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관세협상 앞두고 대구·경북 사과·한우 농가 '시름'
초대형 산불 피해 이어 미국산 농축산물까지 수입되면…"엎친 데 덮친 격"
김용민
입력 : 2025.07.17 11:17:14
입력 : 2025.07.17 11:17:14

[연합뉴스 자료사진]
(청송·대구=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카드로 미국산 사과와 30개월 이상 소 수입을 추진하면서 대구·경북지역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북 청송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A씨는 요즘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전하는 뉴스에 가슴이 답답하다.
지난 3월 말 경북 북부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로 사과나무 일부가 훼손되는 피해를 본 터라 설상가상 격으로 절망적인 느낌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가뜩이나 고령화, 이상 기후, 생산비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미국산 사과마저 수입된다면 사과 농가의 상당수는 농사를 접어야 할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송은 지난해 사과 생산량이 7만5천t으로 전국 생산량의 14%를 차지할 만큼 사과 농사 비중이 큰 곳이다.
인근 안동, 의성, 영양, 영덕 등 인근 지역을 포함하면 사과 재배 면적이 9천362㏊로 경북 북동부 지역이 전국 재배면적(3만3천㏊)의 28%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미국산 사과가 수입되면 경북 북부지역 사과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우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과와 마찬가지로 한우는 경북지역이 전국 사육 규모의 20%가량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다.
한우 육질 1등급 이상 출현율도 2022년과 2023년 2년 연속 전국 1위에 오를 만큼 품질도 우수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현실화하면 농가 피해가 적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대구시 달성군에서 한우를 사육 중인 B씨는 "지난 봄 송아지 10여마리를 사서 한창 키우고 있는데 최근 미국산 소 수입 문제가 불거져 싱숭생숭하다"고 말했다.
그는 "안 그래도 한우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사룟값은 올라 걱정이 많은데 미국산 소 문제까지 들이닥치니 이제 한우를 키우지 말아야 하나 싶다"고 덧붙였다.
농축산 단체와 지방 의회도 한목소리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경북도연맹 등 6개 농민단체는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산 쌀 추가 개방,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및 사과 수입과 관련해 정부는 어떠한 검토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북도의회와 청송군의회도 최근 성명을 내고 "미국산 사과 등 수입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정부가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강행할 경우 이를 막기 위한 단체 행동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yongmin@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택배업체서 상하차 작업 30대 차에 치여 심정지
-
2
전세사기 피해자 2000명, 추가 구제 길 열려…우선변제 기준 바꾼다
-
3
[유튜브월드] 프로야구 인기에 유튜브 채널도 '올스타전'
-
4
[부동산캘린더] 내주 부산 '르엘 리버파크 센텀' 등 7천956가구 분양
-
5
[이지사이언스] 양 창자에서 고분자까지 '녹는 실'의 대변신
-
6
부천시, 국내외 6개 도시와 관광지 입장료 상호 할인
-
7
[길따라 멋따라] 방울토마토 몇 알에 160만원…호주 여행 '벌금 폭탄' 주의보
-
8
[머니플로우] 美주식 '대세론' 재부상…보관액 183조원 역대최고
-
9
유흥식 추기경, DMZ 방문 추진…유엔사 불허로 무산
-
10
유전 데이터로 아기 선별해 낳는다?…美 스타트업 '슈퍼베이비'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