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야생 침팬지들이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음성과 제스처는 어미나 모계 친척에게서 사회적으로 학습한 것으로, 유전적 요인에 따라 결정되고 계승되는 게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새끼 침팬지 앞에서 목소리를 내는 어미 침팬지 새끼 침팬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의 야생 어미 침팬지 [Ray Donova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스위스 취리히대 조지프 마인 연구원(박사과정)이 이끄는 국제연구팀은 6일 과학 저널 플로스 생물학(PLOS Biology)에서 우간다 야생 침팬지들의 행동을 관찰한 결과 어린 침팬지들은 어미와 모계 친척으로부터 의사소통 방식을 배우지만 수컷과 부계 친척의 의사소통 행동과는 유사성이 거의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인 연구원은 "어미 침팬지들은 의사소통을 위해 다양한 음성과 시각적 행동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어미마다 차이가 있었다"며 "자식들은 어미의 행동을 따라 하고 이는 가족 고유의 소통방식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인간의 대면 의사소통은 보통 음성과 몸짓 언어의 조합으로 구성되며,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도 다양한 손짓, 자세, 표정과 함께 여러 음성 신호로 서로 소통한다.
연구팀은 인간의 경우 의사소통 행동의 발생적 발달은 부모 등 주요 보호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침팬지의 의사소통 행동이 학습된 것인지 아니면 유전적으로 결정돼 계승되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를 조사하기 위해 우간다 키발레 국립공원에 서식하지만 사람 존재에 익숙한 야생 침팬지(Pan troglodytes)인 카냐와라 무리 22마리의 행동을 관찰, 신음(grunts), 짖는 소리(barks), 흐느낌(whimpers) 같은 음성 신호와 팔 움직임, 시선 방향, 신체 자세 같은 비음성 의사소통을 기록했다.
케냐 키발레 국립공원 내 야생 침팬지 카냐와라 무리의 새끼 침팬지가 소리를 내고 있다.[Ray Donovan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그 결과 침팬지들이 일반적으로 만들어내는 음성 및 비음성 행동의 조합 수로 측정한 의사소통 스타일이 어미나 모계 친척과는 강한 유사성을 보인 반면 수컷이나 부계 친척과는 유사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는 침팬지 사회에서 어미가 새끼의 주 양육자이고 수컷은 양육에 거의 관여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이 결과는 침팬지의 의사소통 스타일에 학습된 요소가 포함돼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는 음성 및 비음성 신호를 결합하는 침팬지의 의사소통 방식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만큼 유전적으로 결정된 게 아닐 가능성이 있고, 대신 인간의 의사소통 학습방식처럼 사회적으로 학습된 것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이 연구 결과가 의사소통에 대한 사회적 학습의 기원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진화적으로 더 오래되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영국 요크대 케이티 슬로콤 교수는 "어미 침팬지가 소리를 낼 때 더 많은 시각적 행동을 보일수록 새끼들도 이를 더 많이 따라 하게 된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다"며 "다음 단계는 새끼들이 어미로부터 특정 유형의 시각-음성 조합까지 배우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출처 : PLOS Biology, Joseph G.
Mine et al., 'Chimpanzee mothers, but not fathers, influence offspring vocal-visual communicative behavior', http://dx.doi.org/10.1371/journal.pbio.3003270 scitec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