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격차 확보 과제 시급…M&A 기대감도 확대"파운드리 성장 갈망"…기술 투자·인력 확보 가속할 듯
강태우
입력 : 2025.07.17 11:34:17I수정 : 2025.07.17 15:22:12
반도체 초격차 확보 과제 시급…M&A 기대감도 확대"파운드리 성장 갈망"…기술 투자·인력 확보 가속할 듯 (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강태우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7일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그동안 훼손됐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의 초격차 회복에 드라이브가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후속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일본 출장 마친 이재용 회장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2025.4.9 mon@yna.co.kr
◇ HBM 공급 등 반도체 과제 산적…기술경쟁력 회복 급선무 햇수로 10년째 겪고 있던 사법 리스크에 마침표가 찍히면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게 이 회장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은 회사 전체 실적의 50∼60%를 견인할 정도로 중요하다.
하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실기로 인공지능(AI) 붐에 제때 편승하지 못하면서 몇 년 사이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면서 작년 동기 대비 반토막 난 4조6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게다가 33년간 수성했던 D램 메모리 시장 1위 자리까지 SK하이닉스에 내주면서 위기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SK하이닉스에 이어 두 번째로 엔비디아 공급망에 진입한 미국 마이크론도 HBM을 앞세워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추격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2분기 DS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1위' 지위를 공고히 해 2분기 9조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한다.
예상대로라면 작년 4분기, 올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전사 실적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친필 사인을 남긴 삼성 HBM3E [한진만 삼성전자 사장 SNS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무엇보다 실적 개선을 위한 삼성전자의 시급한 과제는 HBM3E(5세대) 개선제품과 HBM4(6세대)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는 현재 1년 가까이 소식이 없다.
이에 이 회장은 HBM3E 제품의 공급 확대를 가속하기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지난 2023년 방미 일정 중 황 CEO와 현지 초밥집에서 회동한 바 있다.
평소 기술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만큼 HBM 관련 기술과 인력 확보에도 투자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 회장은 2022년 유럽 출장을 마친 뒤 취재진에 "시장의 혼동과 불확실성이 많은데, 우리가 할 일은 좋은 사람을 모셔 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같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쟁력 회복을 위해선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가져와야 한다"며 "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야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고 '뉴 삼성'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난 젠슨 황 CEO (서울=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3년 방미 일정 중 미국에 있는 초밥집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스시회동'을 했다.2025.7.17 [사와스시 페이스북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 고전 중인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탄력 분기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 파운드리의 점유율은 7.7%로, 업계 1위 대만 TSMC(67.6%)와 60%포인트 가까이 벌어져 있다.
3위인 중국 SMIC(6%)와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고전하고 있는 파운드리 사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고, 고객 확보에 전념한다는 목표 하에 '내실 다지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2나노 첨단 공정과 기존 공정의 수율 안정화에 집중하고, 한동안 속도 조절에 들어갔던 평택 P4(4라인)·P5(5라인)의 공사에도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외신에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을) 분사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며 "우리는 (파운드리) 사업의 성장을 갈망(hungry)하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이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파운드리에서 부진을 씻어내기 위해서는 고객 확보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 삼성의 가장 어려운 부분은 HBM 실적 개선과 파운드리 적자 해소로, 두 개 사업 모두 고객 요청이 있을 때 생산하는 수주형"이라며 "이 회장이 고객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의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을 한 번에 함으로써 점점 커지는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이라며 "총수가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인다면 주도권 확보에 유리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삼성전자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반도체 M&A 이목 집중…美 투자·글로벌 협력 나설까 시장 관심은 반도체 분야의 인수·합병(M&A)에 쏠려있다.
올해 들어 그간 잠잠했던 M&A가 세 차례나 이뤄졌지만 반도체 부문에서는 없는 상태다.
기술 초격차를 위해서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적극적인 M&A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삼성이 기존에 경쟁력을 갖춘 전기전자,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사업 추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리스크를 고려했을 때 삼성 사업과 전혀 무관한 분야를 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환 교수는 "파운드리 설계(툴) 부분에서 M&A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며 "TSMC는 이미 설계 부분에서도 강력한 편인데, 삼성이 단기간에 기술적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계 부분에 대한 M&A 가능성을 열어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대규모 반도체 관련 M&A의 경우 국제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한 만큼, 시일이 걸리거나 쉽게 성사되지 못할 수 있어 당장 M&A보다는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한 설비 투자와 글로벌 업체들과의 협력 등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점쳐진다.
또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 정책 발표가 임박한 데다 현지 투자 압박이 심화하는 등 공급망 재편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어 미국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TV 사업도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 신사업 발굴도 필수적이다.
대표적인 신성장 사업의 축으로는 바이오와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로봇 등이 꼽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 바이오캠퍼스에 최근 18만L 규모의 5공장을 완공해 총생산 능력은 78만4천L으로 확대했고 6공장도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자회사 하만을 통해 전장 사업을,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한 로봇 AI와 휴머노이드 분야의 국내외 우수 업체 협력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장의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는 경영철학에 따라 이르면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는 사업부별로 신사업 관련 제품이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신진영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휴대전화, 반도체 등 지금 있는 사업을 잘하는 '패스트 팔로우십'으로는 부족하다"며 "기존에 없던 분야를 치고 나가면서 혁신을 이뤄야 하는데, 앞으로 삼성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이 회장에게 달렸다"고 강조했다. 0 https://youtu.be/rehVx0IDk4Q YOUTUBE https://www.youtube.com/embed/rehVx0IDk4Q burning@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