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한림원 'AI+X 대전환의 양면성' 토론회"AI 중심 'AI+X'보다 한국 강점 살리는 'X+AI'에 집중해야" 제언
조성미
입력 : 2025.05.29 17:20:00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대규모 컴퓨팅 자원 확보와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집중된 정부의 인공지능(AI) 정책과 정치권의 대선 공약이 우리나라가 AI로 진짜 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간과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분야에 인공지능을 적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AI+X(각 분야)'에서 AI의 중요성만 강조되고 있는 형국이라는 비판으로, AI+X가 아니라 각 분야에서 AI를 제대로 활용하고 이를 우리나라만의 AI 역량으로 발전시키는 'X+AI'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AI+X 대전환의 양면성' 토론회 [유튜브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29일 'AI+X 대전환의 양면성'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AI 정책과 대선주자들의 AI 관련 공약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좌장을 맡은 이원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는 이미지·언어 모델링과 같이 구조화된 데이터 환경에서 성과는 매우 두드러지지만, 특정 분야에 AI를 적용하려고 하면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데이터 정제·표준화·계층화 등 전처리 단계의 연구가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데이터 기반의 문제 정의, 효과적 설루션 도출은 각 분야 전문가와 AI 전문가가 긴밀히 협력할 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과 관련돼 쏟아지는 정책 및 사회적 논의를 보면 AI와 X가 상호 보완적으로 융합되는 구조보다 AI 중심의 편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내 최대 컴퓨터·소프트웨어·AI 분야 학회의 경우만 봐도 박사급 신진 연구자 80% 이상이 AI 분야에 집중돼 있고 X에 관한 연구 기반은 약화하고 있다"며 "이는 AI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사회 문제, 산업 현장의 세부적 난제 해결에 심각한 한계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AI 3강, 소버린 AI, AI 예산 100조, 월드 베스트 LLM' 등 구호적 슬로건이 넘치고 있지만, 정작 현장 중심의 문제 발굴과 분야별 융합 인재 양성, 장기적이고 내실 있는 연구 기반 마련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단기 유행에 따른 정책적 자원에 예산을 쏟으며 역설적으로 X라는 학문적 기반을 약화하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며 이런 관행이 국가 연구개발 생태계 균형 붕괴와 국가 경쟁력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데이터처리가속기(Data Processing Unit·DPU)를 개발하는 시스템 반도체 기업 망고부스트의 박준기 최고운영책임자 겸 최고재무책임자도 제조업 수출 기반인 국내 경제 구조를 언급하며 AI 기술 자체만이 아닌 이를 실제 산업 등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역량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COO는 "국가AI컴퓨팅센터를 지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모든 것이 이에 집중돼 예산이 쏠려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AI 모델을 강조하지만, 미국·중국 등 언어 사용자 규모가 크고 내수 시장이 거대한 국가들이 AI 모델 개발에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똑같은 투자를 했을 때 우리나라가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초강대국과 양적 경쟁을 벌여야 하는 AI 모델 개발보다는 비교 우위에 있는 제조업 분야에서 생산성을 고도화하는 버티컬 AI"라고 강조했다.
이상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인공지능연구실 교수는 "자연과학, 공학, 보안·국방, 모빌리티, 헬스케어, 금융·경제, 교육, 법과 윤리, 엔터테인먼트 등 각각 분야에 AI가 응용되며 산업 자체가 변하기도 하고 AI 자체가 변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각 분야가 따로 교육되거나 AI만 강조하는 시스템에서는 진정한 AI 경쟁력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 조금씩 투자할 것인지, 어디에 선택과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