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가나 vs 탄자니아, 1천불이 가른 '무지개 아프리카'
이현정 한국수출입은행 대외협력기금(EDCF) 카이로 소장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6.17 07:00:04
입력 : 2025.06.17 07:00:04

[이현정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아프리카를 저 멀리, 하나의 검은 대륙으로만 인식해왔던 필자에게, '무지개(레인보우) 아프리카'라는 표현은 큰 전환점이 됐다.
이 표현은 대륙에는 55개 국가가 있고, 지역마다, 국가마다, 또 한 국가 안에서도 지방마다 다른 언어와 부족 특성이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아프리카는 우선 사하라 사막을 중심으로 북아프리카(알제리, 모로코, 이집트, 튀니지, 리비아, 수단 총 6개국)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탄자니아, 가나, 케냐, 라이베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총 49개국)로 나눌 수 있다.
북아프리카는 메나(MENA, Middle East & North Africa)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중동과 하나의 권역으로 분류될 만큼 이 지역 문화가 우세하다.
이들 6개국 중 서쪽은 '마그레브' 지역으로 불리기도 한다.
북아프리카 서부 지역의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를 아우르는 곳이다.
아랍어로 '해가 지는 지역' 또는 '서쪽'이란 뜻으로 알마그리브(Al-Maghrib)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대체로 아랍인 모습을 많이 하고 있다.
한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49개국 가운데 21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절대빈곤선인 하루 3달러(약 4천100원) 이하 수준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대체로 검은 피부색을 가졌다.
참고로 세계은행은 이달부터 빈곤인구비율을 2021년 구매력평가지수(PPP) 일일 3달러 기준 인구 대비 %로 통계 발표하고 있다.
서아프리카는 국토 면적이 비교적 작은 국가들이 촘촘하게 몰려 있다.
가나의 수도 아크라에 있는 대외협력기금(EDCF) 사무소에서 일하던 현지 직원 중 운전기사와 행정직원은 서로 다른 부족 출신이었다.
가끔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이러한 경험은 "아프리카에는 1천개의 언어와 부족이 있다"는 이야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국가마다 다르지만,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들뿐 아니라, 유럽·중동·인도·중국 사람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동서남북, 수도와 지방에 따라 외모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사람들의 다양성은 '무지개 아프리카'라는 표현을 더욱 실감 나게 한다.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경제중심 다르에스살람과 서아프리카 가나 수도 아크라에 각각 3년과 2년 동안 머물면서 느껴진 차이점을 정리해 본다.
다르에스살람에서는 영어와 스와힐리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가나는 영어 외에 주로 사용되는 트위(Twi)어 외에도 이위(Ewe)어, 가(Ga)어 등 부족어도 많이 사용한다.
도시 스카이라인을 보면 다르에스살람은 10층 이상 고층빌딩이 많이 보인다.
서구 대도시 같은 인상을 강하게 준다.
아크라는 4∼5층 정도 건물이 대부분이다.
5층만 올라가도 뻥 뚫린 전망을 누릴 수 있다.
아프리카 전통 도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가나는 매주 금요일을 전통복장 착용의 날로 지정해 지킨다.
관공서나 큰 행사에서 켄트천 무늬의 전통 천을 반(半)나체에 걸치는 옷차림이 나온다.
부족장이 사망하면 애도의 의미로 마을 전체에 강제 정전을 시키기도 한다.
이러한 경험은 일상생활에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탄자니아의 경우 인도·중동계로 보이는 고소득층이 많다.
이는 과거 동아프리카 연안에 중동 세력이 먼저 진출하고, 영국 식민지 지배시기 인도인들이 중간관리자 역할로 이주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가나는 과거 골드코스트(황금해안)라는 이름에서 드러나듯, 유럽과 활발한 교역으로 아산티족 등 일부 부족을 중심으로 부유한 현지인들이 많다.
탄자니아의 고급 아파트 수영장을 찾으면, 대부분 피부색이 검지 않은 외국 주재원들이다.
가나는 외국인 고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식당, 카페, 미술관, 쇼핑몰 등이 탄지니아보다 훨씬 많다.
이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나인이다.
가나 부유층 및 상류층 비중이 탄자니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 회화, 공예 등 가나의 예술은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띈다.

필자가 가나에서 구입한 테라코타 수집품[이현정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탄자니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천달러(136만원)이고 가나는 2천달러(272만원) 수준이다.
수치상으로는 2배 차이지만 체감되는 소득수준 격차는 그보다 크다.
물론 1인당 GDP는 평균 수치일 뿐이다.
가나에도 여전히 연 소득 1천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탄자니아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슷한 가난한 풍경은 이곳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도 1인당 2천달러대라는 평균 수치가 보여주는 차이가 일상에서 목격된다.
지방을 여행할 때 마주하는 마을 전경도 다르다.
탄자니아 첫 지방 여행 때는 지붕 없는 집, 화장실 없는 조그만 원룸 흙벽 집, 출입문 대신 천으로 가린 집, 큰 나무 그늘에 할 일 없이 시간 보내는 남자들, 수도와 전기가 연결되지 않은 집들을 마주했다.
가나는 양철지붕, 시멘트 블록 벽, 나무나 철로 만들어진 문, 뙤약볕 아래 어디론가 분주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개발협력 활동가 입장에서 겪는 큰 어려움 중의 하나는 부정부패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탄자니아, 가나 모두 부정부패가 심하다.
다만 상대적으로 탄자니아는 생존을 위한 부정부패가 많았다.
월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경찰과 임금수준이 턱없이 낮아 아이들 기초교육을 시킬 수 없는 가난한 일반인들로부터 푼돈을 요구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가나는 고위직 공무원 등 상대적으로 부유한 이들로부터 이권 제공이나 친인척 채용을 요구받는 일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은 서아프리카에 고착된 연고주의와 부족의 전통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일상 생활환경은 탄자니아보다 가나가 나았지만, 고위직 부정부패에 대한 피로감으로 현지생활에 대한 인식은 가나에서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경향이 있었다.
가나에서 임기를 마칠 때쯤이다.
내륙 지방 도시를 여행하다가 킨템포 폭포(Kintempo waterfalls) 유원지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열심히 춤추는 사람들과 가족 단위로 놀러와 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했다.
휴일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에서 생존 활동에서 잠시 벗어난 여유와 유희를 즐기는 평화를 느낄 수 있었다.
탄자니아는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팍팍한 일상을 이겨내고 있는 모습이었다면 가나는 일 년에 한 번 지친 일상과 한여름 더위에서 벗어나 계곡을 찾아 휴가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탄자니아에서는 가족공원이라고 할만한 유원지를 볼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가나에서 가족 단위로 유원지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은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1인당 GDP 숫자에 착시효과가 있더라도, 두 나라의 이러한 차이는 결국 평균 1천달러대와 2천달러대가 만들어내는 격차라고 생각한다.
탄자니아 시민들이 질박한 일상에서 며칠이라도 잠시 벗어나 가족 단위로 공원에서 나들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싶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이현정 소장 현 한국수출입은행 EDCF(대외경제협력기금) 이집트 카이로 사무소장, 서강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서울대 글로벌 MBA, 세종대 국제개발협력학 석사, EDCF 탄자니아 사무소장(2017), 경협사업1부 팀장(2020), EDCF 아프리카부장(2021).
EDCF 가나 사무소장(2022) 역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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