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임금체불 양형기준 마련 불발…양형위 심의서 제외

양형위 "필요성과 긴급성 등 인정될 경우 회의 일정 중 안건 변경 또는 추가 가능"
김은경

입력 : 2025.08.03 06:05:01


양형위원회 양형기준 설명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중대재해 감축이 새 정부의 주요 의제로 대두했지만,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과 임금체불을 양형기준 심의 주제로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현재까지 양형기준이 없어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남발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바로잡을 양형기준 마련은 불발된 것이다.

3일 대법원 소속 독립위원회인 양형위원회와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제10기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말 전체회의에서 중대재해법상 징역형과 근로기준법 위반범죄(임금 등 미지급)의 양형 기준 신설·수정 안건을 논의했지만, 최종 대상범죄로 선정하지 않았다.

양형기준은 범죄 유형별로 지켜야 할 형량 범위를 대법원이 정해 두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일선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한다.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양형에서 벗어난 판결을 할 경우 판결문에 이유를 기재해야 하므로 합리적 사유 없이 위반할 수 없다.

양형기준의 설정과 수정 등은 범죄의 중요성과 국민의 관심도, 범죄의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양형위에서 결정한다.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법은 현재까지 양형 기준이 없어 노동계 등에서는 양형 편차가 발생하는 등 법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문성덕 변호사는 "양형기준이 없으니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집행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이 남발된다"며 "죽음의 일터를 방지한다는 중대재해법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엄격한 양형기준을 마련해 제재의 실효성을 제고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대재해법의 총괄 부처인 법무부 또한 최근 정성호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법원에 양형 기준이 없어 법원 양형위원회에 양형 기준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양형위는 "현재까지 중대재해법 위반범죄의 양형기준 설정과 관련해 법무부가 위원회에 의견을 제출한 바가 없다"며 요청 내용 수용 여부 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이 대상 범죄로 선정되지 않은 이유로는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및 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 등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여부를 심사하고 있고, 다른 범죄 군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양형 사례가 축적되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임금 체불 또한 현재 체불 규모에 따라 3개 유형(5천만원 미만·5천만∼1억원·1억원 이상)으로 설정돼있지만,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앞서 범죄유형을 보다 세분화하고 고액의 체불에 대한 양형기준을 상향해달라고 직접 양형위를 찾아 요청한 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선고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양형기준으로는 최대 징역형이 2년 6개월에 그친다.

양형위는 임금 체불 안건의 경우 "현재 1억 원 이상을 미지급한 유형에 대해 이미 특별조정을 통해 법정최고형까지 권고되고 있고, 대체로 선고형량이 상승하는 추세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포함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한편 양형위는 "6월 전체회의에서 대상범죄로 선정되지 않았더라도 필요성과 긴급성 등이 인정될 경우 회의 일정 중 안건을 변경 또는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의 경우 2019년 제7기 위원회 출범 직후 전체회의에서는 대상 범죄로 선정되지 않았지만, 임기 후반기인 2020년 7월 노동부의 의견을 참고해 대상범죄에 추가하기로 의결, 이듬해 3월 양형기준을 수정한 바 있다.

bookmania@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8.03 10:24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