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사료로 헐값 처분 … 3년간 1조 손실

이지안 기자(cup@mk.co.kr)

입력 : 2025.05.20 17:50:58 I 수정 : 2025.05.20 19:19:10
정부가 매입한지 3년 지난 쌀
사들인 가격의 10%대로 팔아
과잉생산 부작용 커진 와중에
이재명 후보는 양곡법 재추진
수급 균형 맞출 구조조정 필요






최근 3년간 남아도는 쌀을 사료용으로 처분하면서 발생한 정부 손실액이 총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쌀 과잉생산에 따른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재차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사료용 쌀 판매로 인한 손실액은 8944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재고 관리 비용 1112억원을 더하면 총손실액은 1조56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난 구곡(舊穀)을 사료용으로 공급한다. 매입한 지 3년이 지나면 쌀의 품질이 저하돼 사람이 소비하기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가축 사료로 헐값에 팔리는 구조다. 문제는 정부가 이 쌀을 농민들로부터 싸게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값을 주고 매입한 뒤 관리비를 들여 사료용으로 저가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정부는 2021년산 쌀을 1㎏당 2677원에 매입한 후 사료용으로 349원에 판매했다. 단가 차이는 2328원으로 손실을 감수하고 파는 셈이다. 지난 3년간 이렇게 사료용으로 처분된 쌀은 총 45만9000t으로, 이는 식료품 및 음료 제조업체가 6개월간 소비하는 분량에 해당한다.

현재 정부의 양곡 재고량은 2021년산 이하 2만6000t, 2022년산 26만9000t, 2023년산 42만8000t, 2024년산 69만5000t이다. 당장 2022년 이전에 생산된 양곡을 서둘러 소진하지 않으면 이 중 대다수는 향후 사료용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남아도는 쌀 처리 때문에 재정 낭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후보는 지난 11일 전남 지역을 방문해 양곡관리법 재추진을 공약했다.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이 통과된다면 2030년까지 재정 2조692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쌀 생산량이 소비량을 지속해서 초과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장기적으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매입에 과도한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오히려 쌀 산업의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며 "재배면적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되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농민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밀, 콩 등 타작물 전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쌀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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