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금융위기 맞먹는 저성장 위기가 온다

한은 등 주요 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금융위기때 성장률과 비슷단기 부양뿐 아니라 중장기 구조개혁 필요
김지훈

입력 : 2025.05.29 16:30:21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지난 2008년 여름 발생한 금융위기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동산 부문 부실로 촉발돼 전 세계 경제에 심각한 상처를 남긴 초대형 위기였다.

미국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금융회사와 제조업체들이 무너졌고 주가가 폭락했으며 수많은 실업자가 양산됐다.

국내에서도 달러 가치가 1,500원을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휘청거렸고 많은 기업이 쓰러졌다.

금융위기의 충격이 우리 경제에 고스란히 반영됐던 2009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8%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주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한국은행이 1.5%였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석달만에 0.8%로 크게 내려 잡았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치다.

한은 전망대로라면 올해 우리 경제는 코로나 팬데믹의 타격을 받았던 2020년 -0.7% 이후 5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에만 해도 2%를 넘었으나 점차 하락해 0%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은 건설투자(0.4%포인트)와 수출(0.2%포인트), 민간 소비(0.15%포인트)였다.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낮췄고 해외의 8개 투자은행이 내다본 전망치 평균도 0.8%였으니 올해 0%대 성장 전망은 대세로 자리잡았다.



[그래픽] 한국은행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0.8%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최근 30여년간을 되짚어보면 우리 경제가 1%도 안 되는 성장률을 기록한 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4.9%),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0.8%),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을 받은 2020년(-0.7%)까지 3번뿐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부진, 건설경기 침체에다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아 올해 우리 경제가 과거 역대급 위기가 발생했던 때와 비슷한 저성장에 내몰릴 것이란 얘기다.

이미 올 1분기 성장률은 -0.2%로 후퇴했고 작년 1분기(1.3%)를 빼면 2021년 4분기(1.6%) 이후 3년 넘게 0%대 또는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과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측면도 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마이너스 성장이 3개 분기 이상 지속된 적이 없지만, 최근엔 작년 2분기(-0.2%)부터 4개 분기 연속으로 0.1% 이하의 성장률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1년째 성장이 멈춰선 셈이다.

또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엔 잠재성장률이 3% 정도였는데 현재는 2% 밑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 때문에 금융위기 당시 역성장할 확률이 5%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평균 14% 정도"라고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하는 이창용 한은 총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2025.5.29 [사진공동취재단] photo@yna.co.kr

닷새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에 나선 각 후보는 저마다 '경제 대통령'을 자처하며 비상한 각오로 경제살리기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13조원의 추경에 이어 대규모 2차 추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고 '비상경제대응 TF' 또는 '비상경제 워룸'을 만들어 경제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공약도 줄을 잇는다.

급박한 경기 하강에 대응할 단기적 부양책도 시급하지만, 이창용 총재의 지적대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가격만 급등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계하고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해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첨단기술 개발을 지원하며 인구문제에도 대응하는 중장기 개혁방안도 함께 추진돼야 저성장의 장기화를 막을 수 있다.

hoonkim@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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