 올라선 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더욱 급등해서 한때 1,500원 선을 위협하는 수준에 달했다.

최근엔 한동안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지난달 29일부터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특히 연휴 직전인 지난달 30일과 지난 2일에는 각각 16.3원, 15.7원씩 급락했다.

지난 2일 야간 거래에서는 1,391.5원까지 밀리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 미·중 관세 협상 기대·아시아 통화 강세에 원화 가치 상승 최근 환율 급락에는 그동안 팽팽하게 대치하던 미국과 중국이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기대감이 결정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양국은 지난주 관세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8일 스위스에서 공식 무역·경제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원화는 미·중 관계에 특히 민감하다"며 "미국과 중국이 상호 간에 말도 안 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던 만큼, 협상 전환 가능성을 본 것만으로도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2일부터 대만달러를 필두로 아시아 통화가 미·중 무역 협상 진전 기대에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화도 연동됐다"고 밝혔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 역시 "미·중 무역 협상에 관한 긍정적 기대감이 위험선호를 자극하면서 달러 약세로 이어졌고, 대만달러 급등이 아시아통화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만달러는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약 6% 강세를 나타냈다.

대만 수출 업체와 생명 보험사들의 환 헤지 물량이 나오면서 대만달러에 강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환 헤지 과정에 대만달러 대체 용도로 원화도 일부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대만과의 관세 협상에서 통화 절상 압박을 가한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대만당국이 미국과 환율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대만달러 강세는 다소 진정됐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통화 절상 압박은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는 시장의 경계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통화 절상 요구에 관한 구체적 내용이 부족해 섣불리 판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도 "미국이 당장 아시아 통화에 절상 압박을 가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시장이 경계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민 연구원 역시 "아시아 통화 절상 압박은 아직 현실적으로 제기된 문제는 아니다"라며 "원화, 위안화판 플라자합의와 묶어 보는 것은 확대해석"이라고 주장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미국이 개별 국가를 만나 환율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알려졌고, 미·중 간 협상 타결 확률이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 "환율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수도…변동성 커 반등 가능성도" 시장에서는 아시아 통화 강세 분위기 속에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1,400원 선을 밑돌면서 추가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3분기 초반 1,340원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백 이코노미스트와 이 이코노미스트는 환율 저점을 각각 1,360원, 1,350원으로 제시했다.

서 수석연구위원도 "향후 우리나라 관세 협상에서도 환율이 논의되면서 원화는 일시적으로 강세 압력을 받을 수 있다"며 "하반기 환율 상·하단 범위를 1,370∼1,430원까지 크게 조망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정국 불안, 미·중 협상 변수, 아시아 통화 과대 절상 등 가능성을 고려하면 환율이 다시 상승할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총재도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어느 순간 확 바뀌면 환율이 다시 오를 것"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미·중이 협상 모드로 전환한다고 해서 협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중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는 시점에는 환율 되돌림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이코노미스트도 "국내 경기 부진과 정국 불안, 변수가 많은 미·중 협상 과정 등을 고려하면 환율 추가 하락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상승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서 수석연구위원은 "대만달러 가치 절상 흐름이 대만 수출업체의 선제적 미 달러 매도를 크게 반영한 것이라면, 대만달러 가치 '오버슈팅'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과 관세 협상에 급격히 진전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부 되돌림이 있을 수 있고, 대내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하방 리스크가 확대된 측면까지 고려하면 단기적으로 1,400∼1,410원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는 이날 원/달러 환율이 중기적으로 1,350∼1,460원대 범위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민연금 전략적 환헤지 레벨, 개인 해외 투자자의 저가매수 대응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JP모건 역시 "관세 부과 발표 이후 무역 민감도가 높은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나타냈다"며 "이는 환율 움직임이 관세 리스크보다는 외환정책과 자금 흐름을 더 많이 반영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sun@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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