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잊힌 수단 내전, 900만 난민…'응답하라 대한민국'
김동석 국립외교원 교수
우분투추진단
입력 : 2025.07.03 07:00:04
입력 : 2025.07.03 07:00:04

[김동석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우분투추진단이 국내 주요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한국인에게 수단은 낯선 나라다.
수단의 일부였다가 2011년 분리 독립한 남수단(South Sudan)이 고(故) 이태석 신부의 활동과 한빛부대 파병으로 훨씬 더 알려져 있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나라이다.
7개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이집트 바로 아래에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홍해에 면해 있다.
수단은 나일강의 풍부한 수자원으로 인해 땅이 비옥해 농업이 발달했다.
특히 화장품, 의약품, 탄산음료의 중요 원료인 아라비아고무의 70% 이상이 수단에서 생산된다.
또 금, 철광석, 구리, 석유와 같은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
대우그룹은 수단의 경제적 가치를 인식하고, 1970년 말부터 1990년대까지 제조업·건설업·호텔 사업 등 광범위한 부문에 진출했다.
하지만 수단은 경제 발전에 실패하면서 빈곤국으로 전락했다.
실패 요인은 ▲ 남부 수단, 다르푸르 지역에서 무력 분쟁 ▲ 책임 있고 투명한 통치 구조(good governance)의 부재 ▲ 석유에 대한 과도한 의존 ▲ 20년 이상 지속된 미국의 경제제재 등이 꼽힌다.
필자는 2018년 11월 수단을 방문했다.
직전 출장지 튀니지에서 수단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없어 이스탄불을 경유해 수도 하르툼에 도착했다.
낡은 건물과 비포장도로, 매연을 내뿜는 오래된 차들로 붐비는 정겨운 시내와 나일강을 따라 펼쳐진 아름다운 경치가 인상 깊었다.
밤에 혼자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치안이 좋았다.
모르는 사람에게도 서슴없이 인사를 건넬 정도로 사람들이 정겹고 친절했다.
학계·관계·언론계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 수단의 정세와 경제 및 대외관계에 관해 대화하고 여러 가지를 배우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수단 정세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2019년 4월 식료품 가격 인상에 항의하는 대규모 민중 시위로 정권 기반이 흔들렸다.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이 집권 30년 만에 쿠데타로 축출됐다.
시위를 주도한 민간 세력과 군부가 합작한 임시정부가 들어섰다.
그러나 2021년 10월 군부 지도자들은 쿠데타를 일으켜 민간 지도자들을 축출했다.
이후 군부 내 균열이 발생했다.
정규군(SAF) 수장 압델 파타 알-부르한과 신속지원군(RSF) 수장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일명 헤메티)의 갈등은 급기야 2023년 4월 내전으로 비화했다.

[제작 양진규]
정규군과 신속지원군 간 무력 충돌은 전국으로 확산했다.
정규군은 지상 작전과 더불어 공중 폭격을 전개했다.
이에 맞선 신속지원군은 도시의 빌딩과 민가에 숨어서 공격하는 시가전을 전개했다.
어느 편도 이기지 못하는 소모전이 지속하면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나일강을 끼고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하르툼과 주요 도시는 격렬한 전투로 초토화됐다.
이 내전으로 인해 15만명 이상 목숨을 잃었다.
또 900만명의 수단인이 실향민이 됐다.
이 중 350만명은 차드, 이집트, 남수단 등 인접국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인 2천500만명 이상이 만성적인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난민 캠프는 기근 위험에 처해있다.
설상가상으로 '민간인 학살', '집단 강간', '원조 유입 방해'와 같은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가 만연했다.
'원조 유입 방해'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지역 가운데 적대 세력이 숨어 있거나 그 지역 주민이 적을 돕는다고 의심될 경우, 고의로 식량이나 의료지원을 차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수단에서는 정규군과 신속지원군 모두 '원조 유입 방해'로 비난받고 있다.
특히 신속지원군은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신속지원군은 2000년대 초반 다르푸르 내전에서 악명을 떨쳤던 잔자위드(Janjaweed) 민병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수단 내전 격화의 파급효과를 우려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프리카연합 등이 중재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수단 내전은 다른 아프리카 내전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권력 투쟁, 종족 정체성 대립, 외부 세력 개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발했다.
알-부르한과 헤메티는 민정 이양 과정에서 군 통합 문제를 놓고 충돌했다.
헤메티는 신속지원군이 정규군으로 통합될 경우 자신의 위상이 약화하고 금광 개발로 축적한 막대한 부를 잃을 수 있다고 봤다.
또 과거 자행한 인권유린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서로 다른 출신 배경을 지닌 두 세력 간 반목과 질시는 권력 투쟁의 폭력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단에서 알-부르한은 전통적으로 권력의 핵심인 리버 나일(River Nile)주 부족 출신이고 정규 교육을 받은 군부 엘리트다.
반면 헤메티는 변방 다르푸르의 차드 계통 부족 출신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외부 행위자의 개입도 수단 내전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수단의 지정학적·경제적 가치로 인해 외부 세력이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차드 등은 신속지원군을 지원하는데 반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정규군을 지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비국가 단체인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그룹, 리비아 국민군(LNA)도 신속지원군 편에서 개입하고 있다.

[김동석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수단 내전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했지만 안타깝게도 '잊혀가는 전쟁'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 등과 겹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다.
중재 노력의 연속적 실패로 인한 무기력감 고조, 흑인·아프리카인의 목숨을 경시하는 인종차별적 태도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유엔과 비정부단체들은 수단 원조를 위한 충분한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원조예산 삭감은 이러한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정규군은 하르툼과 북부, 중부, 동남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신속지원군은 서부 다르푸르와 남부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다.
전선이 굳어지면서 수단의 분리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군사적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높다.
또 불신의 골이 깊은 관계로 내전과 인도주의적 위기가 지속되거나 악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런데도 국제 사회는 종전과 평화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고난에 처한 수단인들에 대한 지원 확대와 더불어 내전 당사자들이 폭력을 멈출 수 있도록 중재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도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자 수단과 식민 지배, 전쟁, 가난의 역사를 공유한 만큼 지원과 중재에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
국제 사회의 노력이 결실을 거둬 수단이 폭력의 늪에서 벗어나 평화의 길로 들어서고 수단인들의 고통이 끝나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김동석 교수 현 국립외교원 전략지역연구부 부교수, 미국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소재) 정치학 박사, 아프리카 분쟁과 평화, 한국의 대(對)아프리카 외교 등 주제로 다수의 보고서 및 논문 작성, KBS 2024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특별생방송 출연 및 자문, 영화 '모가디슈' 자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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