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신화' 삼성전자 꺾은 SK하이닉스…다음 격전지는 'HBM4'

옴디아 "1분기 D램 점유율 SK하이닉스 36.9%·삼성 34.4%"美 마이크론도 약진…"향후 HBM4 공급능력이 차별화 요소"
강태우

입력 : 2025.06.05 06:01:00
(서울=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30여년간 글로벌 D램 시장 1위 자리를 지켰던 삼성전자의 벽을 넘어선 가운데 6세대 HBM인 'HBM4'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차세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를 탈환할 수 있을지,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반란을 일으킬지 업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SK하이닉스 부스 제품에 남긴 사인
(타이베이=연합뉴스) 강태우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20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난강 전시관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전시된 HBM에 사인을 남겼다.2025.5.20 burning@yna.co.kr

◇ HBM 지배력에 희비 교차…SK하이닉스 D램 1위 5일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D램 업계의 매출 규모는 전 분기보다 9% 감소한 263억3천400만달러(약 36조원)로 집계됐다.

이는 D램 계약 가격 하락과 HBM 출하량 감소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HBM 출하량 감소에도 전체 D램 시장 점유율에서는 HBM 지배력에 따라 업체 간 희비가 갈렸다.

옴디아는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이 지난해 4분기 36%에서 올해 1분기에 36.9%를 기록하며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8.6%에서 34.4%로 4.2%포인트 하락하며 2위로 내려앉았다.

매출 규모도 올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97억1천900만달러, 삼성전자는 90억5천700만달러로 7억달러 가까이 차이가 났다.

D램 점유율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앞선 것은 처음으로, 지난 1992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1위를 차지한 이후 33년 만이다.

앞서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인 카운터포인트리서치와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36%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마이크론 건물 로고
[EPA=연합뉴스]

◇ HBM이 가른 시장판도…마이크론 약진 두드러져 역전의 발판에는 AI 칩의 필수 메모리인 HBM의 역할이 주효했다.

SK하이닉스는 'AI 큰손'인 엔비디아에 최신 HBM인 HBM3E(5세대)를 공급 중이며 이미 올해 물량을 '완판'한 상태다.

수익성이 높은 HBM에 집중함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작년 1분기 23%에서 올해 1분기 42%로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마이크론의 선전도 눈에 띈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속해있는 마이크론은 HBM에 힘입어 올해 1분기 D램 시장에서 25%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이는 전분기 대비 3%포인트 오른 것으로 SK하이닉스, 삼성전자와 비교해 가장 큰 증가폭이다.

매출도 메모리 3사 중 유일하게 전분기보다 성장했다.

마이크론의 매출은 작년 4분기 64억달러에서 올해 1분기 65억7천500만달러로 늘어난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매출은 각각 7억4천500만달러, 21억5천200만달러 감소했다.

옴디아는 "HBM 시장의 급격한 확장으로 경쟁 구도가 재편됐다"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제품 구성에서 HBM 비중을 크게 늘려 강력한 매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옴디아는 SK하이닉스가 올해 2분기에 시장 주류인 HBM3E 12단 비중을 전체 HBM 출하량의 절반 이상, 올해 하반기에는 80% 이상까지 늘릴 것으로 관측했다.

HBM3E 12단의 가격은 HBM3E 8단보다 50∼60%가량 가격이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GTC 2025서 'HBM4' 첫 공개
[SK하이닉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삼성전자, HBM4서 반전?…SK하이닉스 '1등 굳히기' 전망도 HBM은 D램 시장에서 업체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핵심 제품이 됐다.

이에 다음 전장인 6세대 HBM4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향후 HBM4의 시장 지배력을 가진 업체가 전체 D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옴디아는 "HBM4의 공급 능력이 향후 시장 경쟁에서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트렌드포스도 내년 하반기에 HBM4가 HBM3E를 제치고 주류 설루션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HBM4에서도 SK하이닉스의 독주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들에 HBM4 샘플을 공급하고 올해 하반기 양산을 앞둔 상태다.

아직 샘플 공급 단계지만 최종 납품도 무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5'에서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해 "HBM4를 잘 지원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내년 HBM4 양산을 목표로 하는 마이크론도 최근 HBM 인재 확보와 류더인(劉德音·마크 리우) TSMC 전 회장을 이사회에 임명하는 등 HBM4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3E 12단 개선제품의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가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HBM4 양산을 통해 신규 시장에도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는 HBM3E 12단 제품이 시장에서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HBM4, 커스텀(맞춤형) HBM 등 신시장에 대해서는 작년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차질 없이 계획대로 개발하고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burni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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