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물가안정 목표 점검 2차추경 물가영향 제한적 내년물가 0.1%P 상승 예상 가계빚·주택·외환시장 보고 기준금리 인하 시점 결정할것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 김웅 부총재보, 이지호 조사국장(왼쪽부터)이 발언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보편 지원보다 선별 지원이 낫다는 견해를 밝혔다. 재정 효율성을 감안했을 때 소상공인을 돕는 측면에서 선택적 지원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다만 2차 추경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2차 추경안이 20조원 규모로 편성될 경우 내년 물가를 0.1%포인트 높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 총재는 18일 한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당정의 추경안 내용을 보지 못해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재정 효율성 면에서 볼 때 선택적인 지원이 어려운 자영업자와 영세사업자를 돕는 데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등에서는 정부 재정 여력 등을 감안해 소득 수준에 따라 선별 지급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하지만 당정은 이날 선별 지급이 아닌 전 국민 보편 지급으로 뜻을 모았다. 이에 대해 선별적 방식이 더 낫다는 의견을 전한 것이다. 이 총재는 올해 초에도 추경과 관련해 여야가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으로 다툴 때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집중 지원을 펼치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 총재는 20조원 안팎의 추경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경제가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추경을 늘리는 게 성장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성장에 대한 기여가 높고, 물가에 주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다"고 덧붙였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20조원 안팎의 추경 규모를 전제로 "올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고, 내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0.1%포인트 정도"라고 했다.
집값 급등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시장 관측에는 시장 상황을 보면서 결정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와 주택·외환시장 등을 볼 것"이라며 "한은은 경기를 보고 금리를 결정하겠지만, 과도하게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기대심리를 증폭시키는 잘못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특정 품목 가격 관리를 놓고는 '통제'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를 전했다. 이 총재는 "하나하나를 두고 가격 통제라고 얘기할 정도는 아니다"며 "한은은 전체 물가 수준을 관리하고, 공급 요인이 변하거나 특정 기간에 특정 품목 가격이 굉장히 오르면 기획재정부라든지 물가 관리 당국에서 마이크로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라면 한 개에 2000원 하는 게 진짜냐"며 식품 가격 안정 필요성을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 총재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발행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오히려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교환이 쉽게 돼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고 외환 관리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