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 "그게 왜 네돈이냐?"
미성년 자녀 소비쿠폰 소유권 두고 와글와글"학원비에 보태려 했더니 용돈으로 달라고 하네""아이가 받은 세뱃돈이 내돈 아니듯 아이에 줘야"'법적 보호자가 써야' vs '자녀 경제교육 기회'"부모의 대리 수령, 정책효과 극대화…자녀와 민주적 소통 해야"
이승연
입력 : 2025.08.06 05:50:00
입력 : 2025.08.06 05:50:00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아이 몫은 아이에게 줬습니다.
어떻게 잘 쓸 수 있을지 스스로 생각해보고 실행해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스레드 이용자 'jju***') "저희 애는 (소비쿠폰을) 달라고 하길래 '그걸로 네 학원비 내라.
모자랄 텐데 네가 보태서 내야 한다'고 했더니 입꾹닫(입을 꾹 닫다)."(스레드 이용자 'shj****') 미성년 자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소유권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자녀의 양육 자금을 대고 있는 부모가 직접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자녀 앞으로 지급된 소비쿠폰인 만큼 자녀가 사용하도록 전달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번 논쟁은 정부가 미성년 자녀의 소비쿠폰을 주민등록상 세대주가 수령할 수 있도록 하면서 촉발됐다.
주민등록표에 성인이 없는 '미성년 세대주'는 예외적으로 직접 수령이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소비쿠폰을 부모가 대신 수령하면서 '낯설지 않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스레드 캡처.DB 및 재판매 금지]
직장인 최모(48) 씨는 6일 자신 몫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달라는 중학생 아들의 주장에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최씨는 "소비쿠폰을 학원비에 보태려고 했는데 아이가 용돈으로 달라고 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부모가 집안 경제를 담당하는 만큼 양육에 보태쓰는 것이 당연하다고 봤는데, 주변 동료들과 얘기해보니 용돈으로 줬다는 이들도 많아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최씨와 같은 고민은 온라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레드 이용자 'yun***'은 "아들이 소비쿠폰 소유권을 주장하는데 어쩌지?"라고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 'mir***'은 "내 동생이 고등학생인데 민생지원금 때문에 엄마, 아빠랑 싸웠다.
동생이 자기 돈이라며 내놓으라 하니까 엄마는 '그게 왜 네돈이냐'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논쟁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이 세대주에게 일괄 지급됐던 당시에도 일었던 바 있다.
부모가 자녀의 지원금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이들은 소비쿠폰의 궁극적인 사용 목적이 중요하다고 봤다.
자녀의 식비, 생활비, 교육비를 부모가 부담하는 만큼 부모가 사용하는 것이 곧 자녀가 사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논리다.
최씨는 "나라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지급된 지원금인 만큼 아이의 생활비, 학원비에 보태 쓴다면 정책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 아닌가"라며 "양육 책임을 저버리고 부모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쓰는 등 윤리적으로 문제 되지 않는다면 아이에게 반드시 넘겨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레드 이용자 'hsh***'는 "어차피 용돈 받아 생활하는데 부모한테 가정 경제에 보탬 되라고 양보하는 것이 맞다"고 했고, 'han***'도 "아이가 내 돈을 소비하는데 (아이에게) 소비 쿠폰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남겼다.
또 'bbu***'은 "가만히 있으면 부모가 알아서 몇백 배는 더 해줄 텐데 왜 그런 말을 해서 부모를 속상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썼다.
법적 보호자인 부모가 자녀의 소비쿠폰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레드 이용자 'l.se***'은 "미성년은 판단 능력이 미숙하니 법적으로도 미성년 보호를 받는 것"이라며 "민생지원금도 대리인이 받아 알아서 쓰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지난 3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5.8.6 ksm7976@yna.co.kr
자녀가 직접 쓸 수 있도록 한 이들은 자녀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소비쿠폰을 직접 사용해야 하며, 부모는 이를 대리 수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초등학생 3학년 자녀를 둔 이성지(42) 씨는 "아이가 받은 세뱃돈이 내 돈이 아닌 것처럼 아이에게 지급된 소비쿠폰도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아이의 경제관념이 자리 잡지 않은 만큼 어디에 쓸 것인지 물어보고 대신 사다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레드 이용자 'xxs***'은 "미성년자에게 직접 지급되지 않는 이유는 절차의 간편성과 금융거래 등에 법적 제약이 많기 때문"이라며 "(부모) 본인에게 들어왔다고 본인 것이 아니다.
자녀들과 상의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썼다.
자녀와 부모의 소비쿠폰을 명확하게 분리하는 것이 자녀의 경제 교육에 이롭다는 의견도 있다.
스레드 이용자 'yog***'은 "15만원으로 아이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쳐볼 좋은 기회인데 이걸 왜 마다하지?"라고 했고, 또 다른 이용자 '808***'도 "이 돈은 결코 공짜가 아니고, 훗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되돌려줘야 할 돈이라고 교육하고 (자녀에게) 나눠줘야 한다"고 썼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지급 유무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자녀와 협의해 일정 비율은 용돈으로 주고 나머지는 생활비에 보태야 한다는 의견 등도 제시됐다.
1세 아들을 둔 윤모(30) 씨는 "아들이 중학생 정도 돼 경제적 관점이 잘 서게 된다면 직접 쓰라고 줄 것 같다"며 "그보다 나이가 어리다면 왜 그 돈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함께 사용처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세대주에게 경제권을 집중시키는 것이 사각지대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sun***'은 "세대주와 연락 안 되는 가정도 많다.
왜 세대주만 미성년 자녀의 쿠폰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후 첫 주말인 지난달 27일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종합시장 한 가게에 쿠폰 사용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5.8.6 ksm7976@yna.co.kr
전문가들은 부모가 미성년 자녀의 소비쿠폰을 대리 수령해 사용 방법을 관리·감독하는 것이 정책 효과 극대화 및 자녀 교육 측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양준호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인의 경우 소비쿠폰 사용처에 제약이 없고 지역경제를 자극하는 데에 쓰겠다는 문제의식을 인지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의식한다"며 "정부 입장에서 정책 효과를 조금 더 극대화하기 위해 세대주가 일괄 수령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녀의 소비쿠폰을 대리 수령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매우 미미하고, 이를 지역경제 소비 진작 효과가 상쇄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박명숙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15만원 이상 되는 돈이 아동·청소년에게는 비교적 큰 액수인 만큼 이를 적절하고 계획적이며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부모가 관리·감독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돈을 지급했을 때 바람직하지 않은 방향으로 사용될 위험성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적절한 소비를 돕되 자녀와 민주적으로 소통하며 가정 안에서 규칙을 정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winkite@yna.co.kr(끝)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
1
전일 2분기 실적 발표 주요 기업(2025.08.05 발표)
-
2
HD현대인프라코어, 314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 해지 결정
-
3
대체거래소(NXT) 애프터마켓 상승률 상위종목
-
4
카카오뱅크, 25년2분기 별도 영업이익 1,701.27억원, 컨센서스 추정치 하회
-
5
뉴키즈온, 주식등의 대량보유자 소유주식수 변동
-
6
당일 2분기 실적 발표 예정 주요 기업(08.06 발표 예정)
-
7
리튬포어스, 주식등의 대량보유자 소유주식수 변동
-
8
리튬포어스, 임원ㆍ주요주주 특정증권등 소유주식수 변동
-
9
주요 기업 영업이익 예상치 및 실적 발표 일정 (2025년 2분기, 2025.08.06 기준, 연결) -2
-
10
“카카오페이, 투자·보험 고성장…내년까지 영업이익 고성장 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