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트럼프 대통령과 애플 무지개
김태종
입력 : 2025.06.15 07:00:02
입력 : 2025.06.15 07:00:02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실리콘밸리에서 느껴지는 애플 문화는 비호감이다.
애플 생태계가 그러하듯 폐쇄적이고, 잘나가는 기업이나 사람들이 그러하듯 고압적이다.
애플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도 애플 엔지니어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만난다 해도 방어적이다.
개인 성격이라기보다 애플 문화로 느껴진다.
애플 파크라고 하는 본사도 평소에는 직원 외에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는 캠퍼스가 개방돼 있고 직원들과 함께라면 건물 내부도 들어갈 수 있는 인근의 경쟁사 구글과 비교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부터 애플 본사에서는 연례 세계 개발자회의(WWDC)가 열렸다.
WWDC는 9월 새로운 아이폰 출시와 함께 1년 중 애플의 가장 큰 행사다.
이 행사를 계기로 평소에 근접하기 어려운 애플 본사를 무려 3일간 찾았다.
애플 본사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올해는 유독 곳곳에 있는 무지개가 눈에 띄었다.
그동안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야외무대 대형 아크 구조물부터 티셔츠 로고에 이르기까지 무지개색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현재의 애플 로고는 한 입 깨문 단색의 사과이지만, 처음 색은 무지개였다.
1970년대 출시된 개인용 컴퓨터 애플Ⅱ는 흑백 화면만 지원하던 당시 컬러 그래픽을 지원하는 첫 대중적인 개인용 컴퓨터였다.
애플은 이 애플 Ⅱ 컴퓨터가 컬러 그래픽을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좀 더 친근하고 인간적인 브랜드임을 나타내기 위해 무지개색을 사용했다.
지금은 흰색으로 바뀌었지만, 애플 내부에서는 무지개색도 사용하고 있다.
오늘날 무지개는 성소수자(LGBTQ+) 상징으로 여겨진다.
애플이 공식적으로는 그런 의미로 최초 무지개색을 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애플 무지개는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애플은 다른 빅테크보다 소외된 집단을 보호하는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를 존중한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이 게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는 그동안 유지해왔던 DEI 정책을 사실상 폐기했다.
백인 우월주의, 미국 우월주의를 강조하는 마초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들 기업과 달리 애플은 DEI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으며, 앞으로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9일 WWDC 첫날 키노트 연설 당시 친팔레스타인으로 추정되는 한 직원이 시위를 했다.
그의 말이 제대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치른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시위는 약 30초 만에 끝났지만, 행사는 잠시 '방해'를 받았다.
이런 시위는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 행사할 때도 있었고, 지난해에는 구글 행사할 때도 있었다.
MS와 구글은 당시 시위를 한 직원들을 모두 해고했다.
그러나 애플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이 직원을 해고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애플은 이날 행사에서 이 시위 직원을 강제로 끌고 나가지도 않았다.
서너 명의 다른 방호 인력이 타이르듯 데리고 나갔고 그 와중에는 소란은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애플은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이폰 등 공장을 미국 내에 지으라고 하고 있고 미국으로 들어오는 아이폰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실제 일부 부과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심리는 알 길 없지만, 자신의 생각에 반하는 애플의 이런 무지개 문화가 눈엣가시일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업이라는 타이틀에서도 내려왔다.
시가총액 순위도 3위로 떨어졌다.
경쟁사보다 뒤처진 AI 기술이 주된 이유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도 한 이유일 수 있다.
자신감일까.
자만일까.
그런데도 애플은 자신들의 문화를 중단 없이 지켜 나가려고 하고 있다.
애플 무지개가 어느 때보다 더 빛나 보이는 올해 WWDC였다.
taejong75@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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