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홈런치는거야?”...작년에 돈 쓸어담고 올해도 웃는 이 기업들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입력 : 2023.04.04 16:03:59 I 수정 : 2023.04.04 18:21:48
엑손모빌 등 에너지 주가
OPEC+ 감산 즉각 반응
각각 주가 5% 안팎 급등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려
버핏, 정유주 꾸준히 매입


엑손모빌 [사진=연합뉴스]
OPEC+가 하루 116만 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을 줄이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원유가격이 급등하자 글로벌 에너지주들이 또다시 들썩이고 있다.

작년에 유가 급등으로 ‘최고의 한해’를 보낸 엑손모빌·쉐브론 등 에너지 관련주가 하루만에 5% 안팎 급등했다.

올 들어 금융시스템 불안과 경기 불확실성으로 주춤하던 에너지 관련주들이 2분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설 지 주목된다.

지난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 따르면 전날 감산 소식이 나오자 석유 생산 업체와 유전 탐사 개발 업체 등의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 2일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하루 50만 배럴 감산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모두 하루 116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했다. 자발적 감산은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발표되었다. 예상치 못한 OPEC+의 감산 결정으로 인해 국제유가(WTI 기준)는 직후 배럴당 81.7달러까지 상승했으며, 이후에도 79~80달러 선에서 등락하는 모습이다.

다국적 석유 기업인 엑손모빌(XOM)과 쉐브론(CVX)은 이날 각각 5.9%, 4.2% 상승했다. 석유 기업 가운데 시가총액 1위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시총 1조9100억 달러·한화 2510조원)이고 이어 2위는 엑손모빌(4727억 달러·621조원), 3위 쉐브론(3240억 달러·425조원) 순이다.

작년에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치솟은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으로 정유제품 마진이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아람코는 작년 총 1611억달러(한화 211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엑손 모빌은 총 557억달러(73조원), 쉐브론은 365억달러(47조원) 순이익을 올렸다.

하락장이었던 작년 뉴욕증시에서 엑손모빌은 80%, 쉐브론은 55% 급등했다. 이 때문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기업이 전쟁으로 인한 폭리를 누렸다며 초과 이익에 대한 횡재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올해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한때 60달러대에 이르는 등 유가가 하향 안정화되자 주가가 주춤했으나 다시 반등한 것이다.

작년 석유기업들은 막대한 현금 창출로 주주환원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을 했다. 작년말 엑손모빌은 자사주 매입 계획을 기존 300억달러(2023년까지)에서 500억달러(2024년까지)으로 확대 발표했다. 이미 엑손모빌은 작년에만 152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을 시행했다. 미국 정치권의 ‘횡재세’ 주장에 맞서 기업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해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또 쉐브론의 경우 국제유가가 급락했던 시기에도 배당을 늘리는 등 35년간 꾸준히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으로 손꼽힌다.

최근 석유기업들은 사상 최대 호황에도 합리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엑손모빌의 설비투자(CAPEX) 예상치는 2022~2024년 연평균 194억달러로 2008~2021년 연평균 237억달러 대비 약 20% 낮은 수준이다. 한승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중 탄소저감 프로젝트가 상당 비중 차지하므로 실제 원유가스 시추생산 투자 규모는 더 줄어들 수 있다”며 “과거 고유가에 설비투자 확장 후 수익성이 급감했던 ‘안 좋은 기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석유기업의 주가는 결국 유가인 셈이다. 수요 성장에 한계가 있는 에너지 주식들이 더 큰 단기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이 더 급등해야만 한다. 지금과 같은 전쟁, 인플레이션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 이익을 보는 구조 때문에 엑손모빌 등 석유기업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악역인 경우가 많다. 엑손모빌에 대한 미움의 역사는 1870년대까지 올라간다. ‘석유왕’ 록펠러가 스탠다드오일을 설립한 이후 1890년대 미국 전체 시장의 90%를 스탠다드오일이 독점하게 되었다. 반독점법에 따라 1911년 스탠다드오일은 34개 회사로 해체되었고, 이후 합병을 진행하면서 지금의 엑손모빌, 쉐브론, BP 등이 세워졌다.

국제유가 불확실성이 커지며 올해 남은 기간 유가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국제유가가 배럴당 70~90 달러의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 전략비축유가 계획대로 2분기에 추가 방출될 것이며, 글로벌 경기는 위축 국면에 있기 때문에 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 과거 경기 침체 시기 OPEC의 감산이 하루 400~500만 배럴 단행됐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 정도의 감산은 이전 70~80달러대 박스권 가격에 대부분 반영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경기 침체 시기에는 OPEC의 감산조치에도 국제유가는 단기 반등에 그치고 하락세를 지속하였으며 유가의 상승 전환은 경기 저점 확인과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향하게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CMC마켓 애널리스트 티나 텅은 OPEC+의 추가 감산으로 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향하게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른 재개방, 서방 경제제재에 대항한 러시아의 감산 등을 고려할 때 100달러 유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산유국들의 하루 100만 배럴 수준의 감산 조치가 1년 가량 이어잘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25달러 정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엑손모빌·쉐브론은 전 밸류체인을 아우르는 ‘복합 에너지 기업이다. 업스트림(원유의 생산), 미드스트림(원유의 운송, 보관), 다운스트림(원유 정제 및 판매) 등 밸류체인을 모두 갖추고 있다. 특히 석유나 가스를 뽑아내는 업스트림이 국제유가 부침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번에도 업스트림 위주로 주가가 반짝 올랐다. 이날 코노코필립스(COP·9.3%)·EOG리소시스(EOG·5.9%) 등 기업은 업스트림 기업이며 마라톤페트롤리움(MPC·0.6%)·발레로에너지(VLO·0.8%) 등은 다운스트림 기업이다. 국내 석유기업도 다운스트림이다. 이러한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유전 측정·자원관리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슐럼버거(SLB·6.6%) 주가도 올랐다.

한편 월가 큰손들은 이미 유가 상승에 베팅하고 정유주를 꾸준히 사 모으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지난달 28일 옥시덴탈 페트롤리움 지분을 추가로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달 23일과 27일 이틀 동안 옥시덴탈 주식 370만 주(2억1600만달러 어치)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23.6%까지 늘어났다.

증권 주요 뉴스

증권 많이 본 뉴스

매일경제 마켓에서 지난 2시간동안
많이 조회된 뉴스입니다.

07.09 10:41 더보기 >