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못볼지도] 냉온탕 오가는 바다…인천꽃게 어획량 요동
작년엔 펄펄 끓는 고수온에 연평어장 어획량 5년새 최저올해는 저수온에 10분의 1 토막…"조업 기간·어장 조정해야"
신민재
입력 : 2025.05.31 07:11:00
입력 : 2025.05.31 07:11:00

[연합뉴스 자료사진]
[※ 편집자 주 = 기후 온난화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습니다.
농산물과 수산물 지도가 변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해수욕장은 문 닫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역대급 장마와 가뭄이 반복되면서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기도 합니다.
'꽃 없는 꽃 축제', '얼음 없는 얼음 축제'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생겨납니다.
이대로면 지금은 당연시하고 있는 것들이 미래에는 사라져 못볼지도 모릅니다.
연합뉴스는 기후변화로 인한 격변의 현장을 최일선에서 살펴보고, 극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매주 송고합니다.]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연평도에서 30년 넘게 꽃게 조업을 하고 있지만, 작년 가을과 올해 봄처럼 꽃게가 안 잡히는 건 처음 봅니다." 인천 옹진군 연평도의 꽃게잡이 어선 선주 이모(67)씨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이씨는 작년 가을어기(9∼11월) 이례적으로 인천 앞바다 수온이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아지면서 연평어장에서 꽃게가 거의 잡히지 않아 큰 손해를 봤다.
그는 올해 봄어기(4∼6월)에 기대를 걸었지만, 이번에는 반대로 바닷물 온도가 너무 낮아 꽃게의 이동이 늦어지면서 지난달 어획량이 지난해 같은 달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이씨는 "하루 출어를 하면 선원 인건비를 빼고 어선 연료비와 그물값만 수백만원이 든다"며 "지금 어획량으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돼 일주일에 하루 이틀 조업하는 데 폐선을 고려해야 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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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동치는 인천 꽃게 어획량…"상품성 저하도 우려" 지난해 인천의 꽃게 어획량(위판량)은 6천477t으로 전년보다 28% 급감했다.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은 꽃게가 잡힌 것이다.
인천의 대표 꽃게어장인 연평어장 꽃게 어획량도 전년 대비 무려 45%가 줄어든 966t에 그쳐 최근 5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사정은 더 심각해졌다.
지난 1∼4월 인천의 꽃게 어획량은 316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어획량이 일시적으로 늘어났던 점을 고려해 2023년 1∼4월과 비교해도 56%가 줄어든 것이다.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봄어기(4∼6월)와 가을어기(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되는 연평어장의 올해 4월 꽃게 어획량은 7.8t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90% 급감했다.
수온을 비롯한 어장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해마다 어획량이 요동치는 것도 문제이지만, 꽃게의 상품성 저하도 어민들의 걱정거리다.
성장을 위해 탈피를 해야 하는 꽃게가 탈피 이후 단단한 껍질이 생기기 전 미리 잡혀버리면 상품 가치가 크지 않아 버려지게 된다.
연평도 어민 박모(65)씨는 "작년에도 봄어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꽃게가 많이 잡혔지만, 상품성이 없는 개체 비율이 높아 제값을 받지 못했다"고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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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획량 급변은 수온 외에도 복합적 요인 작용" 인천의 꽃게 어획량이 해마다 요동치는 현상은 어느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꽃게가 많이 잡혔던 2023년에는 황해저층냉수가 연안으로 깊게 유입돼 꽃게 어획량이 급증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황해저층냉수 영향이 크지 않았고 고수온 현상이 이어지는 등 복합적 요인으로 어획량이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가을 꽃게 어획량이 급감한 원인은 서해 연안 수온이 이례적으로 높아져 꽃게 어장이 넓게 분산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연평도 연안 수온은 최고 29.6도를 기록해 전년 같은 달 최고 수온 27도보다 2.6도 높았다.
지난해 9월에도 연평 연안 수온이 26∼28도를 오가며 평년보다 3도 이상 높았다.
올해 들어서는 반대로 연안 수온이 낮아 서해 먼바다에서 겨울을 지낸 꽃게들이 제때 이동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수정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 연구사는 "꽃게는 3월이면 월동을 마치고 4월에는 연안으로 넘어오는데 수온이 낮아 이동이 지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사는 "서해안의 차가운 물 덩어리가 연안으로 얼마나 유입되는가에 따라 꽃게어장이 밀집하거나 분산하는 특성이 나타난다"며 "이 같은 수온 변화 외에도 강수량, 유생 밀도, 산란량 등의 변수들이 자원량 증감에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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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획량 급변에 생존 위협받는 어민들…"대책 마련 시급" 꽃게 어획량 급감은 일반인들에게는 체감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꽃게잡이를 생업으로 하는 어민들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연평도 어민들은 "매일 적자를 보면서 꽃게 조업을 하고 있어 다 죽게 생겼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김정희 연평도 선주협회장은 "지난해 가을어기 꽃게 어획량 감소로 직격탄을 맞은 어민들이 올해 봄어기에도 낮은 수온으로 20일이나 지나 조업을 시작했다"며 "어민 생존이 걸린 조업 기간이나 어장 확대 조정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해 어민 요구를 수용해 백령·대청·소청도 어장의 꽃게 포획채취 금지 기간을 기존보다 15일 늦춰 7월 16일부터 9월 15일까지로 조정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바닷물 수온을 비롯한 어장 환경의 변화는 인위적인 대응이 어려운 만큼 어족 자원 관리에 주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연구사는 "어획량 변화를 어떤 한가지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만큼 꽃게 자원을 후대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업이나 레저활동 시 어린 꽃게와 포란된 암꽃게에 대한 포획 금지, 금어기 준수 등에 모두의 노력이 모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smj@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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