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소각공시 확대 추진 상장사 자사주 취득 늘었지만 소각 제때 안해 주주환원 제약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박차 고용부, 근로감독관 제도 개편 명칭 '노동 경찰'로 변경하고 기존 3천명서 1만명으로 증원
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낸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돼온 자사주의 소각을 유도하기 위해 공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첫 조치다. 또 정부는 이사 충실 의무 대상 확대 등 범여권의 상법 개정 추진과는 별도로 상법개정위원회를 구성해 전면 개정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상법 개정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 계획'을 국정기획위원회에 보고했다. 우선 도마에 오른 것은 자사주 공시 개편이다. 현재는 자사주 보유 비중이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인 상장사만 소각 계획 등을 의무 공시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기준이 1% 이상으로 크게 강화된다. 국정기획위원회도 이 같은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자사주 보유 공시를 강화하는 것은 상장사들의 소각을 압박해 주주 환원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업들은 대주주 경영권 방어, 담보 설정, 임직원 보상, 주주 환원 등을 목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 다만 자사주를 취득해도 소각해야 발행주식 수가 줄고 주당 가치가 높아져 일반주주에게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
정부는 상장사들이 자사주를 주로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소각을 압박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사주를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514곳에 달하며, 공시 대상이 확대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온 기업들은 대체 수단을 마련하는 데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소각 공시 확대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사안으로 법 개정이 필요 없다.
소액주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를 동시 상장하는 이른바 '쪼개기 상장' 관행도 손본다. 물적분할 이후 동시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들이 핵심 사업을 자회사로 물적분할한 뒤 상장하면서 모회사 기업 가치가 하락하고,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훼손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모회사 주주가 정해진 가격에 자회사 주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도록 해, 주주 보호와 함께 국내 증시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상장사 계열사 간 합병에 대해 합병 비율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일반주주가 법원에 검사인 선임을 요구할 수 있는 정책 역시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도록 의결권 행사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 원칙)를 강화하는 정책에도 힘이 실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 273개 자산운용사가 이사 선임, 정관 변경 등 상장사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반대에 나선 비율은 6.8%에 불과했다.
아울러 정치권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 19일 근로감독관을 '노동경찰'로 개편하며 7000명을 증원하는 계획을 국정기획위에 보고했다. 이에 따라 3000명에서 1만명으로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2019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과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그동안 근로감독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감독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적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